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에 뜬 의혹의 얼룩, LG생활건강 해칠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8.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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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코카콜라음료 인수 과정에서의 대규모 리베이트 조성 혐의 수사 중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의 늪’에 빠졌다. 이 회사가 지난 2007년 호주 코카콜라아마틸로부터 한국코카콜라보틀링(현 코카콜라음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앙지검 조사부는 현재 조사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측도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곤란하다”라며 말을 아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와 내부 직원 공모 가능성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수사팀은 현재 비리의 몸통에 상당 부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부 인사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코카콜라음료의 물류 창고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수상한 돈거래를 우선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2007년 서울 창동 물류센터를 ㄷ건설사의 자회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오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시가보다 싸게 물류센터를 매각한 뒤, 수억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 추가로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포항에 위치한 부동산 컨설팅업체의 대표인 문 아무개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 문씨는 창동 물류센터를 ㄷ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그 대가로 5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문씨가 코카콜라음료의 고위 임원과 친·인척 관계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직적인 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LG생활건강측은 “회사 차원의 비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 차원의 비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와 공모해 회사 돈을 빼돌렸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LG생활건강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2007년 2월 창동 물류센터를 1백3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일산 물류센터를 임대해 사용해왔다. LG생활건강은 매년 임대료가 과다하게 지급되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내부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이 과정에서 창동 물류센터의 비리까지 덩달아서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산 물류센터에서 확인된 리베이트 액수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리 자체가 조직적이어서 유사 비리에 대해서도 추가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조적 비리가 터져나올지 주목된다. 조사 과정에서 비리가 추가적으로 확인될 경우 LG생활건강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 인수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와 30%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편입한 코카콜라음료가 매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코카콜라음료는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지속해왔다. 생활용품 및 화장품 부문과 함께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그룹 내에서 비주류 계열사로 통했다.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1조8천억원대였고, 주가는 6만~7만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코카콜라음료 인수 직후인 2008년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다. 8월11일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44만6천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잇달아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 올 초 인수한 해태음료가 제자리를 찾게 되면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라고 입을 모았다.

LG그룹은 최근 전자 계열사의 실적 악화로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8월11일  주가(종가 기준)는 6만5천원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주가가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전문경영인인 남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총대를 멨다. 하지만 실적이나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구조적 비리 터져 나오면 그룹 이미지 타격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상황이 더하다.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실적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2010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동안 기록한 영업 적자는 6천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4만원대였던 주가는 불과 세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통신 서비스 업체 LG유플러스 역시 주가가 연일 사상 최저가를 기록 중이다. 올 2분기 역시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인 ㈜LG 역시 기업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주가 역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상태에서 형성되고 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것은 주요 자회사의 실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하락해 있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효자 계열사였던 LG생활건강까지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측은 “현재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후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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