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왜 1.8GHZ를 선택했나
  •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10.2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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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에서 엿보는 주파수의 원리 / 4G LTE는 특성상 넓은 대역 폭 가져야 빠른 속도 구현

ⓒ일러스트 이동수

지난번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SKT)이 9천9백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치르고 4세대(4G) 이동통신의 황금 주파수라는 1.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품에 안았다. 경매라는 가격 경쟁을 통해 전파 이용료를 많이 내겠다고 제시하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주는 제도가 주파수 경매제이다. 대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파수가 무슨 가치가 있기에 이런 거액이 오가는 것일까.

주파수는 무엇이고, 어떤 자원일까?

주파수는 무선통신을 하기 위한 기본 자원이다. 주파수 없이는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파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려면 먼저 특정 주파수의 사용 권리부터 얻어야 한다. 전파는 이용 가능한 주파수 폭이 무한히 넓지만, 사용하는 기술의 한계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분류된다. 전파가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분쟁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이 희소성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특정 주파수를 선점하느냐는 기업의 막대한 이익과 연계된다.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에 몇 번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예를 들어 60Hz(헤르츠) 주파수라는 것은 전파가 1초에 60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셀룰러 휴대전화는 8백50㎒, PCS 휴대전화는 1.8㎓ 정도이다. 1.8㎓는 18억번 진동한다.

전선을 따라 흐르는 전류는 전선이 끊어진 부분에서 전기적인 힘이 어디론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때 없어지는 힘은 공간상으로 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파이다. 전파는 빛처럼 직진하다가 산이나 건물을 만났을 때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투과하거나 휜다. 또 일부는 산이나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곳(뒤쪽)에까지 에돌아 닿는다. 장애물을 끼고 ‘회절(回折)’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하도나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에서 끊기지 않은 채 통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이 회절 현상 때문이다.

만일 전파가 회절하지 않는다면 이동전화를 구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모든 산이나 건물의 전후좌우에 전파 중계 시설(기지국)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파는 진동 횟수(주파수)가 작을수록 멀리 퍼져나갈 뿐 아니라 회절성이 강하다. 따라서 주파수가 낮을수록 이동전화에 유리하다.

하지만 주파수는 이용이 한정된 유한한 국가 자원이기 때문에 휴대전화용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도 한정되어 있다. 그런 자원을 독자적으로 사용하려다 보니 대가(代價)가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주파수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주파수의 용도는 국제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하고, 우리나라도 이를 따른다. 이를테면 주파수 0.3㎒ 이하로 낮은 초장파나 장파는 해상 통신이나 표지 통신, 선박이나 항공기 유도 등의 비상용으로 쓰인다. 0.3~800㎒의 주파수는 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용이다. 3㎓ 이상의 높은 주파수는 회절성이 약해 우주 관측이나 군사용 레이더 같은 특수한 용도에만 쓰인다. 따라서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8백㎒부터 시작된다. 8백㎒는 통신용으로 정해진 한정된 주파수 내에서 진동 수가 가장 작기 때문에 ‘황금 주파수’로도 불린다.

8백㎒ 제치고 1.8㎓에 목숨 걸었던 이유

8백㎒는 1.8㎓보다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 넓은 지역을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고, 장애물 통과 능력 또한 다른 주파수보다 1.4~2배로 높다. 따라서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고, 기지국과 중계기 설치를 다른 고주파 대역보다 덜 해도 되므로 투자 효율성이 좋다.

그런데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KT와 SKT는 1.8㎓ 대역 20㎒폭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당시 정부에서 경매로 내놓은 휴대전화용 주파수는 3종류. 8백㎒에서 10㎒, 1.8㎓에서 20㎒, 2.1㎓에서 20㎒의 대역 폭이다. 이 중 2.1㎓ 주파수는 LG U+가 단독으로 입찰해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8백㎒의 10㎒와 1.8㎓의 20㎒이다. 여기서 상식적인 생각은 주파수가 낮은 8백㎒가 이동통신용 황금 주파수이므로 이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정상인데, 오히려 1.8㎓를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역 폭이다. 데이터의 전송 속도와 가장 밀접한 것은 대역 폭이다. 대역 폭은 주어진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주파수 폭을 말한다. 예를 들어 FM 방송의 경우 할당되고 있는 주파수는 87.5㎒~1백8.0㎒이다. 이 사이의 값은 20.5㎒. 이것이 바로 FM 방송에 대한 대역 폭이다. 하지만 한 방송국의 대역폭은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의 경우 0.2㎒, 유럽은 0.5㎒이다.

KBS2 FM 방송의 주파수 대역을 살펴보자. 89.1㎒ FM 방송을 한다고 할 때 실제로 방송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89.0㎒~89.2㎒이다. 대역 폭이 0.2㎒이다. 반면 AM 방송의 대역 폭은 0.009㎒밖에 되지 않는다. AM 방송이 목소리만 전달하는 정도라면, 대역 폭이 넓은 FM은 고음질의 스테레오 방송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뻥 뚫린 6차선 도로, 경쟁사인 KT는 꽉 막힌 4차선 도로이다”라고 광고하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해당 주파수 대역을 다른 나라에서 얼마나 사용하는지의 여부이다. 글로벌 측면에서 특정 대역을 여러 국가가 동일하게 사용한다면 장비나 단말기의 수급과 로밍 서비스에 유리하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4G 용으로 1.8㎓ ~2.1㎓ 대역을 채용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8백㎒ 주파수의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해외로 나간다면 로밍폰을 따로 빌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따라서 8백㎒를 확보할 경우 그에 맞는 통신망 시설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1.8㎓ 대역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주파수가 낮은 대역과 높은 대역의 회절성의 차이가 줄어든 점도 1.8㎓를 선호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동안 부족한 줄 모르고 사용했던 통신망이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보급이 폭증하면서 순식간에 한계에 다다랐다. 이른바 ‘병목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따라서 속도가 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해법이 바로 4G로의 전환이다.

4G의 기준은 이동하면서도 고화질 동영상이나 3D 입체 영상 등을 끊김 없이 빠르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G의 주요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는 특성상 넓은 대역 폭을 가지면 속도가 빠르다. 이동통신사들이 대역 폭 확보를 위해 적극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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