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족쇄 끌고다니는 미국 대학생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1.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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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생 평균 2만 달러 이상 학비 융자받아 / 내년 1월 시행 ‘경감 조치 행정명령’ 기대

미국에서도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눌려 신음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학비를 감당하는 데 애를 먹고 있고 결국 대다수는 거액을 융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학비 융자 빚더미에 올라 있다. 미국 대학생들은 한 해 평균 5천 달러씩 융자를 받고 있어 졸업하면 2만 달러 이상의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셀 오바마 여사는 대학과 로스쿨까지 마치고 나니 두 사람의 학비 융자금 빚이 12만 달러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미국 경제에서는 학비 융자 부채가 총액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해 신용카드 빚을 추월했다. 앞으로 미국의 중대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학비 융자 빚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다.

미국의 대학 학비는 천차만별이다. 4년제 대학만 하더라도 공립인 주립대학들과 사립대학들 사이에는 격차가 크다. 또한 대학이 있는 지역의 출신 학생들과 다른 주 또는 유학생 출신들과는 학비에서 두세 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주립대학들 중에서 톱5 안에 꼽히는 버지니아 주립대학(UVA)의 경우 올해 대학생들의 순 학비는 버지니아 출신 거주민이 1만2천 달러이다. 여기에 기숙사비와 기타 경비를 포함한 학비 총액은 2만4천 달러 정도이다. 이에 비해 버지니아가 아닌 다른 주 출신이거나 한국 등에서 온 유학생일 경우 순 학비는 3만6천 달러로 꼭 세 배 비싸다. 기숙사비는 누구나 같기 때문에 학비 총액은 4만9천 달러로 두 배 차이가 난다.

학비 ‘천차만별’…유학생은 세 배나 비싸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LA 캠퍼스(UCLA)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UCLA의 순 학비는, 캘리포니아 출신 거주민은 1만2천7백 달러인 데 반해 다른 주 출신과 유학생은 3만5천 달러로 거의 세 배가 차이 난다. 역시 기숙사비는 누구나 같게 부담하기 때문에 학비 총액은 거주민이 2만3천 달러이고 다른 주 또는 유학생은 4만6천 달러로 두 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학력평가 기관인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4년제 공립대학들의 순 학비는 평균 9천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기숙사비와 각종 경비가 1만 달러 이상 추가된다. 반면 4년제 사립대학들의 평균 순 학비는 3만5천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대체로 성적 우수자들이 장학금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더 흔하게는 가정의 소득에 따라 학비 보조를 받아 엄청난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 세제 혜택과 경비 등을 제외한 연 소득이 3만 달러대이면 주립대학을 사실상 무료로 다닐 수 있다. 하버드·예일 등 명문 사립대학들은 부모의 연소득이 6만~6만5천 달러이면 사실상 학비를 거의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다.

미국 대학생들은 해마다 부모들과 자신들의 개인 소득을 보고한 결과를 토대로 FAFSA(팹사)를 신청하면 연방 교육부가 소득 수준에 따라 펠그랜트라는 연방 무상 보조액을 결정해준다. 이를 토대로 각 주별로 정해진 주 정부 무상 학비 보조금을 산정해준다. 펠그랜트 연방 무상 보조는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가정이면 최대치인 연 5천5백 달러를 지원받고 연소득 4만 달러 이하이면 4천 달러 안팎을 보조받게 된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주 정부 무상 보조는 연방 정부의 두 배가 넘는 액수가 지원된다.

무상 원조는 갚을 필요가 없는 학비 지원이므로 학비를 깎아주는 셈이 된다. 무상 원조를 제외하면 대학생들은 졸업 후 갚는 학자금을 융자받게 된다. 무상 원조와 학자금 융자로도 충당하지 못하는 잔액은 학부모들이 직접 납부해야 한다.

연 소득이 많으면 무상 원조와 융자를 받지 못하고 많은 학비를 직접 내게 된다.

이런 체제 때문에 3천6백만명에 달하는 미국 대학생들은 현재 학자금 융자 빚더미에 눌려 신음하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학자금 융자가 사상 처음으로 한 해 1천억 달러, 전체 규모로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미국 대학생들이 받은 전체 학자금 융자 총액은 5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이로써 풀타임 학부에 재학 중인 미국 대학생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4천9백63달러를 학자금으로 융자받아 10년 전에 비해 6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 지난 10월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학비 융자금 경감 조치에 대해 설명한 뒤 학생들과 악수하고 있다. ⓒUPI 연합

10명당 1명꼴 학비 융자금 제때 못 갚아

이는 미국 대학생 대다수가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면 2만 달러 이상의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미국인들에게는 신용카드 빚보다 학자금 융자 빚이 더 큰 고통이다.

더욱이 미국 대학생들은 최근 들어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학자금 융자 상환금을 제때에 내지 못하는 디폴트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 학자금 융자 디폴트 비율은 불경기 직전인 2007년 6.7%에서 2009년에는 8.8%로 급등했다. 현재는 그보다 더 올라갔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대졸자 10명당 1명이 학비 융자금을 제때에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미국에서 학자금 융자액은 개인 파산을 하더라도 탕감받지 못하고 반드시 갚도록 되어 있어, 미국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학비 융자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두 가지 경감 조치를 행정명령으로 단행했다. 오바마의 방안은 5백80만 재학생들의 융자금을 정부 직접 융자로 통합해 이자율을 0.5% 인하해주고 1백60만 졸업자들의 월 상환금을 소득의 10% 이내로 정해 수백 달러씩 줄여주는 조치이며, 이는 새해 1월부터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정부 직접 융자와 정부 보증 민간 융자를 모두 이용하고 있는 5백80만명의 대학생들에게 하나의 정부 직접 융자로 통합시켜줌으로써 이자율이 낮아지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조치이다. 연방 교육부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학비 융자 이자율이 현행보다 0.5%포인트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대학 졸업 후에 갚아야 하는 월 상환금이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해주게 된다.

또 졸업 후 20년 동안 상환한 다음에도 남은 학비 융자 빚은 탕감받게 된다. 이 방안은 당초 2014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시행 시기를 2년 앞당겨 2012년 1월1일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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