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37년의 절대권력이 저물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12.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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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17일 오전 8시30분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의 후계는 3남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해졌지만 북한의 앞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늘고 있다.

평소와 다르게 검은 옷을 입고 나온 조선중앙TV의 여자 아나운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원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37년간 북한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해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향년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매체들은 12월19일 일제히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17일 오전 8시 30분, 현지지도를 위해 이동하던 열차에서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서거하셨다"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생기면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남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28)을 후계자로 지칭했다. 중앙통신은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주체혁명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김정은동지께서 서계신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사망 뒤 북한 사회가 '김정은-군부'를 중심으로 체제 유지를 도모할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반면 외신들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압도적인 통솔력으로 독재 체제를 유지하던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북한을 둘러싼 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던 북한의 행방은 이제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평양 시내의 금수산 기념 궁전에 안치되었다. 이곳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김정은의 이름을 첫번째로 올리며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12월28일 평양에서 장례식을, 다음 날인 29일에는 중앙추모대회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애도기간은 12월17일부터 29일까지다.

김 위원장은 1942년 2월 김일성 주석의 장남으로 태어나 1974년 북한 권력의 2대째를 잇는 후계자로 공식 내정되었다. 세습이었지만 정점에 서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오랜기간 치열한 권력 투쟁을 거쳐 실권을 장악한 뒤 1980년에서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되었다. 1994년 7월 김 주석이 사망한 후 1997년 10월 조선노동당 총비​​서에 취임했다. 그리고 19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19일 오전 11시40분께(현지시간)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북한 대사관 옥상에서 대사관 관계자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하는 의미로 인공기를 조기로 게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3남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28)은 할아버지 이후 "김씨 왕조"의 3대째 권력을 상속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움직임은 지난 2008년 여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북한의 사실상 최고 기관인 국방위원회에서 그의 권력 승계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0년 9월 당대표자회와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후계자로 확정된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서도 군은 중요한 역할을 떠맡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지세력인 군을 중시하는 "선군정치"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은 '군'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오랫동안 권력 투쟁을 거치면서 실권을 잡은 부친에 비하면 드러난 정치력은 매우 일천하다. 그래서 2009년 4월의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해 5월 두 번째 핵실험,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등 대외적인 강경 노선을 두고 "경험이 없는 김정은의 실적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의 앞길에 대한 전망은 회색빛에 가깝다. 일단 북한의 경제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9년 11월 북한에서 갑자기 단행된 화폐 개혁은 오히려 북한 사회에서 혼란만 가중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화폐 개혁을 두고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화폐개혁은 오히려 김정은의 리더십에 손상을 준 조치다"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김위원장의 말년에 북한 체제에 의문을 가진 주민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에 부정적인 전망을 더해준다.

'김정은 체제'를 지원하는 가장 든든한 배후는 '군'이다. 새 체제에서는 이영호 참모장이 그의 보좌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일 시대의 군은 예측 가능한 조직이었다. 김정일 사망 후 외신들은 '군의 불확실성'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다. 그동안 당이 통제해 온 군 내부에서 만약 대립이 생길 경우 체제 혼란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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