3,000 향해 내달리던 코스피도 미국·유럽발 악재에 ‘곤두박질’이 여름의 ‘악몽’은 언제 끝날까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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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5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74.72포인트(3.70%) 하락한 1943.75로 마감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전세계 금융 시장은 지금 ‘잔인한 여름’을 겪고 있다. 대다수 투자 관련 지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투자자는 패닉(공황)에 빠졌다. 상당수 나라에서 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요 국가 주가지수는 연초와 비교해 10% 이상 빠졌다. 8월4일 하루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지수, S&P500 지수는 각각 4.31%, 5.08%, 4.78% 폭락했다. 미국 S&P500 지수는 9일 연속 하락했다. 영국·독일·일본 주가지수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남유럽 국가 채권을 한가득 안고 있는 유럽 지역 은행들의 주식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마구잡이로 팔아치우고 있다. 8월4일 하루 로이즈뱅킹그룹의 주가는 10%, 바클레이스는 8%, 이탈리아 유리크레디트는 7% 떨어졌다.

초우량 채권으로 분류되는 독일 국채(분트)와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국채 금리의 차이(스프레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는 한 달 만에 두 배로 불어났다.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해당 국가 자금 조달 비용은 불어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차입 비용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의 채권 투자자들은 ‘분트 이외에 유로존 국채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라고 한탄한다.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 소속 경제학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안고 있는 국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2014년까지 7천억 유로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추산한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그리스 구제 금융 펀드 총액이 4천4백억 유로인 것을 감안하면, 7천억 유로는 유로존이 감내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AP연합

예측 빗나가 심리적 지지선마저 무너져

세계 경기가 불안하다 보니 안전 자산인 스위스프랑화나 일본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스위스프랑화의 가치는 한 달 만에 12%나 치솟았다. 일본 중앙은행은 달러당 76엔까지 치솟는 엔화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 시장에서 엔화를 대거 매입하고 있다. 금값은 지난 8월3일 온스당 1천7백 달러 선을 위협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날마다 경신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월 첫째 주 종합주가지수(KOSPI)는 2백 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8월5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전날과 비교해 10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종합주가지수는 8월3~4일 60일과 1백20일 이동 평균선을 하향 돌파한 데 이어 8월5일 심리적 지지선이라는 2백일 선 밑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8월2~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흘간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타이완·홍콩 같은 신흥 시장 주식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8월4일까지만 해도 심리적 지지선인 종합주가지수 2천 포인트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5일 공개한 증시 보고서에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 일본 대지진과 방사선 누출도 견뎌내고 회복했던 지수가 2천 포인트이다. 그만큼 쉽게 깨지기도 힘든 지수이다. 이번 주가 조정의 지지선이 지난 6월 저점인 2천30~2천50 선 부근에서 형성될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보았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8월4일 ‘미국 경기가 추가적으로 둔화될 여지가 크지 않고 미국 경기 부양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일본이 지진 피해로부터 회복하면서 미국 경기도 아울러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심리적 지지선이라 일컫던 종합주가지수 2천 포인트가 8월5일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1천9백30포인트 선까지 추락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한국 주식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고 있다(14쪽 상자 기사 참조).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게임즈 같은 일부 내수주를 빼고는 거의 모든 종목이 폭락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내부의 자생력은 사라졌다. 종합주가지수 2천 선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 지표 재평가 시기와 유로 지역 국채 만기를 고려할 때 9월까지는 주식시장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팔자 세가 지나치다는 심리가 커지면서 추가 하락할 소지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경기 지표를 보면 미국의 더블딥(경기가 회복되는가 싶다가 다시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심리적인 영향으로 과매도가 나타났기 때문에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 가까이 폭락한 뉴욕 증시 수준으로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한다면 기술적으로 1천9백대로 빠질 수 있으나 1천9백 선이 지지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주택 시장 위기가 정부 위기로 치달아

