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달군 ‘연출 대가’들 화려한 조명 받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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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최용훈·김광보 ‘60년대생 3인방’ 1~3위 차지

연극계 차세대 리더로는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 겸 한예종 교수(48)가 압도적으로 지목되었다. 지목률은 44%. 2위 그룹이 12%인 점에 비해 상당한 차이이다. 전체 순위는 박근형에 이어 최용훈(48·연출가), 김광보(47·연출가), 박명성(48·연극기획자), 양정웅(43·연출가), 조재현(46·배우), 이성열(49·연출가), 고선웅(43·연극연출가) 순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위권에 60년대생 연출가 그룹인 박근형·최용훈·김광보가 이름을 올렸다. 새롭게 상위권으로 진출한 인물은 박명성과 고선웅 연출가 정도이다.



활발한 현장 활동 돋보여

▲ 49세. 서울 출생. 1986년 ‘극단 76단’ 배우로 입단, 1989년 으로 연출 데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청년예술대상 희곡상,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수상.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해 서울예대에서 한예종 교수로 옮긴 박근형 연출가는 지난봄에 <햄릿>을 연출하고, 오는 11월에는 지난해 첫 공연에서 호평을 얻은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의 재공연을 연출하는 등 현장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986년 창단되어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는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자인 최용훈 연출가는 그동안 작은신화가 올렸던 <돐날>과 <황구도>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등 작은신화의 대표 레퍼토리 3편과 신작 1편을 1년 내내 올리는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가인 김광보는 부산 활동과 서울 활동을 병행하면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더 높아졌다. 지난해 초연한 <루시드 드림>을 올 초까지 세 번에 걸쳐 재공연한 그는 지난 2월에 <친정엄마>를, 4월에는 국립극단의 위촉을 받아 무대에 올린 <주인이 오셨다>를 올리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인이 오셨다>도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 9월 재공연을 했고, 이어 10월에는 <지하생활자들>을 국립극단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두 작품 모두 김연출가와 오래 콤비를 이루어온 고연옥 작가가 대본을 썼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두 사람의 콤비 작업은 창작극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이다.

4위는 뮤지컬 기획자 박명성 대표

김연출가의 무대 인생 출발은 조명 디자이너이지만 이내 연출로 바꾸어 그동안 50여 편을 연출하면서 연극계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 4위에 이름을 올린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기획자로 명성이 더 높다. <맘마미아>나 <렌트> <아이다> <쉐도우 댄싱> 등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자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신시는 최근에도 배우 강신일이 나오는 <레드>를 무대에 올리고 있고, <엄마를 부탁해>나 <가을 소나타> 등 연극 레퍼토리도 균형 있게 가져가고 있다.


• I N T E R V I E W  박근형 연출가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시나리오는 머릿속에 있다”

올해 연극계에 특기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것을 꼽겠는가?

국립극장이나 명동예술극장, 남산드라마센터 등 중극장 공연이 활발해졌다. 기존의 동인제 시스템으로 굴러가던 젊은 단체의 활동은 위축되었다. 명동예술극장이나 국립극단 등에서 오디션이 활발하다 보니까 동인제 극단에서
만 작업하던 유능한 연기자들이 더 큰 무대로 옮겨간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회 흐름 때문인지 사회 현상이나 시대에 대한 풍자 연극이 많아졌던 것 같다.

지난해보다 한국 연극계가 좋아졌나?

오디션제가 활성화되면서 능력이 있고, 열정이 있으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좋아진 점이다. 공연 장르가 다양화되면서 한 가지 기능만 잘해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가 정착되는 것 같다.

나빠진 점은?

연극이 갖고 있는 기초 예술로서의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외부 평가에 의해서 좌우되고, 경제적인 능력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단체도 생기고 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이름난 작품이 아니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대학로의 작은 극장에서 올라가는, 가능성이 있고 발전할 만한 연극이 눈에 띄지 못하고 소멸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언론도 웬만하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젊은 후배들이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하는데…. 너무 많은 공연이 올려지니 주객이 전도되어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우리 연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묵묵히 대학로 지하 연습실에서 밤을 새워 가며 고민하는 후배가 많다. 그 후배들이 지치지 않고 조금만 더 버티고 의지를 꺾지않는다면 우리 연극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배우도, 오랜 무명의 세월을 참고 견딘 배우들이 더 빛난다.

칭찬하고 싶은 후배 연출가를 들자면?

<장석조네 사람들>을 연출한 김재엽을 칭찬하고 싶다. 그는 연극이 갖고 있는 문학성이라든가, 연극의 유희성도 추구하지만, 동시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연극이 사회에 대해 갖추어야 할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연극이 사회적 발언만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 땅에 사는 우리의 문제의식을 갖고 작업하는 것은 박수칠 만하다.

다른 장르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영화를 한번 찍어보고 싶다. 아직은 시나리오가 머릿속에만 있다. 번화한 도시의 뒷골목 그늘에 가리워진 사람들의 얘기를 재밌고 밝게 한번 풀어내고 싶다.

학교 수업은 어떤가?

나는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과 같이 놀려고 한다. 내가 배우는 것도 많다. 내가 젊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무뎌진 감각이 많더라. 학생들 발표를 보면 자극이 많이 된다. 요즘 젊은이는 고민, 공포, 이런 데 눌려 사는 것 같다. 누구나 고민은 있다. 문제를 공개해 같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쉽게 찾아지지 않겠지만, 속으로 고민하는 것보다는, 혼자만 앓기보다는 털어놓으며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본인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나?

나는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이야기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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