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가 CJ 손바닥 위에?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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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방송·영화·공연·게임·음악 등 부문에서 큰 영향력 행사…독과점 논란에 “순기능 더 많다”

뮤지컬 <쓰릴미> <김종욱 찾기> <캣츠>, 영화 <미션임파서블4> <마이웨이>, 엠넷의 <슈퍼스타K>,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CJ이다. 뮤지컬 <쓰릴미>는 뮤지컬해븐과 CJ E&M이 공동 제작하고, <캣츠>는 설앤컴퍼니와 CJ E&M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4>는 CJ E&M이 배급을 하는 작품이고, <마이웨이>는 CJ E&M이 공동제작 배급을 맡은 작품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와 <슈퍼스타K>는 CJ E&M의 케이블 채널에서 공중파 못지않은 시청률을 올린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엠넷은 K팝 부문에서 공중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케이블 채널이자 음원 유통회사이다. 이런 면면을 따져보면 한국의 대중문화를 CJ라는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케이블TV·영화 부문에서 압도적인 우위 누려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CJ E&M이 핵이다. 여기에 CGV라는 멀티플렉스 체인이 뭉쳐서 방송, 영화, 공연, 음악, 게임 등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J E&M에는 방송, 게임, 영화, 음악·공연 사업 부문이 있다. 유선방송의 프로그램 공급과 지역 사업자를 겸하고 있는 방송 부문에서 CJ E&M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특히 프로그램 공급(PP) 부분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던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를 인수한 후로는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요란하게 문을 연 종편 채널이 대개 1%대 이하의 평균 시청률에 허덕이는 반면 <슈퍼스타K> 등 CJ E&M 계열의 채널 일부 프로그램은 공중파를 능가하는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 부문에서 CJ E&M의 호적수로 등장할 만한 사업자는 태광그룹 계열인 티브로드 정도이다. 티브로드는 유선방송 전송 사업 분야에서 최대 사업자 중 하나일뿐더러 최근 들어 프로그램 수급을 위해 직접 영화 수입에 뛰어들고 산하 케이블 텔레비전의 시청 점유율도 10%대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케이블 채널 사업자만큼이나 CJ E&M의 위력이 강하게 나타나는 부문은 영화와 공연 부문이다. 이 부문에서 CJ E&M은 시장 독과점 논란을 빚을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영화는 ‘투자+제작+배급+상영’까지 수직 계열화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크린 싹쓸이’ 논란이 나올 때마다 CJ E&M이 투자 배급한 작품이 꼭 거명될 정도이다. 

CJ E&M은 이런저런 논란에도 1990년대 이후 충무로에 유입된 대기업 자본 중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경우이다. 일부 대자본 중에는 서둘러 손을 털고 나가 ‘대기업 자본 불신론’이 나오게 했지만 CJ E&M은 한국 영화 시장의 제작 풍토나 관행을 투명화시켰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찬사만큼 거세다.   

“공연을 사업으로 끌고 가는 유일한 대기업”

하지만 공연 부문에서만큼은 CJ E&M의 참여에 대해 비판보다는 찬사가 더 많다. 물론 공연 시장에도 CJ E&M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 중 CJ E&M과 손잡은 제작사가 그렇지 않은 제작사보다 더 많다. <맘마미아>나 <아이다>를 제작한 신시컴퍼니나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 정도만 CJ E&M과 손을 잡지 않았을 뿐 웬만한 뮤지컬 제작사들은 CJ E&M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CJ E&M은 뮤지컬 시장에서 단순 투자를 하지 않고 공동 제작 형태를 선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작품을 기존 제작자에게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 기존 제작자의 신작이나 라이선스를 따온 작품을 공동 제작하기도 한다. 흥행에 성공한 <42번가>는 CJ E&M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만 설앤컴퍼니에 제작을 의뢰했고, 거듭 재공연을 하고 있는 <김종욱 찾기>는 오랜 기간 뮤지컬해븐과 공동 작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쓰릴미>나 <스위니 토드> <넥스트 투 노말> 등 마니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제작한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CJ의 가장 큰 장점은 공연업을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사업으로서 끌고 가는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공동 제작은 돈이 얽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 수익만 노리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업으로 여기고 참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길게 보았을 때 대기업의 참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자본 규모가 열악한 공연 제작사에 비해 대기업 자본은 불경기나 호경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력을 갖춰 시장에서 방조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3년간 뮤지컬 제작 편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배우 출연료가 폭증하고 무대 규모가 커지면서 뮤지컬 제작비도 수십억 원대로 뛰었다. 시장이 규모의 싸움이 되면서 CJ E&M의 자본력은 뮤지컬 제작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해 CJ E&M과 공동 제작으로 <캣츠>를 선보였던 설앤컴퍼니는 올해는 투어팀을 불러들여 <위키드>와 <오페라의 유령>을 무대에 올린다. 물론 공동 제작 파트너는 CJ E&M이다. 설앤컴퍼니의 이혁찬 제작 이사는 “영화계에서는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다양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공연계는 사정이 다르다.  CJ의 참여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실험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웃고 춤추는’ 뮤지컬이 아닌 살인을 다룬 우울한 뮤지컬인 <쓰릴미>의 국내 프로덕션 출발점에는 CJ E&M의 자본 참여가 있었고, 트랜스젠더를 다룬 <헤드윅>의 출발점에도 CJ E&M의 ‘공동 제작’이라는 참여가 있었다. 이혁찬 이사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작을 용기 있게 할 수 있는 뮤지컬 전문 제작사가 없다. 또, 아주 작고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도 상업적인 성공 부담 때문에 선뜻 무대에 올리기 힘들다. 이런 부문을 CJ E&M이라는 대기업이 메워주었다. 공연 시장에서 아직은 CJ E&M의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다”라고 주장했다.

CJ E&M의 사업 부문에서 시장 지배자가 되지 못한 분야는 게임 부문과 음원 사업이다. CJ E&M에서 매출 비중으로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부문은 게임업계 강자인 엔씨소프트나 넥슨에 밀리고 있다. 음악 분야의 음원 배급 부문은 같은 대기업인 SK텔레콤의 계열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비해 밀리고 있다. SK는 SK텔레콤의 가입자 단말기에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내장시켜 공급하고 있다. 멜론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유통 브랜드. 케이블 채널에 엠넷이나 KMTV 등의 막강한 채널을 가지고 있는 CJ E&M이지만 음원 유통에서는 휴대전화를 지배하는 SK텔레콤의 ‘밀착 서비스’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CJ는 케이블 채널 지역망 서비스 회사인 CJ헬로비전을 통해 ‘헬로 모바일’이라는 저가형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CJ는 헬로 모바일 전용 휴대전화를 통해 계열사의 통합 회원 서비스와 모바일 콘텐츠를 저가의 요금과 함께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헬로 모바일의 활약 정도에 따라 CJ E&M의 음원 사업 경쟁력도 함께 커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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