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정시’ 줄타기가 위험한 이유
  • 최병기│영등포여고 교사 ()
  • 승인 2011.09.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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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입 전략 ⑫ / 수능 성적과의 상관 관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수시 지원 여부 결정해야

▲ 지난 7월10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한 입시 전문 학원이 마련한 2012년 대학 수시 지원 전략 설명회. ⓒ연합뉴스

계속 강조하지만, 수시 지원은 ‘로또’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원해야 한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수시만을 생각하는 지원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시 합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 하향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전략이다. 따라서 수시와 수능, 정시를 모두 고려해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시 지원과 수능 성적의 상관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원을 해야 정시까지 고려할 수 있다.

어른들은 흔히 ‘그냥 원서나 내봐!’ ‘공부하지 말고 당일에 시험만 봐봐!’ ‘고작 하루 이틀인데 수능 성적에 영향이 있겠어!’ 등의 말씀을 하시면서 수시에서 여러 곳을 지원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은 다르다. 필자의 학생 지도 경험상 수능 이전에 전형을 하는 대학에 지원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전형을 지원하든지 간에 최소 1주일에서 최대 3~4주 정도는 수능 공부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상위권 졸업생들은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재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수를 해봐야 내신은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수능 성적을 올려 정시를 공략하기 위해서 재수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대다수는 수능 당일까지 오직 수능에만 집중해 공부를 한다. 그런데 재학생들의 사정은 어떤가? ‘혹시나’ 하는 기대로 거의 모든 학생이 수시에 지원한다.

수능 이전에 전형을 하는 대학들의 경쟁률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아 재학생들이 수능 이전에 전형을 하는 대학에도 상당히 많이 지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술 전형을 예로 들어보면, 수능 이전에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의 경쟁률은 수능 이후에 실시하는 대학보다는 다소 낮다. 그러나 응시율은 수능 이전에 실시하는 대학이 더 높다. 이런 점에 비추어 많은 재학생이 수능 이전에 대학별 고사를 분주하게 준비하고 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능 마무리 학습에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재수생 강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재학생들이 수시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정시까지 지원할 경우 그만큼 불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수시는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이라는 변수로 인해 역대 최다 인원을 선발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정시 선발 인원은 역대 최소가 될 것이다. 또한, 올해 정시 모집은 ‘수능 출제 영역의 변화’ ‘적정 난이도에 따른 출제’ 등의 변수까지 있다. 모집 인원도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재학생 입장에서는 수시에서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부터 수시 지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다시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다.

올해 수시 지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

▲ 지난해 8월 김영길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장이 2012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많은 대학이 수시 모집에서 최초 합격자만 발표하고, 미등록 인원이 발생하면 정시로 이월했었다. 그래서 전형 계획에서 발표한 정시 선발 인원 비율보다는 훨씬 많은 인원을 선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미등록 인원을 추가로 충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교협에서 발표한 수시 전형 계획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상명대(이상 서울)와 경인교대, 공주교대, 전주교대, 청주교대 등 17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에서 미등록 충원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처지에서는 추가 합격자 발표를 하는 대학에 지원해야 합격의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 17개 대학의 경쟁률은 다른 대학에 비해 다소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로 인해 수시의 경쟁률과 등록률은 지난해보다는 월등하게 높아질 것이다. 이는 지원자가 합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만큼 정시 이월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집중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이미 언급했듯이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도 여러 변화가 있다. 먼저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의 경우, 단국대(죽전), 동국대(서울), 숙명여대, 인하대 등은 논술 우선 선발을 폐지했다. 광운대와 동국대(서울), 인하대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논술 비중이 축소되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우선 선발과 일반 선발 모두에서 논술 100%로 선발하는 전형이 하나도 없다.

학생부 반영 비율이 최소 20% 이상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특히 6월 모의평가 백분위)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논술 전형에 대한 구체적 지원 전략은 지난 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많은 대학이 논술고사 시간을 축소하고, 논제 수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인문 논술의 계열이 변화된 대학도 있다. 서강대를 필두로 연세대와 한양대가 기존에는 인문 논술을 인문과 사회(또는 상경)로 분리해 실시했었는데, 올해는 경희대와 이화여대가 계열을 분리했다. 사회 또는 상경 계열 논술을 일반 인문 논술과 분리한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들 모집 단위의 대학 공부에서는 자료 해석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계열이 분리된 대학의 사회 또는 상경 논술에서는 자료 해석형 논제가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준비해야 한다.

적성검사의 경우에도 올해는 단국대(천안)와 중앙대(안성), 한국외대(용인) 등이 처음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적성검사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적성검사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유념할 사항은 이전에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니 그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올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 전형의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셋째, 대학 입시는 상대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수시 지원에서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백분위 성적 특히 6월 모의평가의 백분위 성적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 또한, 이제까지 활동했던 것들의 결과물을 가지고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미래형 성적 자료(대박 날 것으로 예상하는 수능 성적과 몇십 대 일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대학별고사 능력 등)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담임교사와의 심층적인 상담을 통해서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수시는 ‘미등록 충원 기간 설정’으로 인해 합격 가능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오해하고 잘못 활용하면 수시 합격과 수능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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