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집본 개봉, 새로운 흥행 물꼬 틀까
  • 이지강│영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10.1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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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최종병기 활>, 각각 15세 관람가·확장판 개봉 추진…흥행 성공한 선례 없어 결과 주목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도가니> 열풍이 개봉 3주차를 맞아서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도가니> 열풍은 단순히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로 촉발된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은 사회 안전망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정책적 보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가니>의 재편집본 개봉이 추진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가니>의 재편집본은 15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목표로 표현 수위를 조정한 버전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인해 영화를 접할 수 없었던 청소년관객들의 아쉬움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도가니>는 당초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제작되었지만 아동 성학대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언론 시사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등급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수위를 낮춰서라도 15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영화가 흥행을 거두고 청소년들에게도 관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재편집본 개봉의 현실화를 눈앞에 둔 것이다. <도가니> 제작사 관계자는 “15세 관람가를 위한 재편집본은 개봉 후 얼마 되지않아 작업을 마친 상태이다. 현재 영등위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가니> 재편집본에 대한 영등위 심의 결과 15세 관람가 판정이 내려진다면 청소년들도 <도가니> 열풍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극장가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추석을 넘어 지금까지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최종병기 활>도 재편집본 개봉에 동참하고 있다. 상영 시간을 최적화하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제한 부분을 추가한 확장판 개봉이 추진되고 있다. 수위가 높게 표현된 액션 장면 일부를 추가해 기존 버전보다 10여 분 늘어날 확장판은 현재 영등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안치완 영등위 정책홍보부 과장은 “<도가니>와 <최종병기 활>의 재편집본에 대한 심의는 각각 10월10일과 13일에 이루어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 새롭게 편집된 판본으로 재개봉되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 흥행 성적을 올린 국내 작품을 중심으로 감독 편집판이 개봉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 <써니>가 대표적이다. 15세 관람가로 개봉했던 <써니>는 일부 장면을 추가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감독판으로 재개봉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편집본이 흥행 부흥으로 직접 연결된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흥행 바람이 어느 정도 잦아들 무렵에 개봉되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재편집을 통해 새롭게 공개된 버전이 새로운 관객층 유입보다 기존 관객의 재관람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영화를 처음 접하려는 관객보다는 기존 버전과 비교하고자 하는 기존 관객의 재관람 수요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써니> 감독판의 경우 기존 관객들의 호평에도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도가니>는 다른 재편집본과 재개봉 시점·편집 방향 달라 ‘기대’ 부풀려

하지만 <도가니>는 이전 작품들과는 재개봉 시점과 편집 방향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흥행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10월10일 영등위 심의 결과를 받게 되는 <도가니>는 이르면 개봉 5주차에 재개봉이 가능하다. <도가니>에 대한 관심도를 고려하면 흥행세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는 시점이다. 등급을 낮추어 개봉한다는 점도 흥행에 유리한 점이다. 등급을 상향시켜 재개봉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도가니>는 등급을 낮
추어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재편집본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업계는 <도가니> 재편집본의 흥행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재편집은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작품이 내려온 이후 DVD와 VOD 등 부가 판권 사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가 판권으로 인한 수익이 크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재편집본의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극장에서의 흥행 실적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편집본 개봉의 성공은 수익 창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세상에 수많은 양태의 사랑이 존재하듯, 사랑을 표현하는 영화의 스타일도 제 각각이다. 캐나다에서 온 영화 <브로큰 러브송> 역시 사랑을 말하는 작품이다. 명백히 주인공이 있고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흥미롭게도 영화를 이끄는 것은 사랑에 빠진 연인이 아니라 음악이다.

영화는 밴드 ‘브로큰 소셜 신(Broken Social Scene)’의 공연으로 시작된다. 앵콜을 위해 무대에 오른 보컬이 말한다. “미안해! 너를 젠장(F**king) 사랑해!” 관객들이 그의 말을 연호하면 노래가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 속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미안하게도, 혹은 유감스럽게도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제 막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가 잠에서 깨어난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며 사랑을 품은 남자는 그 하룻밤 때문에 설레는 중이다. 그러나 여자는 다르다. 하룻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아직은 그냥 친구라고 말하는 여자. 두 사람의 감정은 어긋나 있다.

감독 브루스 맥도널드는 이들의 심리를 남자의 독백 그리고 밴드의 음악으로 보여준다. 밴드 브로큰 소셜 신의 공연 실황을 보는 듯한 착각이 그래서 만들어진다. 남녀의 표정 사이로 밴드의 음악이 흐른다. 흥겨운 사운드와 아이러니한 가사는 두 남녀의 어긋난 사랑을 스케치하는 장치이다. 이 스케치는 꽤 흥미롭다.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를 채우는 감정을 음악으로 대체하는 순간의 위트가 돋보인다. 어긋난 사랑의 위기를 뒤집는 클라이맥스의 뻔뻔함도 즐겁다. 모든 것이 어긋나버리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랄까.

그러나 디지털에 저예산으로 찍었음이 명백한 영상은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아쉽다. 밤 장면들의 질감은 뭉개져 있고, 공연의 현장감이 부족하다.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영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내 개봉상의 문제라고 해야겠지만), 영화 속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는 최대 단서인 노래 가사가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어긋나고 있다는 기분. 어떤 의미에서는 원제에 충실한 개봉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원제는 <This Movie is Brok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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