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여행’ 문 활짝 연 신비의 대륙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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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각국 여행사 관계자 초청해 마케팅 행사 열어…멜버른·시드니 등, 시장 선점 위해 적극 ‘구애’ 나서

시드니의 야경. 오페라하우스와 시드니하버브리지가 보인다. ⓒ Oneill Photographics

드림타임(Dreamtime). 호주 원주민들은 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의 신성했던 시대를 일컬어 ‘드림타임’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국가의 창조 신화와 비슷한 호주의 창조 과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시간은 수만 년이 흘렀지만 호주는 여전히 드림타임 시기의 매력을 듬뿍 갖고 있는 곳이다. 발달한 문명만큼 아직 개척되지 않은 면적이 훨씬 많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이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 관광청은 해마다 인센티브 여행(일반적인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적이 우수하거나 도움이 되어 보내주는 포상 여행) 관계자들을 위해 ‘드림타임’을 개최한다. 공식적인 여행 관련 마케팅 행사 이름을 ‘드림타임’이라고 붙인 것은, 이 말이 호주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3~17일 열린 이번 ‘2011 드림타임’에 아시아, 미국, 영국 등 72개 여행사의 인센티브 담당자와 14개 미디어가 참가했다.

호주 관광청이 해마다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인센티브 여행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뒤질세라 인센티브 여행단을 모셔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중국회사 바오젠의 인센티브 여행단이 국내에서 유치한 단일 여행객으로는 사상 최대인 1만2천명 규모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제주도가 이들을 위해 ‘바오젠 거리’를 조성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도시’ 홍보 힘쓰는 멜버른 주목받아

멜버른 북서쪽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야라벨리에서 와인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mcvb
국내에서 호주는 시드니로 대변된다. 정작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는 잘 몰라도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시드니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시드니를 끼지 않고서는 호주 여행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반면 이번 드림타임 한국 참가단이 먼저 도착한 곳은 시드니가 아닌 멜버른행이었다. 멜버른에는 한국, 중국 등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쪽 일행이 함께했다.

멜버른은 잘 구비된 비지니스 이벤트 장소를 가지고 있다. 뮤랄홀에서의 갈라 디너. ⓒ mcvb
멜버른은 ‘고즈넉함’과 ‘열정’이 공존하는 곳이다. 고즈넉함을 느끼는 것은 멜버른의 ‘역사’에 초점을 맞출 경우이다.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발전의 초석이 된 골드러시 시대이다. 1850년대 발라라트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멜버른으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세인트패트릭 성당, 낮은 스카이라인의 주택 단지, 도시를 가로지르며 자동차와 함께 오가는 트램 등 유럽의 향취는 그런 역사의 흔적이다. 그런 역사의 흔적을 열기구나 경비행기를 통해 한눈에 바라보는 것도 멜버른만의 재미이다.

이번 드림타임 참가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행사를 꼽는다면 아마 골드러시 시대를 재연한 코스튬 디너일 것이다. 참가자들은 맞춤형으로 제작된 골드러시 시대의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유서 깊은 멜버른 외곽의 맨션(Mansion) 호텔을 돌면서 이 호텔에 녹아 있는 역사에 관해 설명을 들은 뒤 저녁 만찬을 함께했다.  어색하지만 재미있는 19세기의 복장과 여기저기서 터지는 파안대소, 촛불로 장식된 긴 테이블, 뮤지컬 배우의 공연, 그리고 화려한 불쇼가 어우러진 맨션호텔의 일정은 멜버른이라는 공간을 느끼기에는 제격이었다.

5백m 이상 날아오르는 열기구 위에서 고즈넉한 멜버른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mcvb
멜버른의 또 다른 매력인 ‘열정’은 이곳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적인 개최지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북반구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남반구의 멜버른에서는 F1 호주 오픈이 열린다. 올해 1백51주년을 맞은 국민적 이벤트인 경마대회 ‘멜버른 컵’ 역시 멜버른의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이다. 이번 드림타임 멜버른 일정에 중년들의 관심은 호주에서 가장 훌륭한 골프코스로 알려진 로열멜버른 골프장으로 모였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프레지던트컵(2년마다 세계 최고의 선수 24명이 모여 미국팀 대 세계 연합팀으로 승부를 가르는 대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넓은 36홀의 필드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설레게 만드는 장소가 아니었을까.

바람과 물이 빚어낸 신비로운 경관인 그레이트오션로드를 경비행기로 돌아보았다. ⓒ mcvb
멜버른에서 사흘을 보낸 뒤 방문한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 시드니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요트였다. 시드니 항구를 따라 참가자들이 역할을 나눠 손수 요트를 조종하며(물론 숙련된 조교가 가르쳐주었는데 한국 참가단의 조교는 20세의 영국 소녀였다) 오페라하우스로 접근하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을 준다. 넓은 해변을 자랑하는 본다이 비치에서는 서핑 교실을 통해서도 바다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시드니 타롱가 동물원에서 벌어진 저녁 만찬에서 오프닝을 장식한 어린이 합창단. ⓒ Oneill Photographics
바다의 보고라는 말은 해산물의 보고라는 말도 된다. 시드니는 파인 다이닝의 도시이다. 마지막 날 저녁 만찬이 열린 장소는 타롱가 동물원. 새로운 인센티브 소재로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호주에서만 서식한다는 파충류 등을 사육사들이 직접 가지고 나와 만져볼 수 있고 걸칠 수도 있게 했다. 동물들과의 만남으로 시끌벅적했던 동물원은 이내 어린아이들의 합창, 비보이의 화려한 댄스, 바이올린과 호주 전통 악기인 디저리두의 앙상블 그리고 저녁 식사가 어우러진 파티장으로 변했다.

“관성화된 아이디어를 벗어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호평

19세기 골드러시 시대의 복장으로 코스튬한 뒤 유서 깊은 맨션호텔 탐방에 나섰다. ⓒ mcvb
매번 새로운 여행 소재로 고민하는 여행사에게 이번 드림타임은 남는 것이 많은 행사였다. 11월16일 멜버른, 골드코스트, 퍼스 등 각 지역에서 시드니로 집결한 여행사 관계자들은 바이어가 되어 시드니 컨벤션센터에 입장했다. 이날 열린 비즈니스 세션은 호주 현지의 이벤트 회사, 여행사 등 46개사가 참가해 인센티브 여행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자리였다. “관성화된 아이디어를 벗어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생각보다 흥미로운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라는 것이 국내 참가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비지니스 세션 때 호주 현지 회사와 미팅을 가지고 있는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 ⓒ Oneill Photographics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2010년 6월부터 2011년 6월까지 1년간 MICE(기업 회의, 인센티브 여행, 컨벤션, 전시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와 관련해 호주에 입국한 해외여행객 수는 16만8천4백3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 증가했다.

특히 한국인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멜버른과 시드니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멜버른 컨벤션 방문객 협회(MCVB)의 에드위나 산 해외 인센티브 담당 국장은 “아시아는 중요한 시장이다. 비록 호주 관광이 거리 때문에 시간과 경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대신 만족스런 여행 아이디어와 놀라운 자연 경관이 그 단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앤드류 맥보이 호주 관광청장 역시 “한국의 비즈니스 이벤트 시장은 커지고 있다고 본다. 2020년까지 한국인 관광 소비액을 현재의 두 배 정도로 늘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취재 협조 : 호주정부관광청(www.austral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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