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상의 것을 만들려고 했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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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직접 밝히는 갤럭시SⅡ 개발 스토리 / “베꼈다니요? 우리만의 또 다른 것을 만든 것”

▲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개발팀의 개발자들. 왼쪽부터 이문희 수석, 김효영 책임, 권태홍 수석, 지성욱 책임. ⓒ시사저널 임준선

소비자는 제품과 맞닥뜨린다. 해당 제품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여부는 소비자의 평가에 달려 있다. 자비롭지는 않다. 다른 제품과 끊임없이 비교되고 문제점이 하나 둘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소비자의 반응에 예민한 곳은 해당 제품을 생산한 제조업체이다.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보다도 더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제품을 만들어낸 개발자들이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개발팀은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며 최근 1~2년 사이 유독 긴장해야 했다. 갤럭시SⅡ는 출시 5개월 만에 1천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개발 주역인 하드웨어 분야의 전영식 상무와 권태홍 수석, 소프트웨어 분야의 이문희 수석, 사운드 UX(User Experience)를 맡은 지성욱 책임, 사용자 환경(UI) 개발을 담당한 김효영 책임 등을 만나 개발 뒷이야기를 들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삼성전자 수원 공장에 들어서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옥을 닮은 청회색 유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고층 건물과 잇닿아 길게 뻗은 R3(리서치센터3) 빌딩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연구개발팀이 자리하고 있다. 갤럭시S 시리즈를 잇달아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견주는 실적을 낸 개발진은 R3 빌딩 21, 22층에서 일하고 있다. 무선사업본부 산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UX) 부문 디자인 부서가 있는 21, 22층에 들어서면 컴퓨터 모니터 속에 떠 있는 회로도를 응시하거나 기기 시험 장비의 계측기를 주목하고 있는 임직원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에게 무선사업부 연구개발진은 영웅이다. 디스플레이(LCD)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악전고투하는 와중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 행진을 거듭하는 것은 갤럭시S 시리즈의 성과 덕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이라는 새 시대를 열면서 삼성전자는 바빠졌다. 직전까지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닥쳐왔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재빨리 내놓은 제품이 갤럭시SⅡ의 앞선 모델, 갤럭시S이다. 전영식 상무(무선사업부 하드웨어 부문)는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피처폰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시장이 변했다. 급하게 셋업하고 스마트폰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정상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급히 갤럭시S를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전영식 상무는 지난 199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현재까지 휴대전화 하드웨어 분야에 몸담고 있다. 전상무가 입사해서 교육을 받을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 말 그대로 귀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휴대전화는 극소수의 소비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첨단 기기였다. 그런데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집 전화, 공중전화는 사라져가고 휴대전화는 필수품이 되었다. 휴대전화는 주요 사업으로 급부상했고, 개발 노하우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6개월여 만에 갤럭시S가 탄생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갤럭시S는 출시 7개월 만에 1천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이 달라서였을까? 급하게 내놓은 갤럭시S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폰 베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내부 관계자는 “처음 갤럭시S를 개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개발팀에서는) 아이폰을 옆에다 두고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개발을 했다”라고 말했다. 아이폰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전상무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폰 같은 경우 많은 혁신을 이루어낸 것이다. 아이폰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맞다. 하지만 옆에 두고 만들었다는 것은 과한 표현일 수 있다. 성능 면에서 어쨌든 아이폰 이상의 것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전상무는 또 “디자인을 베꼈다고 하는 부분은 주로 갤럭시탭과 관련된 것이다. 갤럭시SⅡ에서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갤럭시SⅡ는 유럽 주요 국가 10여 개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바이 런칭 행사(좌측), 폴란드 런칭 행사(우측). ⓒ삼성전자  

쫓아가는 삼성, 도망가는 애플

꽤 민감한 주제이다.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자칫 개발자 개개인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마음 놓고 평가할 수 있지만 개발자들에게는 살얼음판이다. 같은 하드웨어 분야를 담당했던 권태홍 수석은 “아이폰이 선풍적이었고 비교 우위에 있었던 것은 맞다. 우리는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했다. 휴대전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하나 요인들을 분석해서 그것보다 비교 우위가 되어야만 팔리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누구나 쓰는 방식이다. 우리도 아이폰의 성공 인자가 무엇일까 분석했다. 그것을 분석하면서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베꼈다’라고 판단한다면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이런 부분은 비슷한 것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아이폰이 (스마트폰에서) 큰 화두를 던진 것이고 우리도 그 안에서 우리만의 또 다른 것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아이폰이 가진 강점과 약점 혹은 갤럭시SⅡ를 만들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권태홍 수석│창의적인 부분에서는 아이폰만이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UI(사용자 환경)가 그렇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매뉴얼을 보고 읽으며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아이폰은 한번 보았을 때 ‘이렇게 하면 움직이겠구나’라는 직관적인 부분에서 접근을 잘했다.

