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70억’ 축복인가, 재앙인가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1.1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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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식량 부족·자원 고갈 등으로 지구촌 미래 불투명

유엔은 10월31일자로 세계 인구가 70억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인구 폭발에 기절초풍했다. 10월31일은 마침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이다. 이제 인류가 할 일은 할로윈 성신을 만나 인류의 구원을 비는 수밖에 없다고 야단이다. 인류 종말의 신호를 비웃듯 유엔은 한술 더 떴다. 세계 인구가 2083년에는 100억명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인도만 한 나라가 세 개 더 늘어나는 것과 같다. 70억명도 벅찬데 100억명이 되면 무엇을 먹고 사느냐 하는 공포가 엄습해야만 정상적이다.

그러나 70억명의 부모들은 대체로 태평하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에서는 70억 번째로 태어난 아기들을 축복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기 아이가 70억 번째를 찍었다며 ‘70억의 축복’을 먼저 차지하겠다고 경쟁까지 벌인다. 유엔도 이 소동에 끼어들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어떤 아기가 70억 번째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아기가 태어난 병원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새로운 탄생을 축복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인도와 스리랑카에서도 70억 번째 탄생을 반기는 행사가 있었다.

출산율 급격히 줄어 ‘인구 폭발’은 없을 듯

그러나 축복이 전부는 아니었다. 70억명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70억명이 먹을 식량, 깨끗한 물, 주택,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할 해답이 없는 한 인류는 축제보다는 깊은 고민을 할 때라는 우려가 많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런 경고와 우려를 압도하는 엉뚱한 분석도 있다. 종(種)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공룡이 멸종되었듯이 인류도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멸종될 수도 있었음에도 70억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고 인간의 승리로 보아도 된다는 분석이 이색적이다. 

 70억명은 분명히 인류가 직면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현재 지구는 기후 온난화, 식품 가격 폭등, 자원 고갈 등으로 70억명을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이미 10억명은 하루 2달러로 연명하는 절대 빈곤 속에서 굶주리고 있다. 그럼에도 70억 번째의 아기가 30억명 또는 60억명 때 태어난 아기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것이라는 데 대다수 인구학자는 공감한다.

이들의 주장이 타당한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60년대의 세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인구는 30억명이었다. 높은 영아 사망률에도 그때의 연 인구 증가율은 2%를 넘었다. 2%의 증가율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이 추세로 가면 35년 후에 세계 인구는 다시 두 배가 된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1999년에 세계 인구는 60억명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35년 후에는 세계 인구가 다시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여기서 변곡점을 맞는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신의 은전인지는 몰라도 1960년대에 정점에 도달했던 인구 증가는 갑자기 둔화되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개도국에서 가임 여성 한 명당 출산율은 5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이대로 가면 2100년의 세계 인구는 100억명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인구 폭발 시대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얘기이다. 이제 한숨을 돌리고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를 만난 셈이다. 1960년대의 인구 전망은 암울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인구학자 폴 에르리히는 자신의 저서 <인구 폭탄(population bomb)>에서 인류는 식량과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따라서 향후 10년간 대량 기아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에르리히는 오판했다. 지난 50년간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앞질렀다. 2009년의 1인당 식량 생산은 1961년보다 41% 증가했다.

인구 과잉에 따른 공포가 가장 심한 나라는 인도이다. 그러나 인도는 1960년대의 ‘녹색 혁명’을 통해 식량 생산을 37% 늘렸다. 그 결과 2.6배 늘어난 인구를 먹일 수 있었다. 세계의 구석구석에는 아직 식량 배분과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1961년 이후 늘어난 40억명을 그럭저럭 먹여 살리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70년 동안 다시 30억명이 늘어나도 대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유사 이래 가장 건강하다. 식량 공급이 늘어나고 임신부의 섭생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에 인도에서 태어난 아기의 생존율은 1960년에 태어난 아기보다 두 배 높다.

70억명 시대에 태어난 아기는 1960년대 아기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 지난 50년간 개도국의 교육 환경은 현저히 나아졌다. 이 기간 중에 취학 아동이 대폭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교육 면의 개선은 괄목할 만하다. 1960년에 인도에서 태어난 여아들은 겨우 3분의 1이 초등학교를 마쳤으나 지금은 4분의 3으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더 나아질 전망이다. 신생아가 빈곤 속에서 성장할 확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개도국의 경우 신생아가 세계은행이 정한 최저 빈곤선인 하루 1.25달러로 살아갈 확률은 1981년의 50%에서 2005년에 25%로 하락했다. 인도의 빈곤지수는 1981년의 60%에서 2005년에 42%로 낮아졌고, 계속 하락세에 있다.

모든 나라가 인도처럼 잘 대처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은 아직 절대 빈곤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인구 증가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해서 인구 폭발의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류는 증가하는 인구를 먹이고 빈곤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지혜를 짜내야 한다. 미국 미시건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램 교수는 지난 50년의 경험으로 미루어 세계 인구 70억명 돌파에 너무 경악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 안주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기관들이 제공하는 경제 수치들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기관들은 자신들의 기아 극복 프로젝트 덕분에 삶이 나아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하루 1.25달러라는 최저 빈곤 기준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 지난 10월31일 레바논에서 70억명째 태어난 아기들을 선정해 기념 행사를 열었다. ⓒEPA연합

학자들 “세계 인구의 적정선은 10억명 선”

단지 생존이라는 시각에서 70억명은 견딜 만하다는 낙관은 인류의 본질적 문제를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인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지구상의 다른 종들은 오로지 인류에게 먹이를 대주기 위해 존재하는가? 그들의 생명을 약탈하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인류는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10억명 선의 세계 인구가 적정선이라고 주장한다. 이 수준에서는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요했다. 이 시대와 비교하면 70억~ 100억명은 숨이 막힌다.

종교 지도자들은 더 많은 ‘신의 종’을 확보하기 위해, 독재자들은 더 많은 노예가 필요해서, 많은 인구를 선호한다. 농경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얻기 위해 출산을 장려했다. 대기업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소비자로서의 인구 증가를 바란다. 중국이 경제 강대국이 된 것도 13억 인구 덕택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런저런 욕망의 경쟁에서 망가지는 것은 지구뿐이다. 지구는 하나이다. 70억명의 인구는 인류에게 새 이정표를 던졌다. 앞으로 100억명 혹은 5백억명 시대가 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부 학자들은 인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2백년 계획을 세우자고 제의한다. 2백년 안에 인간의 욕망과 이 욕망을 받아주는 대자연의 관용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제는 인구 증가를 낙관하든 비관하든 관계없이 모두가 음미할 숙명으로 다가온다. 이는 어쩌면 창조주의 계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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