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선으로 연결된, 도시라는 생태계에 대한 우울한 시선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9.20 1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주일의 리뷰 <모차르트 타운>

<모차르트 타운>은 <애니멀 타운> <댄스타운>으로 이어지는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모차르트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백인 여성 피아니스트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교환교수로 1년간 서울에 머무르면서, 이 도시가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된다고. 그러나 영화는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그와 무심하게 스치는 피아노 조율사, 흑인 이주 노동자를 거쳐 스냅 사진이 걸려 있는 한 가판점에 머무른다. 영화는 가판점 여자를 비추더니, 다시 이주 노동자, 조율사, 조폭 등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간간히 스치는 이들은 도시라는 생태계에서 자신도 모르는 무수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무심한 듯 비추면서, 파국을 예비한다.  

가판점 여자는 남편이 가출한 뒤 좁은 가판대에서 카메라로 행인을 찍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와 채팅하는 조율사는 홀아버지와 함께 살며 갑갑함을 달래기 위해 가벼운 연애를 꿈꾼다. 가판점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조폭은 단란주점 관리를 하며 황폐한 삶을 살아간다. 단란주점 마담은 그를 좋아한다. 이주 노동자 부부는 단속과 임금 체불과 성폭력에 시달리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 모든 삶에 스며 있는 핵심적인 정서는 외로움이다.

하룻밤 데이트에 나선 남녀는 섹스를 할 수도 있지만, 콘돔을 산 여자는 서럽고 쓸쓸한 마음에 운다. 마담은 조폭이 자기 엉덩이를 쥐고 자위하자 외로움을 느낀다. 백인 피아니스트는 살인을 하고 도망치는 이주 노동자와 남편의 연락을 받고 출국하는 가판점 여자를 공항에서 스치지만, 이들의 사연을 알지 못한다. 그가 스치듯 본 도시에는 피 냄새도 정액 냄새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백인 교수의 내레이션이 흐르고, 마담은 눈물이 아닌 오줌으로 조폭을 애도함으로써, 백인 교수의 피상적 시선이 일종의 허축임을 보여준다. 역설적 엔딩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