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혁신하지 않는다면 함께할 수 없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1.12.0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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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논의 주도하는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과 함께 야권의 통합 논의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말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을 결성하면서 일찌감치 범야권 단일 정당 수립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통합 논의는 암초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당장 민주당과의 통합부터가 그렇다. 통합 방식을 둘러싼 민주당 내 당론 분열 때문이다. 최근 절충안이 합의되기는 했지만 민주당 내의 불만이 상당하다. 통합 진보 정당 세력을 끌어들이는 일 또한 난관이 예상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제3 정당’ 바람 또한 야권 통합을 흔드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다. 야권 통합을 앞장서서 주장해온 문대표는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정말 안타까웠고 화도 났다”라는 심경을 피력했다. 11월30일 여의도 ‘혁신과 통합’ 사무실에서 문대표를 만났다.

어제(11월2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선통합 의결, 후지도부 선출’이라는 절충안이 합의되었다. 통합 논의에 다소 숨통이 트인 것 같지만, 지금까지 민주당 내 갈등 양상이 상당히 복잡했는데.

정말 안타까웠다. 화도 났다. 그래도 이번 의원총회 결과를 보면 큰 흐름은 (통합 쪽으로) 잡혀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직 (민주)당내에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민주당 계열이 50여 년의 역사 동안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내에 파열음이 일 듯하다가도 극적으로 화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은 통합과 관련해 독자 전대파, 특히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이 큰데, 그렇게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제안하는 혁신 정당을 생각해보라. 민주당 바깥의 김두관 경남도지사 세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참여정부 세력, ‘국민의 명령’이라는 시민 세력, 박원순 서울시장 및 시민사회 세력, 노동계의 절반인 한국노총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지역 구도를 넘어선 전국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만큼 정권 교체가 가까워진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신음이 안 들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을 해야 한다. ‘전국 정당화’ 및 ‘정권 교체’라는 엄청난 대의를 민주당원들이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야권 통합에 대한 ‘혁신과 통합’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혁신 없이는 통합도 없다’라는 것이다. 왕과 귀족이 독점하고 있던 정치권력을 대의민주주의의 형태로 찾은 것이 ‘제1차 시민 혁명’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도 혁신을 통해 시민 참여가 크게 늘어나는 ‘제2차 시민 혁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혁신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시대의 흐름,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 현상’을 보았지 않나. 그것을 기성 정당이 받아내지 못하면서 시민들은 점점 떠나가고 있다. 지금 혁신해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안철수 원장 주변에서 ‘안철수 신당’이 뜰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대의 이전에 현실적 측면만 고려해 보아도 혁신을 통한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지금 ‘안철수 현상’이 발생한 것은 근본적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때문이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나머지 어떤 정당에 소속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분들이 굳이 정당에 가입하지 않아도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대의민주주의제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무엇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엮어서 정당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정당 조직을 유지하되 지역 공동체 및 시민단체와 온라인을 통해 결합함으로써 ‘당원’의 개념 자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또 당 지도부나 각종 선거 후보를 선출할 때 시민 참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마지막으로 35세 이하 젊은이들을 당 지도부 및 주요 공직 후보자로 대거 끌어들여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민주당 내 ‘독자파’는 시민 참여 이전에 민주당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당원 주권론’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기성 당원의 지위와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실제로 통합 정당이 형성된 1~2년 정도 후에는 이들의 위상을 지금보다 더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의 제도만 유지하려고 들면 어떻게 통합을 이룰 수 있겠나. 무엇보다 지금의 정당 구조가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시대가 변했다. 기술 변화, 경제 발전에 따라 시민들이 직접 발언하고자 하는 욕망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나 박원순 시장을 향해 표출된 무당파 층의 호응을 ‘혁신된 통합 정당’이 받아 안겠다는 구상인데, 그렇다면 아예 그들을 끌어들여 함께 갈 수는 없는 것인가?

그것은 그분들께서 결단해야 할 부분이다. 안철수 원장의 경우에는 정당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박원순 시장은 혁신을 이룬 통합 정당이면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혁신이 받아들여진 통합 정당이면 박시장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과연 민주당이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혁신을 이룰 것인가. 혁신이 없다면 박시장도, ‘혁신과 통합’도 민주당과 함께할 수 없다.

만약 박시장이 함께하게 된다면 그의 ‘동지’라 할 수 있는 안원장이 통합 정당 쪽에 힘을 모을 가능성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안철수 원장이 스스로 판단할 부분이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안원장의 합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민주당 및 ‘혁신과 통합’이 중심이 된) ‘중통합’이 아닌, (진보 정당까지를 염두에 둔)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진보 정당과의 정당 연합을 통해 ‘대통합’을 이루어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다.

진보 정당과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당장 민주당과의 통합마저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 아닌가.

애초 12월17일에 통합 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민주당 내 당론 합의가 늦어지면서 불가능해졌다.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진보 정당들과 연합 방식에 대해 더 논의할 시간이 생겼을 것이다.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정당을 달리한 채, 단순 선거 연대만으로 총선 후보들을 단일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진보 정당과의 정당 연합에 대해 최대한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민주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각각 독자 후보들을 내게 되면 총선에서 공멸할 수도 있다.

‘정당 연합’에 대한 진보 정당 쪽의 반응은 어떤가?

각 정파별로 입장이 다르다. 국민참여당 쪽은 진보 통합 후에 민노당 세력까지 함께 대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한다. 새진보통합연대의 노회찬 상임대표는 정당 득표율이 의석 수에 최대한 반영되는 선거 제도 개편을 약속해준다면 대통합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정당 연합이 아닌 선거 연대만 하자는 입장이다. 통합 정당이 선거 제도 개편에 대해 동의할 수 있다면, 진보 정당과의 정당 연합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대표가 내년 총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출마할 생각이 있나?

현재 야권 통합이 정체되어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지금 진보 정당까지 포함된 대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끝내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통합에 실패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고 정권 교체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간다면 어떤가. 다시 새로운 야권 통합 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만약 시민이 주인인 통합 정당이 탄생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유권자가 새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후보로 등장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하다. 고민도 깊이 하고 ‘국민의 명령’ 회원들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 일단 통합이 되고 난 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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