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현대화 고민하고 후학 가르치니 ‘좋을시고’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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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강은일 교수 공동 1위…상위권에 해금 연주자들 몰려

국악 분야는 올해 조사에서 새로 신설되었다. 차세대 국악계 리더로는 국악고 26기 동기가 나란히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원일 한예종 교수와 강은일 서울예대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이어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대금 연주자 김정승, 판소리의 이자람과 장문희, 김성아 한양대 교수(해금), 판소리의 최수정·정수년(해금) 등이 뒤를 이었다.

특이하게도 해금 연주자(강은일, 김성아, 정수년)가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최근 국악 솔로 악기로서 해금이 각광받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국악고 26기, ‘황금 기수’로 꼽혀

전통 공연 기획자인 한덕택씨는 이번 <시사저널> 조사 결과에 대해 “차세대 리더로서 원일이나 강은일이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둘 다 국악의 현대화를 고민하고 창작 결과물을 내놓는 한편,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등 균형 잡힌 활동을 통해 차세대 국악을 이끌 기둥이다. 좋은 연주자가 교수직을 겸하면 연주를 게을리하는 딜레마에 빠지는데, 이 둘은 그것을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원일 교수는 대중에게는 국악인이라기보다는 영화음악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종상 음악상을 네 번이나 받는 등 영화음악, 무용음악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실험적인 작업과 대중적인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 나이 또래의 한국 음악가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연주인이자 작곡가 겸 국악인이다.

강은일 교수는 해금의 인기에 불을 지핀 인물로 <오래된 미래> 등 앨범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국악고 26기의 약진이다. 1967년생인 이들은 국악계에 중추를 형성하면서 황금 기수로 꼽힌다. 원일이나 강은일, 소리꾼 김용우, 해금의 김애라 등이 그들이다. 김애라는 정수년, 강은일과 더불어 해금계의 ‘쓰리 디바’로 꼽히고 있다.

순위에 들어간 인물 중 이자람은 국악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창작한 <사천가>와 <억척가>는 동시대성이라는 미덕까지 추가하면서 판소리이자 연극이라는 판소리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다는 찬사를 끌어내고 있다. 사천가는 재공연할 때마다 객석 점유율이 70%가 넘는 인기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김성아 교수와 정수년은 국악 명가 출신이다. 김성아는 연극인 김성녀의 동생으로 부친과 모친이 국악 연출가와 배우였다. 또 정수년은 시아버지가 명창 정권진으로, 판소리 명가의 일원이다.


▲ 44세. 추계예대 학사, 중앙대 대학원 작곡가 석사. 대종상 영화음악상 네 차례 수상, 2000년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받았다. 2000년 국립무용단 음악감독, 바람곶 대표 겸 한예종 교수. ⓒLG아트센터 제공
• I N T E R V I E W 원일 한예종 교수 겸 바람곶 대표
“전통 악기 소리, 현대인 정신에 큰 도움”

원일 교수는 국악 분야 차세대 리더로 뽑힌 데 대해 “책임감과 부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선정 소감을 밝혔다.

“지금의 내 나이는 우리 음악에 대한 프라이드, 자부심 같은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때이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질풍노도와 같이 창작자로서 하고 싶은 일을 많이 벌이고 다녔다. 타악 그룹 푸리로 활동하고 무용이나 영화음악에도 많이 참여했다. 그때는 전통은 좀 낡은 것이 아니냐, 국악은 소외받고 변방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곶이라는 팀 활동을 하면서 우리 음악의 방법론, 우리 음악을 우리 음악답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다. 우리 음악 안에 창작 원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음악 안에 내가 예전에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나 스스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영화음악이나 무대음악에 좀 더 깊이 있게 적용할 것이다. 서양 악기를 쓰더라도 한국적인 것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게 한국 악기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전통 악기는 인간에게 이로운 진동을 만들어내는 악기이다. 그 에너지가 사람을 이롭게 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악기의 소리가 지금껏 전승되고 있다. 지금 현대인에게 정신적으로 필요한 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



▲ 44세. 한양대 음대 졸업. 2005년 올해의 예술상 전통 예술 부문, 2006년 전통예술 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해금을 요즘처럼 인기 있는 크로스오버 악기로 만든 데는 강은일의 역할이 크다. 강은일은 지난 1990년 KBS 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갔다. 당시 <국악춘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담당 PD가 “신광웅 선생과 함께 재즈를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했고, 그것이 방송되면서 해금과 재즈의 협연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해금이라는 전통 악기와 연주자 강은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였다.

지난 2002년부터 그는 솔로 연주자로 해금과 서양 악기, 록음악과 가요 등 악기의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협연을 시도해 해금 자체를 대중화시켰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활>에서는 그의 첫 앨범 <오래된 미래>의 곡들이 모두 OST로 활용되었다. 지난 2003년 출시한 <오래된 미래>는 국악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장이 넘게 팔리면서 슈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모두 세 장이 나왔고, 4집 <해금 랩소디>가 녹음이 끝나고 올겨울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는 해금을 대중화시킨 자신의 연주에 대해 “전통의 에너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지금 시대에 맞게 가져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리듬이나 선율, 시김새 등 그런 것을 버리지 않고 가져오면서 지금의 우리와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은일은 요즘 해금끼리의 합주를 연주하고 있다. “해금이 다른 악기와의 협주는 훌륭한데 정작 같은 해금끼리 합주할 때는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라는 이유에서다. 터키 국립오케스트라와 해금 협연을 성사시켜 자신감을 얻은 그는 국내 공연에서 이를 성사시키려고 기획 중이다. 물론 해금이라는 악기를 세상에 더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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