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맛’ 잡아라” 맞수 혈전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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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가공식품 앞세우고 바이오 시장까지 진출…오리온, 제과 명품 브랜드로 우뚝
▲ 중국 칭다오에 있는 CJ제일제당 사료 공장. ⓒCJ제공

한국 음식료업체가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음식료품 금액은 2009년과 비교해 44% 늘어났다. 국내 음식료업계 대기업들은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판매망을 갖추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문화와 생활 습관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국내 음식료업체가 중국인들의 입맛을 공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업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곳은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이다.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은 중국 사료 첨가제·조미료 소재·가공식품·과자 시장을 장악하며 눈에 띄는 영업 실적을 거두고 있다. 두 업체는 글로벌 음식료 기업으로 성장할 기초를 중국에서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국내 가공식품과 사료 첨가제 시장의 선두업체인 CJ제일제당은 이제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다. 2013년까지 해외 시장에서 매출액 5조원을 거두어 총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 사료 첨가제 사업에서 세계 1위 지위를 확고히 한 뒤 곡물 사업까지 벌여 농·식품 복합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생산 기지이자 소비 시장이다. 동부증권은 ‘CJ제일제당은 앞으로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연평균 8.7%, 15.5%, 18.4%씩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내수 소재 식품 기업에서 가공식품과 해외 사업 덕에 아시아 성장 음식료업체로 재평가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사료 현지 생산·판매 사업까지

해외 바이오 사업이 효자이다. 영국 금융그룹 HSBC는 ‘2013년까지 (CJ제일제당) 해외 바이오 법인이 실적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은 조미료 소재인 핵산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가축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시장에서는 일본 아지노모토나 중국 GBT와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사료 첨가제 라이신이나 음식 조미료 소재 핵산 같은 바이오 사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세계 1위 공략을 위한 생산 기반을 중국에 갖추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랴오닝 성 선양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사료 첨가제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선양 공장이 가동되면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까지 생산 능력을 65만t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동부증권은 ‘해외 바이오 법인은 내년에 라이신과 핵신 판매 증가로 매출 1조4천억원, 영업이익 2천4백억원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결 영업이익에서 해외 사료 첨가제 사업이 기여하는 비중은 올해 40%에서 2014년에는 4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사료 첨가제 사업과는 별도로 사료를 생산·판매하며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중국 선양, 칭다오, 하얼빈 등지에서 여덟 개 사료 생산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산둥 성 요성에 아홉 번째 사료 공장을 건설한다. 유종하 CJ제일제당 사료사업부문장은 “중국 내 사료 사업을 두 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2012년까지 글로벌 사료 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가공식품 업계 1위답게 CJ제일제당은 빠르게 중국 시장을 차지했다. 가공 사업 분야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CJ제일제당은 쇠고기 다시마를 닭고기 다시마로 바꿔 중국에 출시했다. 닭고기 육수를 즐기는 중국인 입맛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007년 3월에는 베이징 최대 식품 기업 얼상과 합작해 ‘얼상CJ’를 설립하고 두부 브랜드 ‘바이위(白玉)’를 출시했다. 바이위는 출시 2년 만에 베이징 두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오리온, 생산 기지를 대륙 전체로 확장 

▲ 중국의 한 할인 마트에 자리한 오리온 제과 진열대. ⓒ오리온 제공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음식료업체는 오리온이다. 제과업체 오리온은 해외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갖가지 규제 탓에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과자 시장은 소폭 성장하고 있지만 판매량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주 소비층인 20세 이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자 했던 오리온의 전략은 주효했다. 오리온은 지금 중국에 네 개, 러시아에 두 개, 베트남에 두 개의 생산 기지를 두고 해외에서 6천4백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핵심 시장은 중국이다. 오리온은 지난 1993년 베이징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에는 생산 공장까지 세웠다. 상하이, 베이징에 초코파이·껌·비스킷·스낵 생산 기지를 잇달아 구축하면서 생산망을 대륙 전체로 확장해나갔다. 오리온은 중국 초코파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비스킷 제품 하오뚜어(고래밥)는 단일 품목 매출 1위에 올랐다. 하오뚜어가 중국 비스킷 시장 1위에 오르면서 6~7개 ‘짝퉁’ 브랜드까지 나왔다. 지난 2006년 베이징에 스낵 공장까지 완공하면서 스낵 시장에도 진입했다. 올해에는 스낵 제품 매출만 2천2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009년 초에는 중국 남부 광저우 지역에도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내년에는 선양에 공장 부지를 사들이고 2013년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생산 기지 못지않게 판매 지역도 커지고 있다. 중국 유통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 시설이 2, 3급 도시까지 파고들면서 과자 유통망도 아울러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오리온은 올해 중국에서 6천7백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리온 중국법인은 지난 1997년 매출 30억원을 기록했으니 지난 15년 동안 2백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오리온의 중국 사업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다. 3분기 중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57.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매출액은 3천5백억원으로 한국 내 매출액 3천8백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송광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 제과 사업이 국내 사업 규모를 넘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에게 중국 시장은 내수 시장이다. 인구 13억명의 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오리온은 2013년까지 중국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강기명 오리온 중국지사 총감은 “오리온은 중국 최대 종합 식품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서 최대이면 세계 최대이다. 중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에 기초해 글로벌 식품회사로 성장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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