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아파트’에 공무원도 가세했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0.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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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개입’ 제기된 전주 평화동 조합아파트, 의혹 끝없어 구청 공무원 ‘이상한 법령 해석’, 감사원 조사 후 완전 뒤집혀

▲ 전주 평화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시사저널 임준선
전북 전주시 평화동이 ‘무법천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시사저널>은 제1139호(2011년 8월16일자)에 불법·탈법·편법이 난무하는 ‘평화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의 실상을 폭로했다. 기사를 통해 그동안 조합원들을 속여왔던 건설사, 조합, 업무대행사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이들과 지역 조직폭력 단체 사이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대표는 각각 폭력 혐의로 복역한 전력이 있었다. 특히 업무대행사 대표는 전주 지역 최대 조직폭력 단체의 행동대장급 출신으로, 아파트 건설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기에 지역 공무원들까지 연결되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토착 세력이 조직적으로 맞물린 토착 비리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도대체 전주 평화동 지역주택조합 건설에는 어떤 흑막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지난 9월8일 감사원 광주 국민·기업불편센터의 강초순 감사관이 전주 완산구청에 사전 조사를 나갔다. 강감사관은 구청 토지정보팀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실시했다. 완산구청 토지정보담당자는 “토지 소유권 100%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매(양도·양수)는 합법이다”라고 법령을 해석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강감사관은 “민원인의 의견을 검토해 보았더니 타당성이 있었다. 그래서 국토해양부 담당 사무관에게 물어봤더니 ‘행정 처분’ 대상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완산구청에 조사를 나가서 국토해양부에 유권 해석을 받을 것을 권유했고, 같은 답변을 들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기존 완산구청의 법령 해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그 후 완산구청은 이 내용을 토대로 평화동 주택조합원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전매는 불법’이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완산구청 토지정보담당자는 왜 기존의 입장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일까. 조합원쉼터 안은남 대표는 “이미 법령에 명문화되어 있고, 국토해양부에서도 오래전에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것을 완산구청은 거꾸로 해석했다. 조합 등 이해관계자들과 유착되지 않고서는 이런 해석을 내릴 수가 없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구청의 민원 회신 공문에는 이상한 것이 또 있었다. 어찌된 것인지 구청의 주소가 ‘완산도서관’으로, 전화번호는 ‘삼천도서관’으로 되어 있었다. 민원 회신 공문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민원봉사실장의 전결까지 받고, 완산구청장의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조합원들은 구청의 법령 해석 오류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항변한다. 조합에 ‘합법’이라는 명분을 주면서 불법 전매를 도와준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합원쉼터 안은남 대표는 “조합과 업무대행사에서는 구청이 ‘합법’이라고 말한 이후 아파트에 전단지까지 뿌리며 조합원들을 추가 모집했고, 부동산중개사들도 무분별하게 중개에 나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완산구청 토지정보담당인 이 아무개 계장은, 법 해석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 앞뒤가 맞지 않은 해명을 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유착 관계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완산구청 기획감사담당은 “법률 상식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향후 조합원들의 금전적인 피해가 확인되면 징계 감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조합원들, “경찰도 피고소인 편 같았다” 주장

평화동 지역주택조합은 완산구청이 ‘불법’이라고 한 후에도 여전히 “토지 소유권을 100% 확보했고, 조합원 지위 양도(전매)도 가능하다”라며 조합원들을 현혹하고 있다. 조합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을 올려놓았다.

조합과 업무대행사가 공인중개사들과 유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주 시내 최소 수십 개의 공인중개업소들이 무더기로 불법 전매에 나서면서 거액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완산구청은 이 중 악덕 공인중개업소 3곳에 대해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불법 전매에 나섰던 한 공인중개사는 “처음에는 불법인지 몰랐다. 추가 모집을 한다고 하니까 자격이 되는 사람들을 업무대행사로 보냈다. 나중에야 불법인지 알았다. 조합이나 업무대행사가 중개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불법이 아니라며 전매를 조장한 것은 그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전주 지역의 경찰 수사에도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조합원쉼터 대표는 지난 6월 초에 양 아무개 조합장을 ‘회계 감사 위반’으로 전주 덕진경찰서에 고발했다. 얼마 후 덕진경찰서에서는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전주지검에서는 지난 6월30일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덕진경찰서 박 아무개 수사관은 “주택법 시행령 42조를 보면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 기간 내에 관할 시장·구청장에게 보고할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있다. 확인해보니 당시에 회계 감사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합원쉼터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9월28일 전주지검에 항고했다.