전영식 상무│UI와 어플리케이션이다. 애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쌓아왔기 때문에 그 방면에서는 풍부하다. 우리 쪽 마켓에는 승인을 받지 않고 올리는 콘텐츠 때문에 수준 이하의 어플이 많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서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과정 때문에 안정적인 어플리케이션이 많기는 한데, 오히려 이것이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문희 수석│갤럭시S까지만 해도 머리가 하나인 싱글코어였는데 이제는 듀얼코어가 들어가다 보니 성능에 가장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머리 두 개가 돌아가니 전력이 많이 들어가서, 적절히 돌아가면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구동시키는 것에 신경을 썼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갤럭시S는 선방했다. 아이폰이 이미 주류를 형성해가고 있는 와중에도 1천만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경쟁자로서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그런데 갤럭시SⅡ에서는 뭔가 달라야 했다. 개발자들에게는 그만큼의 부담이 더 지워진 셈이다. 사운드 UX 개발을 담당한 지성욱 책임은 “갤럭시S를 할 때는 무(無)에서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개발을 하면서도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부터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첫발을 어떻게 떼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모두가 너무 힘들었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몇 번이고 회의를 거듭했다”라고 말했다.

갤럭시SⅡ를 개발하면서도 디자인팀, 하드웨어팀 등 개발팀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은 일상적이었다. 30~40명이 좁은 회의실에 발 디딜 틈 없이 서서 시도 때도 없이 난상 토론을 벌였다. 갤럭시SⅡ가 생산되기까지는 상품 기획→제품 디자인→하드웨어→UX→소프트웨어 실현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순탄하게 단계를 밟아나가지는 않았다. 단계를 거스르는 반복 과정이 끊임없이 요구되었다. “디자인팀, 개발팀 모두 모여서 ‘이번이 정말 우리에게 주어진, 꼭 잡아야 될 기회이자 위기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갤럭시S라면, 이제 갤럭시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기에 더 부담스러워진 것이 갤럭시SⅡ이다. 전작이 성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길이 생긴 것은 편하기도, 부담스럽기도 했다.”

다른 스마트폰이 소홀히 다룬 ‘사운드’ 특화

ⓒ삼성전자

앞서 언급했듯이 지성욱 책임은 UX(사용자 경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UX 분야는 휴대전화에서 어떠한 기능을 실행하고 있을 때 어떤 경로로 들어가면 무엇이 있는지 등 설정을 담당하는 UI, 시각적인 면을 담당하는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사운드 UX 등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중 지성욱 책임이 맡고 있는 분야는 사운드 UX이다.

사운드 UX는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소리에 촉감, 진동까지 포함한다. 쉽게 말해 갤럭시SⅡ 전원을 켤 때 나는 소리에서부터 끌 때 나는 소리까지 그 안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와 진동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또 사용자들은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된다. 사무실, 교실처럼 조용하게 있어야 하는 상황, 지하철이나 도로 등 시끄러운 상황 등 사용자들이 노출되는 상황은 무한하다. 사운드 UX팀에서는 각 상황에 따른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소리가 주인공인 적은 없다. 운영체제에 대한 갑론을박, 하드웨어 스펙에 대한 평가는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하지만 사운드, 즉 소리는 관심의 대상에서 다소 멀어져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것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하기 때문에 사운드라는 것은 주인공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보는 것’에서 얻는 정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있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잊히고, 듣는 것은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한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작곡이나 편곡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리를 직접 만들어내는 사운드 디자인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인종 소리 같은 효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고 소리끼리 합성을 해보기도 한다. 만들어진 소리들은 화면이 지나가는 효과와 함께 붙여지기도 하고 그 소리가 화면 전환에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화면이 넘어가는 속도와 소리의 질감이 어떤 경우에 조화를 이루는지 수도 없는 반복이 이루어진다.