▲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유럽 재정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DPA연합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의 투자 정보 섹션 담당 부편집장인 에드워드 헤이더스 씨는 전세계 금융 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책임을 세계 경제의 양축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정부에 돌렸다. 헤이더스 부편집장은 지난 8월 첫째 주 자사 웹사이트에서 중계되는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마련한 구제 방안이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난항을 겪은 미국 부채 증액 협상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안고 있는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와중에 주요 선진국 경기 지표가 형편없다. 이 세 가지 원인이 중첩되면서 세계 금융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 전문가도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지느냐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외부 환경에 달렸다’라고 분석한다. 김학균 팀장은 “(주식시장이 안정되려면) 결국 미국과 유럽에서 나올 지표와 정책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얼마나 빨리 안정을 찾느냐가 반등 시기와 탄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부채 증액 협상이 타결되면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지급 불능(디폴트)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간신히 피했으나 미국 재정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 와중에 미국 정치권이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2085년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5년 동안 해마다 GDP의 8.3%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10년 동안 세수를 15조 달러가량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금액은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합의한 10년간 재정 지출 감축액보다 여섯 배나 많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지난 8월2일 4조 달러 규모 감세안에 부리나케 합의하면서 세수 증대 방안은 물 건너갔다. 재정 지출은 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1인당 의료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가 잇달아 은퇴하면서 연금 수혜자로 변신하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유럽위원회와 독일이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구제 금융의 규모와 집행을 두고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스페인 정치권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긴축 정책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보여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할 듯하다. 프랑스는 미국 못지않게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유럽 2, 3, 4위 경제 대국에서 나타나는 재정 위기 징후는 금융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 국가가 추가적으로 긴축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미국이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조처들이 시행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투매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로버트 배로우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 겸 스탠포드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주택 시장 위기가 정부 위기로 대치되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이 금언을 투자 철칙으로 삼고 있다. ‘투자의 전설’ 피터 린치는 ‘주식 투자자가 공포에 질려 우량 주식을 형편없는 가격에 내놓을 때 투자 기회가 생긴다’라고 갈파했다. 피터 린치는 자기가 거둔 수익의 70% 이상은 공포 탓에 시장이 과대하게 떨어졌을 때 매입한 종목에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8월 첫째 주 세계 증시는 공포에 휩싸였다. 주식 가치나 시장 전망과 상관없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보유 주식을 마구잡이로 던지고 있다.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8월3~5일 2백30 포인트 빠졌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투매하고 있다. 지금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납량 특집’을 경험하겠지만 현금과 배짱이 두둑한 이에게는 ‘여름 세일’ 기간을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폭락 장세에서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할까? 주식투자 전문가들은 낙폭과대주, 게임주, 내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망하다. 경험적으로 종합주가지수(KOSPI)가 급락하고 나서 반등할 때 낙폭과대주의 수익률이 좋았다.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 탓에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하고 나서 다시 반등할 당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이 낙폭과대주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 8월1일부터 낙폭이 컸던 운수장비(-11%), 화학(-9.9%), 기계(-9.3%), 증권(-7.4%) 업종을 눈여겨보라’라고 권유한다. 

게임주는 미국이나 유럽 재정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고 있다. 하반기 새 게임이 출시되고 중국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젠은 중국에 진출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치솟고 있다. ‘검은 금요일’이라 일컬어지는 8월5일 폭락장에도 네오위즈는 9.98% 올랐다. 엔씨소프트도 보합 세를 띄며 선방했다. 엠게임은 상한가까지 올랐다. 게임주는 시장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적이 나아질 것이 분명한 종목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폭락장에서도 내수주로 분류되는 음식이나 의류 업종은 올랐다. 8월5일에도 빙그레, 하이트맥주, KT&G, 농심 주가는 올랐다. 속옷 제조사인 좋은사람들은 5일 연속 상승했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수출주와 달리 내수주는 경기 침체 영향을 덜 받는다. 그렇다 보니 세계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경기 방어주로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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