<시사저널>은 조합측의 ‘회계 감사 보고 자료’를 검토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조합측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회계 감사 보고서’를 완산구청에 제출한 날짜를 ‘5월24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증거로 한 회계법인 명의로 된 공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문은 ‘가짜’이며 눈속임이다. 기자가 완산구청에 확인해본 결과 조합이 구청에 회계 감사 보고를 한 날은 ‘6월29일’이었다. 조합측이 구청에 제출한 ‘감사 보고서’의 감사 보고서 일자는 6월21일이다. 즉 조합은 감사 보고를 6월21일자로 끝내고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완산구청에는 6월29일에 접수한 것이 된다. 완산구청 건축과 주무관도 “조합이 감사 보고서를 제출한 날은 정확하게 6월29일이다”라고 확인해주었다.

그렇다면 ‘5월24일자 공문’은 어떻게 된 것일까. 완산구청 건축과 주무관은 “감사 보고서가 왔는데, 회계법인 명의로 된 5월24일자 공문이 끼어 있었다. 처음에는 날짜를 잘못 쓴 줄로만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조합은 교묘한 눈속임을 한 것이다.

회계 감사 보고서 보고 날짜가 지나자 약 한 달 정도 앞당긴 ‘공문’을 하나 만들었고, 이를 함께 제출한 후 대외적으로는 “5월24일에 보고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시사저널>과 언론중재위원회 등에도 가짜 공문을 제출했던 것이다.

조합은 ‘회계 감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고 하면서 회계 감사 보고는 “5월24일에 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덕진경찰서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관은 “수사 당시에는 보지 못한 것(공문)이다. 무혐의를 받은 것에 그것(공문)을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의아해했다. 양 아무개 조합장은 “회계 법인에서 6월24일자로 보내야 하는데 날짜를 잘못 써서 보낸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완산경찰서의 수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 53명은 지난 7월14일 전주지검에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인 나리산업개발 대표를 ‘주택법 위반 또는 업무상 배임, 사기,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전주지검은 완산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완산경찰서는 경제팀에 사건을 배당했고, 김 아무개 수사관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김수사관은 지난 9월9일에 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소인 대표인 안은남 조합원쉼터 대표는 “경찰관은 고소인을 조사하면서 마치 피고소인처럼 함부로 대하고 귀찮다는 듯이 조사를 했다. 조사 내내 상당한 모멸감을 받았고, 내가 죄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산경찰서 김수사관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한 적이 없다. 만약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조사관 교체 등도 요구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고소인이 본인의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자 탄원서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안은남 조합원쉼터 대표가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8월31일이다. 이때는 완산경찰서에서 한창 조사를 받고 있을 때이다. 안대표는 “경찰관 기피 신청도 고려했으나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자체 청문 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합원 안 아무개씨(여)도 완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편파 수사를 당했다”라고 주장한다. 안씨 사건은 경제팀에서 진행했고, 앞의 김 아무개 수사관이 진행하다가 오 아무개 수사관으로 교체되었다. 안씨는 “수사관이 중개사나 업무대행사 등 피고소인 편을 들었다. 업무대행사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하니 ‘(업무대행사) 직원의 말실수이다’ 또는 ‘부동산에서 실수한 것이다’라고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피고소인 편이었다. 완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찾아가서 부당한 수사에 항의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안씨는 “경찰은 믿을 수가 없어서 검찰로 송치되면 탄원서를 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지역주택조합에서 언론중재위원회와 등에 제출한 가짜 회계 보고 공문(위)과 발코니 확장 안내문(아래). ⓒ시사저널 우태윤

언론중재위에 가짜 공문 만들어 제출하기도

오 아무개 수사관은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안씨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편파 수사를 하지 않았고, 수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 조사 중에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라’라고 한 적도 없다”라며 오해라고 했다.

주택조합의 양 아무개 조합장은 지난 9월23일 <시사저널>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제소했다. 그런데 조합은 언론중재위원회에도 ‘가짜 서류’를 제출했다. 조합은 지난 6월28일 조합원들에게 ‘발코니 확장’과 관련한 안내문을 보내 “확장 공사 동의율이 80% 이상일 때 일괄적으로 확장하겠으니 동의서를 제출해달라”라고 했다. 

그런데 언론중재위에는 “7월13일에 ‘희망자에 한해 발코니를 확장하겠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다시 발송했다”라며 그 사본을 제시했다. 조합원들의 결정을 요구한 기한이 7월20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지난 8월11일에 취재할 당시에는 시공사와 조합은 ‘안내문’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당시 조합과 시공사는 “현재 희망자에 한해 확장키로 했다”라고만 했다.

조합의 안내문에 따르면 이때는 이미 발코니 확장에 대한 결정이 끝난 때이다. 조합원 동의가 끝났는데, 희망자에 한해 발코니 확장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발코니 확장을 결정하지 않은 다수의 조합원에게 확인해보니 이와 관련해 ‘안내문’을 받은 조합원이 없었다. 즉 조합은 ‘발코니 확장 동의’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짜 서류’를 만들어서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나리산업개발 유 아무개 대표는 “명의를 바꾸고 동·호수를 지정한 사람한테는 모두 보냈다. 왜 못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 평화동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 조합원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불거진 모든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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