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KMDC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도움 안 받았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0.31 02: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얀마 광구 특혜’ 의혹 받고 있는 이영수 KMDC 회장 / “특혜? 터무니 없다”

 

▲ 지난 10월19일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는 이영수 KMDC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이영수 KMDC 회장이 언론의 표적이 된 지는 오래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그를 추적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현 정권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대형 사건들마다 그의 이름이 등장하고, 국회 내에서는 “이회장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라는 야당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그럴수록 이회장은 더욱더 베일 뒤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얀마 광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KMDC는 현 정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왕차관’으로 불리며 자원 외교의 선봉에 섰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여권 고위층 인사의 이름이 뒷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의혹의 중심에 이영수 회장이 놓여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는 한나라당의 뿌리인 옛 민자당 시절부터 청년 조직을 이끌어온 ‘숨은 실세’였다. 1992년 대선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 수행단장을 지냈고, 1997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경호실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여권의 양대 사조직 중 하나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었다. 박영준 전 차관이 이끌었던 ‘선진국민연대’가 워낙 유명세를 탄 탓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이회장 역시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는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상임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폭넓은 인맥 자랑

 

 

오랜 정치 경력으로 인해 이회장은 여권 내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입지로 인해 특혜 의혹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분위기이다. 이회장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를 적극 지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아 한나라당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10월18일부터 2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 마포구 공덕동 KMDC 사무실에서 이회장을 만나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물었다.

미얀마 해상 광구 사업과 관련해 박영준 전 차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나?

이 정권 들어서 박차관을 사석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우연히 행사장에서 한 번 본 정도이다. 그런데 무슨 도움을 받겠나. 나는 지금까지 미얀마를 40여 차례나 방문했다. 한국의 차관이 제3국의 대통령에게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주라고 해서 주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박차관은 미얀마를 단 두 번 방문했는데, 그것만으로 그곳의 대통령을 움직일 수는 없다. KMDC의 경우, 파트너를 잘 만났고 파트너를 통해 유력자를 소개받은 것이다.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면 미얀마 정부의 특혜를 받은 것이지,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지난해 12월 박 전 차관이 미얀마를 방문해 KMDC 등 한국 기업을 에너지부 장관에게 소개해주었다고 하는데.

박차관은 당시 KMDC가 내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에너지부 장관이 우리 회사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니까 대사관으로부터 나중에 전해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박차관이 미얀마에 있을 때 나는 베트남에 있었다. 현지 자동차업체를 방문 중이었다. 출입국 관리 기록만 보아도 다 나온다. 크리스마스이브 때라 더욱 기억이 난다.

이 문제에 대해 박 전 차관은 국회에서 “당시 (미얀마 광구 사업에 대해) ‘위험할 수 있다. 사고 날 수 있다’라는 말을 했고, 귀국해서도 석유공사 사장 등에게 이러한 지시를 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 이영수 KMDC 회장이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광구 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시 참석한 한국 업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부 장관이 40여 분 동안이나 KMDC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화제가 된 것은 맞다. 잘 모르는 회사인데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파트너인 BOC 사는 호주와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12개 광구에 참여하고 있는 노련한 회사이다. 이 회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공동으로 사업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의 회장과 의형제를 맺을 만큼 친분이 두텁다. 나를 신뢰하고 있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이 이 사업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다’라는 식의 공문을 총리실과 지식경제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이다. 거의 방해를 한 것이다. 협조가 전혀 없었다. 당황스러운 일이다.

박 전 차관이 아닌 정치권의 다른 유력 인사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미얀마는 외교적으로 서로 친숙한 국가가 아니다.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없다. 인맥을 쌓으려면 한두 번 방문한 것으로는 안 된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인 데다가 지난 50년간 정체되어 있던 국가이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못 해주고 있다. 오히려 무기를 지원하고 기술도 가르치는 북한이 더 가깝다고 보면 된다.

 

 

자본금이 16억5천만원인 신생 업체가 어떻게 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광구 사업권을 따낼 수 있느냐는 의혹이 많다.

처음에 미얀마를 방문하기 시작할 때 1억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 16억5천만원으로 늘렸다. 이를 종잣돈으로 해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상 증자 등을 통해 31억5천만원으로 만들었다. 현재 자본 총액은 55억원이며 차입금까지 포함하면 75억원 정도이다. 작은 회사가 아니다. 페이퍼컴퍼니라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일용직을 제외한 정규 직원만 30명에 이른다. 전문 인력이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석유공사 기술원장을 지낸 이종화 부회장, 물리 탐사 전문가로서 석유공사 개발·생산 부사장을 역임한 부범석 상임고문,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서 각각 근무한 강성덕 전무와 장혁준 고문, 유전 계약 전문가로서 석유공사 출신인 김상엽 변호사 등 어느 회사보다 뛰어난 전문가가 많다.

