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폐지 이후 5대 재벌 중심으로 계열사 급증…시가총액도 ‘폭발’
  • 김진령·김세희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1.09.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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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의 계열사 수·자산 총액·매출액 변화에서 드러난 특징

MB 정부가 재벌들에게 달아준 가장 큰 날개는 출자 총액 제한 제도(약칭 출총제) 폐지이다. 1986년 도입된 출총제는 수차례 법령 개정을 거치면서 2007년부터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2009년 3월 공식 폐지되었다. 이것은 10대 그룹의 계열사 변동과 자산 변동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8년 말 10대 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3백95개사였다. 이것이 지난 8월 말 5백88개사로 늘어났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산도 5백16조원에서 8백15조원으로 늘어났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59개에서 83개로 늘어났다.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해 삼성그룹은 최근 바이오벤처와 메디슨 등 의료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세 간 계열 분리라는 변수를 안고 있는 SK그룹은 64개에서 90개로 늘어나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게 되었지만, 자산 증가율을 보면 10대 그룹 중 한진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34.8% 성장에 그쳤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율은 62.2%로 현대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팽창 정책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46개에서 83개로 늘어났다. 계열사 증가 수가 1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롯데는 5대 그룹 중에서 가장 특이하다. 중후장대의 장치 산업을 하는 기업들은 자산 비중이 높다. 현대중공업이나 고가의 비행기를 보유해야 하는 한진그룹 등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식품업이 모태인 롯데는 10대 그룹 중에 자산 대비 매출액이 가장 적다. 조사 대상 기간 중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37개 늘어났고 자산은 77.1%나 불어났지만, 매출액은 4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롯데는 재계에서 소문난 부동산 부자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제과 등이 부동산 자산주로 분류될 정도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롯데는 출총제 폐지 이후 계열사를 늘리면서 매출액 증가보다 자산 증가 비율이 더 높아 부동산 탐식벽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그룹의 순위는 10대 그룹 중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LG는 36개사에서 58개사로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36개에서 21개가 늘어난 57개였다. 5대 그룹 중 계열사를 가장 적게 늘렸다. 하지만 ‘월척’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질로 승부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현대차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키는 한편, 시가총액에서도 삼성그룹을 추격 가시권에 놓게 되었다. 건설사 빅3 중 대우건설을 인수해 10위권 그룹 도약을 노리던 금호그룹이 결국 대우건설을 토해놓고 그룹이 분열된 것을 보면, 대형 회사 인수가 힘들기도 하지만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계열사와 매출액 변동을 놓고 보면 5대 재벌과 10대 재벌 사이에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5대 그룹의 계열사 합은 3백71개에 달하지만 5~10위 재벌의 계열사 합은 2백17개. 매출액도 100조원대에서 50조원대로 뚝 떨어진다. 다만 4위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재계 5위 자리는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자산 기준으로 5위인 롯데그룹의 경우 매출액에서 현대중공업그룹에 밀리고 시가총액에서는 근소하게 앞서고 있어 향후 몇 년간의 인수·합병 여부나 매출액 추이에 따라 5위권 안착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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