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경고장 보낸 미국, 북한엔?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1.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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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 대화·협상 재개하려는 개입 정책 취해…두 핵무기 개발국에 상반된 대응 방식 적용

북한과 이란 다루기가 2012년 새해 미국의 최대 외교·안보 현안으로 급부상해 있다. 미국에게 북한과 이란에 대한 대응은 가장 까다로운 숙제였으나 2012년에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양대 긴급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수 있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 상반된 대응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권력 승계 등 연착륙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려는 개입 정책을 취하고 있다.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2012년 10월에 이스라엘을 내세우거나 직접 나서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대북 정책, ‘흔들기’ 대신 ‘연착륙’으로 전환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로 전환되자 미국은 예전과는 달리 평화롭고도 안정적인 북한의 권력 이동을 바란다며 연착륙을 희망하고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후 즉각 북한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권력 이동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 데 이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전임 부시 행정부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겉으로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한 적도 있으나 북한의 정권과 체제 붕괴까지 겨냥해 흔들기를 시도한 바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고, 북한에 대한 공습 가능성을 중국에까지 공식 경고한 바 있으며,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작전계획인 작계 5030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애도 기간 중에는 지켜보기 모드에 들어갔으나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려는 등 적극적인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 김정일 사망 직전에 타결 지은 대북 식량 지원, 우라늄 농축 잠정 중단,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 동결, 6자회담 재개 등 북·미 합의를 북한의 새 지도부와 이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한 날 미국은 뉴욕에서 북한과 접촉을 갖는 등 비상 접촉 채널을 유지하고 대화 국면을 지키려고 애썼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새 지도부가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고 고모와 고모부인 김경희-장성택 부부와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데 합의하고 사실상의 집단 지도 체제를 출범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의 북한 위기를 관리한 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 한반도 전문가들도 미국이 앞으로 몇 달간 북한에 대해서는 인내하며 지켜보아야 하며 고립 정책보다는 개입 정책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는 손보기가 임박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1년을 보내며 미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은 이란의 핵개발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은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잇달아 발령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이란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12월19일에는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나서 “이란이 2012년 중에 핵무기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는 이란이 넘지 말아야 하는 레드라인임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특히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 등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2년 미국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 상반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란·북한 국기를 합성한 것이다. ⓒ AP연합

2012년 10월 이란 기습 공격설 나돌아

미국에서는 2012년 10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단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최고 지도자들이 이란에 대한 공개 경고장을 잇달아 내놓자 나오는 관측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10월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에 공격이 단행된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직전 날짜를 폭격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란 핵시설을 이스라엘이 기습 공격하거나 미국이 최첨단 무기로 직접 공격하는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미국은 특히 지하 61m까지 뚫고 들어가 벙커를 파괴시킬 수 있는 최신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펜타곤은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로 명명된 신형 벙커버스터 폭탄 20개를 지난해 9월부터 인도받기 시작해 미국 공군에 실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빅블루라는 별명을 가진 이 폭탄은 보잉 사가 개발해 20개를 사들이는데 3억1천4백만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형 벙커버스터 폭탄은 지하 61m까지 뚫고 들어가 벙커를 파괴시킬 수 있을 만큼 가공할 파워를 지녀 기존 폭탄보다 10배의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벙커버스터는 길이 6.25m(20피트)에 무게가 13.6t(3만 파운드)에 달하며 2.4t(5천3백 파운드)의 폭발물을 탑재하고 있다가 지하 61m까지 뚫고 들어가 터뜨리게 된다. 이같은 성능과 위력 때문에 미국의 빅블루 신형 벙커버스터가 이란의 핵시설 파괴용으로 실전 배치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상반된 방법으로 대응하려는 데에는 몇 가지 판이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에게 북한은 골칫거리이지만 챙길 이익이 거의 없는 반면 이란에게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안보 이익이 걸려 있다. 북한에는 석유도 없고 경제적 이익도 걸려 있지 않다. 북한에서 안보 이익을 찾으려 한다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부딪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도 다른 국가나 테러 집단에게 넘기지 않는 한 군사 행동을 하지 않아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철저히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는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반면 이란은 석유를 가지고 있고 중동 지역 패권이 걸려 있다. 석유를 가진 이란이 핵무기까지 보유하면 미국에게는 최대의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 석유에 이어 핵무기까지 보유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공언해왔다. 핵을 가진 이란은 이어 이라크 집권 세력과 손잡거나 압박해 이라크에서 미국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 그동안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이슬람교 시아파인 이라크 집권 세력도 이란이 석유와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미국을 등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은 이라크를 내주는 것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 발을 빼야 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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