석유공사 등에서 해당 광구에 대해 사업성이 없다는 판명을 내리지 않았나?

얼마 전에야 한 개 광구의 검토가 끝났다. 많은 전문 인력이 몇 개월간 매달려 검토하고 해석한 결과이다. 석유공사 팀장 한 명이 한 시간 둘러보고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빈 광구라고 한 것이다. 애초부터 개발 의사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광구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나?

총 네 개의 광구 중에서 A4 광구 한 곳에 대한 해석이 끝났다. 여기서 두 개의 유망한 구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상당히 좋은 구조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관련 기술자라면 똑같은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CSJ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앞세워 코스닥 상장 기업인 유비컴의 경영권을 확보해 우회 상장을 시도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KMDC는 우회 상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자격 자체가 없다. 그리고 CSJ네트웍스는 KMDC와 전혀 별개의 회사이다. 지분 출자도 없고, 특수관계인도 없다. 투자 전문 회사로서 자원 개발 부문에서 KMDC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이고, 이번에 유비컴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라고 본 것이다. 유비컴은 지난 2년 동안 미얀마에서 3백8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KMDC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연 매출 1천만 달러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통신망 사업 등 다른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유비컴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3백70%나 폭등했는데.

주가 폭등은 CSJ네트웍스에 앞서 다른 투자회사가 유비컴에 대한 인수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CSJ네트웍스에서 계약한 시점 이후에는 얼마 오르지 않았다. KMDC 명의로 된 유비컴 주식은 하나도 없다.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KMDC에서 이득을 볼 것이 없다. 그리고 자원 개발 업체는 일반 공모가 안 된다. 향후 자원 개발 전문 국내외 투자 기관을 통해 자금을 공모할 계획이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 24억원을 받아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신회장과는 친한 사이가 아니다. 긴밀한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후원회에서 처음 인사를 했다.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술집에 같이 간 적도 없고, 업무적으로 만난 적도 없다. 다만 골프를 치는 아들이 삼화저축은행 프로골프단에서 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부탁을 한 적은 있다. 신회장이 흔쾌히 허락해서 아들로서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코치비를 지급하고 배운 것이다. 그 정도 사이인데, 그렇게 큰돈을 나를 통해서 정치권에 전달을 하겠나. 대통령 선거도 아닌데, 상식 밖의 일이다. 검찰에서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진술했다.

홍준표 대표가 2008년 8월 태권도협회 회장에 취임하자 제일 먼저 특보로 임명되었다. 긴밀한 사이라서 그런 것 아닌가?

한나라당에 오래 있었던 정치인들 치고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전부터 세계태권도협회 부총재를 지내는 등 태권도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부회장 맡으라는 것을 고사하고 특보 자리를 맡은 것이다.

올해 홍대표와 함께 미얀마에 갔다 온 적 있나?

그것도 오해이다. 나는 미얀마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보다 미얀마에 더 오래 있었다. 우연치 않게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이 미얀마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미얀마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홍대표가 온 것이다. 특보로서 행사에 참여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미얀마에 남았고, 홍대표는 먼저 귀국을 했다. 같이 간 것이 아니라 미얀마에서 만난 것이다. 그리고 홍대표는 미얀마 광구 사업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 알았을 것이다. 도움받을 것이 없다. 당시 여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나. 무슨 상의를 하겠나.

홍대표 의원실에서 일한 직원이 현재 KMDC 사내이사로 취직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KMDC 이사로 있는 ㄱ씨가 영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유학 시절, 잠깐 한국에 왔을 때 국회를 보고 싶다고 해서 홍대표 보좌진이 안내해준 적은 있다. 방학 동안 경험하고 싶다고 해서 며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홍대표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나 해서 국회에 알아봤는데, ㄱ씨가 국회에서 근무한 기록은 전혀 없었다.

자원 개발 측면에서 미얀마는 어떤 나라인가?

상당히 가능성이 많은 국가이다. 지난 50년 동안 개방되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외에는 아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류 문화가 거세게 확산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다. 미얀마 개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광구 개발 사업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 마치 빈 광구로 사기를 친 것처럼 여기는 것에 불쾌해하는 것이다. 자칫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정치적 이슈로 삼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친해지자고 손을 내미는데 뒤통수를 치는 것은 손해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