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한국을 입히는 ‘패션 아이콘’들 훨훨 날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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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디자이너 3년째 1위…젊은 주자 최범석 디자이너, 2위로 ‘껑충’

22%의 득표율을 보인 패션 부문 차세대 리더 1위는 3년 연속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차지했다.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정구호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구호’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그는 미국 휴스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그래픽 디자이너, 뉴욕의 한인 식당주,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그의 활동 반경이 패션 디자인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사> <스캔들> <텔미썸딩> 등의 영화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구호’, 연매출 8백50억원으로 승승장구

▲ 49세. 패션 디자이너이자 제일모직 여성사업부 전무. 그가 만든 브랜드는 다양한 라인으로 세계화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일러스트 장재훈

지난 2003년 제일모직에 인수된 구호는 8년 만에 연매출 8백50억원(지난해)을 올리는 국내 최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했다. ‘구호’는 12년차 브랜드이다. 이미 독립적으로 패션계에 입문한 ‘구호’가 대기업에 소속되어 얼마나 버틸지에 쏠렸던 세간의 우려는 일순간에 사라졌다. 미니멀리즘 돌풍을 일으켰던 ‘구호’는 제일모직에서도 통했다.

지난 7월 김연아 선수가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검정 재킷과 원피스 역시 ‘구호’ 제품이다. 또 그가 기획해 2년 전 첫선을 보인 ‘르베이지’는 ‘최고급 중년 여성복’ 시장을 개척했다. 정전무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헥사 바이 구호’라는 브랜드로 세계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2월까지 뉴욕에서만 세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 홍콩 등지의 편집매장에서도 일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가을 시즌부터는 새로운 여성복 브랜드도 선보이고 있다. 제일모직이 2년 만에 내놓은 여성복 브랜드이다. 일명 ‘루비족(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를 거부하는 40~50대 여성)’을 겨냥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쉽고, 가격의 장점도 있는 여성복 브랜드를 만들어 장사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런칭을 준비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와 대응할 수 있는 국산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호’가 고가 브랜드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구호가 예쁘고 쉬운 옷이 아닌데도 잘 팔린다는 것은 요즘 고객들이 그만큼 새로운 옷을 필요로 한다는 뜻일 것이다. 고객의 뜻과 감각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가면 1천억원의 매출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명품 고객이 입는 명품 옷이 목표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영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3위

정구호 디자이너의 뒤를 이어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씨가 14%의 득표율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위에 이름을 올렸던 최범석씨는 1년 만에 2위 자리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현재 ‘제너럴 아이디어’의 대표이자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에게는 ‘고졸’ ‘동대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여타 유명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번듯한 학력과는 사뭇 다르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의정부, 부산, 홍대 앞 등을 거쳐 동대문에 입성했다. 처음으로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가 흔히 말하는 ‘대박’을 냈다. 지난 2006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쁘렝땅 백화점에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당시 이 백화점에 한국 의류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에게는 당신이 배운 것이 정식이고, 나에게는 내가 배운 것이 정식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수성가한 디자이너이자 파격과 도전의 상징이다. 그가 만든 옷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10여 개국에 팔려나가고 있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2010 동아TV 선정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상’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 가전제품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그 뒤를 이은 10위권 인물들로는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 패션 디자이너 정욱준씨, 패션 디자이너 강진영씨, 패션 디자이너 김석원씨, 패션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등이 눈에 띈다.

이 중 디자이너 정욱준씨는 현재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패션 아이콘 ‘준지’ 컬렉션으로 전세계 패션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남성복 디자이너이다. 최근 제일모직에서 신사복 및 남녀 잡화 부문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그를 영입하며 정구호 디자이너와 ‘투톱’ 체제를 구축시켰다. 디자이너 강진영씨는 지난 1995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브제 강진영’ 매장을 열면서 마니아층을 확보해 스타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스티브J(정혁서)&요니P(배승연)는 부부 디자이너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한국에서도 유통망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그들의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에 입점해 있다. 그들의 옷은 트레이닝복 세트 한 벌이 6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마니아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 밖에도 패션 디자이너 이주영·하상백·이도이 씨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디자이너가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3위에 오르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3세 기업인 패션 리더’로 알려져 있는 그녀는 인재 발굴에도 능하다. 정구호·정욱준 디자이너를 제일모직으로 영입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부사장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동양인 유일의 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에는 이 협회가 ‘차세대 뉴욕 대표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CFDA 패션 인큐베이터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그 밖에도 이부사장은 최근 불우아동들에게 아동 의류 3천벌을 기부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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