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 키워낼 똑똑한 ‘물건’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1: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에 주목받을 3대 품목은?

▲ (제일 왼쪽부터) ⓒ LG전자(TV), ⓒ 삼성전자(왼쪽 스마트폰), ⓒ LG전자(오른쪽 스마트폰), ⓒ 삼성전자(모니터), ⓒ 삼성전자(노트북),

미국 이론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 호황을 이끈다’라고 갈파했다. 혁신은 투자와 소비를 자극한다. 혁신이 창출한 기술이나 제품은 경기를 침체에서 호황으로 이끈다. 올해 정보기술(IT) 기업은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시장에서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는 애플이나 삼성전자만 돋보인다. 휴대전화 단말기(피처폰), TV,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은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해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탓이다. IT 산업의 위기 국면에서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은 혁신 기술이다. 혁신 제품이나 기술이 시장 변화와 맞물리면서 IT 산업은 2012년의 반전을 꿈꾸고 있다. 이 가운데 세 가지 품목이 주목되고 있다. 4세대(4G) 이동통신 방식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3차원(3D) TV, 울트라북이 그것이다. 세 품목은 각각 휴대전화·TV·노트북 시장에서 IT 제품 시장과 소비 양식을 바꿀 것으로 점쳐진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2년 IT 산업의 3대 파도는 휴대전화에서의 4G LTE 단말기, PC에서의 울트라북, TV에서의 3D FPR(필름 편광 방식) TV의 전방위 확산이다”라고 내다보았다.

▒ 전세계에서 LTE 서비스 빠르게 확대해  4G LTE 단말기 시장도 커져

휴대전화 시장은 올해 13.3% 성장했다. 휴대전화 시장의 62%를 차지하는 피처폰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피처폰의 수요 감소를 보전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내년에도 30% 가까이 성장할 것이 유력하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가까이 커진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제품군은 LTE 단말기이다. LTE 서비스는 데이터 송수신 속도가 3G보다 다섯 배가량 빠르다. MP3 노래 100곡은 40초, 1.4Gb 영화는 2분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이에 이동통신업체는 ‘고화질 대용량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LTE는 전세계 2백개 이동통신사가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표준으로 선택했다. GSA(글로벌 무선 단말기 공급자 협회)는 ‘지난 5월 전세계 60개국 1백54개 사업자가 LTE 통신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80개국 2백8개 사업자가 LTE에 투자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적어도 81개 이상의 사업자가 LTE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상업용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과 한국까지 확산되었다. 내년에는 중국과 서유럽까지 LTE 서비스 지역에 포함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전세계 LTE 가입자 수는 2010~15년 연평균 1백56.8%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 통신 서비스업체 버라이즌은 6개월 만에 가입자 1백60만명을 끌어모았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는 지난 9월 가입자 40만명을 확보했다. 한국은 지난 10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10월31일까지 LTE 가입자는 18만명에 이른다. SK텔레콤은 하루 1만명, LG U+는 3천명 이상 늘어나고 있다. KT는 11월 말부터 LTE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 LTE 가입자는 올해 안에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연구원은 ‘2011~15년 국내 LTE 가입자 수는 연평균 2백27.2%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LTE 서비스가 확대되자 단말기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업분석연구팀은 ‘LTE 휴대전화 단말기는 올해 4백60만대에 불과했으나 내년에는 1천3백54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동부증권은 ‘4G LTE 단말기는 올해 8백20만대, 내년 3천1백60만대, 2013년 7천3백8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6년까지 연평균 1백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2년 휴대전화 단말기 업계는 LTE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드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로 나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동통신업체 요구에 맞게 LTE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이다. 네 업체는 LTE 단말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 중순 이후에나 LTE 단말기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LTE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LG전자이다. 이 회사는 LTE 기술력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고 ‘세계 최초’로 갖가지 LTE 기술의 시연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3G 단말기 시장에서 참패한 것을 LTE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 전세계 이동통신 업체에게 LTE 단말기를 공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LTE 단말기를 출시 10일 만에 15만대 팔기도 했다. 

▒ 런던올림픽과 유로2012 등 스포츠 이벤트, 3D TV 소비 부추길 전망

하계올림픽이 내년 7월27일~8월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유럽 축구 국가 대항전 유로2012는 내년 6월8일~7월1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개최된다. 올림픽, 월드컵, 유로2012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TV 수요를 부추긴다. 전세계 스포츠팬이 더 나은 화질이나 사양을 갖춘 TV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또 18개 국가가 내년에 TV 주파수 송출 방식을 디지털 방송으로 바꾼다. 3D 방송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 3D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3D TV 보급이 지연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 ESPN, 월트디즈니, 소니 같은 콘텐츠 업체가 앞다투어 3D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과 유럽에서 3D 채널이 14개 늘어났다. 내년에는 2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3D TV 보급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 스트라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 8월 3D TV 구매 의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 각각 2천명과 2천8백1명에게 ‘앞으로 12개월 안에 3D TV를 구매할 뜻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미국 11.5%, 독일 9%, 영국 6.9%의 소비자가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올해 초 같은 조사에서는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2~3 %에 불과했다. 

3D TV 기술은 필름 편광(FPR)과 셔터 글라스(SG) 방식으로 구분된다. FPR 방식은 LG전자가 주도하고, SG 방식은 삼성전자가 출시했다. 3D TV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은 LG전자가 주도하는 FPR(필름 편광) 방식이다. FPR TV는 전세계적으로 1천8백만대가 팔렸다. 중국까지 FPR 방식을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SG 방식보다 FPR 방식 TV가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3D TV는 올해 TV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2천2백만대가 팔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7배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는 4천4백60만대가 팔려 두 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3D TV 비중은 올해 9.1%에서 내년 17.5%까지 늘어난다.

▒ 인텔, 울트라북 표준 제시하고 태블릿PC와 경쟁 나설 것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올해 3.8%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내년에는 11%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는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노트북 시장이 위축되었다. 모바일PC 시장에서는 이제 노트북보다는 아이패드나 갤럭시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가 ‘대세’이다. PC CPU(중앙 연산 처리 장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이 태블릿PC에 선전 포고를 하면서 내놓은 것이 울트라북이다. 인텔은 지난 6월 컴퓨터 전시회 컴퓨텍스에서 초슬림·초경량 노트북 표준을 제시했다. 인텔은 새 노트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3억 달러나 되는 ‘울트라북 펀드’까지 만들어 애플의 맥북에어를 능가하는 울트라북을 만드는 데 쏟아붓고 있다. 

울트라북은 두께 0.8인치 미만으로 얇고 가벼우면서 처리 성능은 뛰어나다. 배터리 시간이 길고 대기 모드에서 빠르게 복원되는가 하면 대기 상태에서 전자우편 수신이 가능하다. 보안 기능이 강화되어 기기 잠금, 데이터 삭제, 위치 추적까지 가능해졌다. 값은 7백 달러가량이다. 인텔은 규격을 제공하고 제조는 도시바, 삼성전자, 에이서, 아수스 같은 노트북 제조업체가 맡는다. 타이완의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서는 지난 9월 홍콩과 미국에서 울트라북을 출시하고 10월 말에는 한국 시장에 울트라북 아스파이아S3 모델을 선보였다.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는 11월 아이디어패드 U300s라는 울트라북 모델을 한국에 내놓는다. 인텔은 울트라북이 내년 말까지 소비자용 노트북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울트라북이 내년 13%, 2013년 28%까지 노트북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