지성욱 책임은 “개발을 하면서 수원 공장에 자주 갔다. 갈 때마다 매번 사운드 작업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거기에 있는 분들은 단말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서 본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소리가 우리가 만든 소리 아닌가. 자주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예쁜 소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자기만족은 필요 없다. 작품성 있는 사운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공감이 되고 가치를 줄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반복되는 검증 작업은 사운드뿐만이 아니라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실행된다. 크지만 얇고 가볍게 만들려다 보니 그 안에서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극한 설계’에 들어간다. 테스트도 빠질 수 없다. 그중 하나가 낙하 테스트이다. 소비자가 주로 귀에서 떨어뜨리는 상황을 전제로 키가 큰 사람을 섭외해 상황을 만들어 검증 작업을 시작한다. 손에 잡는 각도나 떨어뜨리는 각도를 계속해서 변경한다. 테스트에 사용된 휴대전화는 1천대에 육박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작업에 지루함을 느꼈을 법도 하다. 권태홍 수석은 “물론 허탈감, 무력감 같은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목표가 있고, 답을 찾아가면서 느끼는 희열감이 있다. 모든 엔지니어라면 도전하고 때로는 좌절감도 느끼고, 그러면서 완성해나가고 만족을 느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밤샘은 기본, 여관에서 몇 달 지내기도…

▲ 권태홍 수석은 “디스플레이에서는 월등하다고 자신한다. 색깔의 표현력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개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 밤샘은 일상이 되고 때에 따라 몇 달은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문희 수석은 “마감일에 맞추려면 살 떨리는 압박이 온다.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갤럭시SⅡ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산에 들어가기 위해 수원에서 구미 생산 공장으로 옮겨졌을 때는 하드웨어 개발팀 일부가 3개월 정도 공장 인근 여관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권태홍 수석은 “후배 중 한 명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갓 태어난 아기와 부인이 직접 내려와 여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라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UI나 소프트웨어 부서 개발팀은 평균 3kg 이상 체중이 불었다. 개발 업무가 편한 것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지속되는 야근이 반복되다 보니 밤마다 야식을 시키게 되는 바람에 개발팀 사람들의 체중이 늘어난 것이다. UI 개발을 담당한 김효영 책임은 이 와중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도 연인과 헤어지지 않고 지난 11월5일 결혼에 성공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김효영 책임은 “야근을 마칠 때마다 회사 앞에 신랑이 대기하고 있었다. 너무 피곤한 탓에 집에 가면 쓰러져 잤다. 결국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동안 차에서 만난 것이 연애의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전영식 상무는 “단기간에 이런 휴대전화(갤럭시SⅡ)를 개발하려면 솔직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무 시간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을 다 지켜가면서 하지는 못한다.(웃음) 지금까지 보면 모든 개발은 조금이라도 빨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또 경쟁력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시장이 최근 전자제품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밤을 새워 일하고 그런 것이 미담처럼 전해지는 시기는 지났다”라고 멋쩍은 듯이 말했다.

인터뷰 첫머리에 개발자들에게 요즘은 좀 한가해졌는지 물었다. 대답은 하나같이 “아니오”였다. 기자의 실수였다. 휴대전화 개발이 갤럭시SⅡ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대외비라고 한다. 전영식 상무는 “우리는 단기간에 갤럭시SⅡ도 만들었고, 최근에는 LTE까지 확장했다. 우리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 동안 애플은 놀고 있겠나. 그렇다면 우리는 또 가만히 있겠나. 이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 분위기를 탔다. 동등하게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경쟁 업체의 개발자로서 개발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성욱 책임(35)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 광고음악에 뛰어들었다. “작곡과에서 배운 것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나는 대중음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졸업 후 광고음악을 시작했다.” 그는 광고음악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어떤 광고음악을 만들었느냐고 묻자 대뜸 본인이 만든 노래 한 곡을 짧게 부른다. 크라운 베이커리, 풀무원, 가수 김C가 불러 더 유명해진 구아바송(음료 광고)까지 유명한 광고음악이 줄줄이 나왔다. “그 당시에 너무 좋았던 것은 내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음료수를 사 마시는 사람을 보았을 때이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니 정말 행복했다.”

광고음악을 그만둔 것은 7년여 전이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작곡한 것을 들려주고 싶은 방법을 찾아 삼성전자로 들어갔다. “조금 더 큰 무대로 옮기고 싶었다. 여기에 들어오니 전세계에 모델이 출시되고, 그렇게 되면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소리를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놀랍고 행복했다. 요즘에는 지하철에서, 음식점에서 (내가 만든) 벨소리나 캘린더 알림음만 들려도 뿌듯하다. 혼자서 싱긋이 웃게 된다.” 지금도 갤럭시SⅡ를 켜고 끌 때 나오는 음악인 ‘수평선을 넘어(Over the Horizon)’를 작곡한 이들도 지성욱 책임이 이끄는 팀이다. 지성욱 책임은 ‘삼성의 소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공을 생각하면 조금은 엉뚱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성욱 책임은 “여기에 들어왔다고 했을 때 작곡과 선후배들의 반응은 ‘네가? 왜? 뭘로?’였다. 하지만 나는 전공에서 그렇게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업과 사업 사이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어느 전공을 어떻게 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무슨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또 자신이 그 분야에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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