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는 처절한 영화…한국 영화, 모험 마인드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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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봉준호 감독

▲ 43세.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2000년 로 장편 데뷔. 2003년 , 2006년 , 2009년 등 감독. ⓒ일러스트 장재훈
INTERVIEW / 봉준호 감독

지난해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했을 때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막 탈고한 상태였다. 지금 그는 체코의 프라하에 가 있다. 내년 3월 촬영 시작을 앞두고 준비를 위해 스튜디오가 있는 프라하로 날아간 것이다. 전화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비싼 4백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설국열차>에 대한 궁금증을 들어보았다. 

봉준호가 영화계의 차세대 리더로 꼽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궁금하다.(웃음) 리더라는 개념이 애매하다. 각자 알아서 다들 잘해야 하지 않겠나. 영화계라는 것이 하나로 뭉쳐진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더라는 개념을 모르겠다.

프라하에는 언제 갔나?

<괴물 3D> 때문에 부산 영화제에 잠깐 갔다가 10월12일에 왔다. 나만 출장식으로 왔다갔다했지 프로듀서들은 9월부터 여기서 계속 준비해왔다. 내년 6월께까지는 계속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후반 작업은 고르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아마 서울에서 하지 않을까 싶다.

시나리오는 만족스러운가?

남들이 만족스럽다고 하면 좋은 것이고….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것이 쑥스럽다.(웃음)

<설국열차>를 장르로 규정하자면?

기차 영화이다.(웃음). 영어 제목이 ‘Snow Piercer’이다. 눈을 뚫고 나간다는 뜻이다(미국의 영화 전문 사이트인 IMDB에서는 이 영화를 스릴러로 규정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 뒤엉켜 있는 사람들 얘기이다. 기차에 사연이 있는 인간들이 모인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이다. 여자, 남자, 어른, 아이, 노인 다 나온다.

본 촬영은 언제 시작하나?

크랭크인은 내년 3월이다. 그때까지는 이쪽에서 다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제쯤 촬영이 끝나는가?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게 찍을 것 같다. 상반기에 촬영이 끝난다고 해도 후반 작업이 한참 걸려서 2012년 말 아니면 2013년 초에나 개봉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작비를 어느 정도 예상하나?

4천만 달러(4백억원) 정도 예상한다. 아무래도 영어권 배우가 많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 제작비가 국내 영화보다는 많이 들었다.

왜 프라하인가?

대형 세트장 때문이다. 여기에 길이가 100m짜리 실내 스튜디오가 있다. <설국열차>는 대부분 세트에서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기를 골랐다.

야외 촬영은?

일부 설원 로케 장면이 있는데, 장소는 아직 결정이 안 났다. 캐나다도 조사해보고, 준비 중이다.

월드와이드 투자사나 배급 라인은 결정되었나?

일단 한국 파트너는 정해졌고 해외 배급선은 계속 협의 중이다.

한국 배우로는 송강호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나머지 배역은 결정되었나?

해외 배우도 거의 결정 났는데 최종적으로 서류에 사인하지 않은 단계라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미 많은 배우를 만났고 얘기가 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확정해야 말할 수 있다. 3월 크랭크 인하면 회사(설국열차LLC)에서 밝힐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모호필름 박찬욱 감독은 미국에 있는데.

박감독과는 통화나 문자를 가끔 하고 있다. 박감독은 <스토커>의 촬영이 끝난 상태로 후반 작업에 들어가 있다.

프랑스 원작 만화와 영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

원작 만화가 있지만 스토리는 완전 다르게 갔다.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 작가가 참여해 대사 번역과 영어식 표현을 손봤다. 이 영화의 80%가 영어 대사이다.

어떤 작가인가?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인 <악마가 네 죽음을 알기 전에>의 각본을 쓴 켈리 마스터슨이 참여했다. 그 영화를 보면 대사가 간결하고 파워풀해 내가 골랐다.

<설국열차>에서는 어떤 상상력을 보여줄 것인가.

처절한 영화이다. 전쟁으로 세상이 망한 뒤라는 극한 조건과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적인 일직선의 공간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영화라는 콘셉트에는 변함이 없다. 기차가 5대륙을 뺑뺑 돌고 있고, 여러 인종이 그 기차에 타고 있고. 말하자면 무국적 공간이다.

컴퓨터그래픽 작업은 누가 맡게 되나?

이번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 처리가 많을 것이다. CG 담당 슈퍼바이저를 할리우드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가 지금 CG 실무를 담당할 복수의 회사를 선정하고 있다.

스태프에 국내 영화인은 없나?

홍경표 촬영감독이 나와 같이 일한다. 프로듀서는 한국인이고, 그 밖에는 독일과 체코 스태프가 뒤섞여 있다.

해외에서 외국 스태프와 큰 예산 규모의 영화를 찍는 부담감은?

지금은 프라하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이 낯설지만 영화 찍기의 본질은 똑같다. 낯선 재미도 있다. 규모가 큰 영화라 세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준비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본 후배 감독의 영화 중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독립영화를 많이 봤다. <파수꾼>(윤성현 감독), <짐승의 끝>(조승희 감독), <불청객>(이응일 감독) 등이 좋았다.

지금 한국 영화계 상황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극장 수도 많아지고 제작 편수도 늘어나고 산업이 세련되어진 것 같은데 모험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그런 것을 감수하려는 마인드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런 것이 아쉽다.

영화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일까?

나는 내가 흥분되는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은 모르겠다.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미리 간파할 수 있겠나. 관객이 무얼 좋아해줄지, 그것을 알고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모르고 하는 것이다. 트렌드가 통계화되거나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나 착각이다. 설사 그것을 통계를 내서 알았다 해도 영화를 만들면 그때는 이미 트렌드가 지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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