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대특종, 정국을 뒤흔들다
  • 김지영·안성모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9.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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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명박 정부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특위’ 구성 나서고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에 착수

<시사저널> 인터넷판은 지난 9월21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탄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이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지난 10여 년간 수십억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을 뒤흔든 ‘신재민 사건’의 시작이었다. 당일 오후부터 각 신문·방송은 <시사저널> 보도를 인용해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3주 넘게 심층·밀착 취재한 끝에 일구어낸 대특종이었다.

3주 이상의 밀착·심층 취재 결과물

본지 취재진은 이회장의 증언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이회장을 만났다. 한 번 만날 때마다 보통 3~4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다. 때로는 밤을 새다시피 하며 이회장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신재민 전 차관 등 여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경위를 자세히 들었고, 그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 자료라고 제시한 내용도 일부 확보했다.

이회장은 2009년 검찰 수사를 받은 직후 SLS그룹을 ‘강탈’당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청와대 등 여권에서 조직적으로 이회장 개인과 SLS그룹 등에 대해 기획 수사를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회장이 신 전 차관 등에 대해 폭로한 것도 SLS그룹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시사저널>은 이회장의 증언과 일부 자료 등을 통해 판단한 결과 이회장의 주장이 나름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9월20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신 전 차관의 전화 인터뷰 이후 정치권 등 주변의 흐름이 심상치 않게 펼쳐진 것이 <시사저널>의 신속한 보도를 이끌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갖가지 루머가 떠돌고 있었다.

▲ 인터넷판 특종 보도(위 작은 사진)와 이를 인용한 일간지 보도들. ⓒ시사저널 박은숙

예상대로 <시사저널> 보도의 파장은 엄청났다. 특히 여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오는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4월과 12월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도 대형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보도가 나간 직후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 빠르게 낸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손학규 대표는 9월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정말로 주저 없이, 성역 없이 수사에 착수해주기를 바란다. 살아 있는 권력, 권력의 몸통에 대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만이 검찰의 사명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회장의 증언 내용에 신빙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입장을 나타냈던 검찰은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검찰은 9월23일 오후 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이회장을 전격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한편, 같은 날 창원지법은 이회장으로부터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진의장 전 경남 통영시장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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