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지나면 또 어디로 가나”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9.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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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스피스 병동 입원실 터무니없이 부족…비용 적게 드는 5인실은 이용 기간 제한돼 있어

▲ 지난 8월27일 촬영한 고대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의 5인 입원실 모습. 일부 병상이 비어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휴우. 이번에 퇴원을 하면 또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지난 8월27일 고대구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인 완화의료센터의 가족쉼터에서 만난 한 말기암 환자의 가족은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벌써 입원한 지 2주가 넘어가는데 다음 주에는 퇴원을 해야 한다. 집에 데려가자니 그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도 된다. 병원비가 부담스럽더라도 2인실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퇴실 둘러싼 마찰 잦아

고대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에는 5인실이 두 곳, 2인실과 1인실이 각각 한 곳으로 총 13개의 병상이 있다. 병원측의 규정에는 5인실의 경우 입원 가능한 기간이 3주로 제한되어 있다. 2인실이나 1인실에는 이용 기간 제한이 없다. 5인실의 경우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2인실이나 1인실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입원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다른 완화의료 병동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강남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의 경우 입원 가능한 기간이 2주로 제한되어 있다. 고대구로병원의 곽지현 코디네이터는 “완화의료 시설이라는 것이 국내에서는 아직 정착 단계이다. 그런 만큼 이용 기간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별로 규정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로 돌아간다. 3주가 지나 퇴원하게 될 경우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소개를 받은 요양병원이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일부는 퇴원과 동시에 ‘재입원’ 신청서를 작성해두기도 한다. 실제로 취재를 하는 동안 완화의료센터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환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와 그 가족들은 대부분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처를 옮기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환자의 가족 가운데에는 5인실의 빈 병상을 보면서 “이렇게 병상이 비어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5인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2인실이나 1인실로 유인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고대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의 이준용 교수는 “이 문제로 의료진과 환자 간의 마찰이 크다. 그래서 입원 전에 충분한 설명을 한다. 완화의료 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데, 한 환자만 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 입원 환자를 두게 되면 정말 긴박한 상황에서 완화의료 시설을 이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완화의료 병상은 전국에 7백여 개에 불과하다. 인구 100만명당 50개가 적정한 수준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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