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안팎에 비판 높은 14조원 규모 무기 도입
  • 김종대│D&D Focus 편집장 ()
  • 승인 2011.12.1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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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원 규모 무기 도입 강행해 군 안팎 비판 여론 높아 “차기 정부에 큰 부채 안긴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지난해 2월22일 ‘이명박 정부 2년 대북 정책 성과 및 향후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 연합뉴스
외국 무기를 직구매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질주가 거침없다. 2012년 10월까지 14조원에 달하는 무기 도입 계약서에 반드시 도장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은 검토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리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사업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협상과 시험평가를 거쳐 계약서까지 체결하겠다며 초스피드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청 소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무기 도입 사업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주요 핵심 무기 도입 사업들이 △짧은 검토 및 협상 기간 설정 △부정확한 가격 정보에 기초한 예산 편성 △무기 운용 개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서 주로 거론한 사업들은 △차기 전투기 사업(F-X 8조2천9백5억원) △대형 공격 헬기 사업(AH-X 1조8천3백84억원) △해상 작전 헬기 사업(5천5백35억원) △고고도 무인 정찰기 사업(HUAV 4천8백54억원)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사업(4천93억원) 등이다. 정부가 2012년에 전부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다.

시선을 가장 많이 집중시키는 F-X 사업의 경우, 보고서에서는 실제 사업 비용이 국방연구원(KIDA)이 제시한 것과 비교해 무려 1조8천3백42억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비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2016년에 전력화한다는 목표 역시 F-35 전투기의 경우만 하더라도 공급 업체인 록히드마틴 사의 사정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 10월 계약이라는 사업 추진 일정 역시 보고서에서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제안서 제출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의 첨단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 소요되는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이 불과 3개월로 계획되어 있다. 또, 기종결정평가위원회가 구성된 후 2개월 내에 기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계약 일정을 마치려면 졸속 검토가 불가피하고 변칙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형 공격 헬기 사업의 경우도 이와 사정이 비슷하다. 이 사업은 애초 2013년에 도입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다녀온 청와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기획재정부의 예산실장을 불러 “2012년으로 사업 시기를 앞당기라”라고 지시해 F-X와 동일한 일정으로 계약 목표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보고서에서는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정부가 산정한 항공기 대당 단가 3백37억원을 훨씬 상회하게 됨에 따라 총 사업비의 상승 요인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격을 비현실적으로 산정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대상 기종으로 유력시되는 미국 보잉사 아파치(AH-64D)의 경우, 타이안은 9백12억원, 아랍에미리트연합은 9백억원, 사우디아라비아는 1천4백85억원에 도입했음을 볼 때, 보잉 사가 방사청이 기대하는 ‘착한 가격’으로 공급해줄 리는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가로 공격 헬기를 도입한다는 전제하에 한국이 자체 개발하려는 국산 중형 공격 헬기 개발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외국제 헬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겠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잘못된 가격 수치를 대입해 국산 중형 헬기 개발을 희생시킨 것이다.

“실제 추진할 경우 사업비는 20조원” 전망도

록히드마틴 사의 F-35 전투기. ⓒ NYT연합
고고도 무인 정찰기 사업의 경우를 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대상 기종으로 거론되는 미국 노스롭그루먼 사 글로벌호크의 경우, 우리측이 예상하는 4세트 4천8백54억원은 이미 비현실적인 가격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방위사업청 협상팀이 올해 6월께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측은 9천4백억원을 제시했으며, 계약서에 ‘글로벌호크를 배치하는 2차 기지로 한국 영토가 아닌 괌을 명기하자’라고 압박했다. 글로벌호크의 정보를 수신하는 지상 기지의 시설과 장비들이 괌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땅히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방사청은 도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호크의 해외 수출을 승인하는 절차를 현재 미국 국방부와 의회가 계속 지연시켜, 설령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고 해도 조기에 도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역시 현실성이 부족한 사업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14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주요 무기 도입도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사업비 증가로 인해 비용이 2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국방위 전문위원실이 지적하기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드러났던 것들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이런 문제점을 감수하고서라도 현 정부가 이 계약을 내년에 반드시 추진하고자 하는 진짜 속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라는 정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무기 구매에 강한 집착을 갖고 예산 당국과 방사청을 압박하는 당사자는 미국과 동맹 현안을 조율해온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무기 구매에 대한 김비서관의 압박이 강하게 국방부에 가해졌다.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김비서관과 무기 구매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수시로 전화 통화도 하고 접촉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의도가 청와대로 전달되고, 이것이 다시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에 전달되는 구조이다. 무기 구매라면 반색하는 군도 청와대의 무리한 정권 말기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끌려다니는 입장이다.

AH-64 아팟치. ⓒ 뉴시스
그러한 정치 논리가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요구되는 초보적 검토조차 부실한 이유가 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내년에 무기 구매에 소요되는 계약금은 4천100억원에 불과하지만, 차기 정부는 그 나머지를 전부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앞에서 거론한 무기들은 미국 내에서도 도입 이후 천문학적 운영비로 악명이 높은 ‘돈 먹는 기계’들이다. 이 무기가 한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30년간 장비 운영비로 도입 비용의 3~5배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결국 20조원대 무기 도입에 그 운영비가 60조원이라는 현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비용 지불은 전부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에 해당된다. 반면에 이들 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한국형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일은 축소·변형·왜곡된다고 군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입 방식 역시 국내에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를 유발하는 기술 도입 생산 방식이 아니라 해외 직구매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국익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제껏 무기 획득 정책의 뿌리를 뒤흔드는 잘못된 방식들이다. 더 큰 문제점은 우리 군의 야전 전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무기를 도입해서 상대방에게 보여주자는 식의 무기 도입은 전략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군사에 무지한 문민 정치인들의 정치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 여론이 군 안팎에서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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