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움직이는 거야!”적진 뛰어드는 뚝심파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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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정용화·정운천·김부겸·김영춘 등 상대 당 텃밭 공략 노려

ⓒ 시사저널 사진팀·뉴시스
4·11 총선의 최대 화두는 단연 ‘물갈이’이다. 지난해 정치권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바람’이 보여주듯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했다. 현역 의원들이 제 지역구를 지키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여야의 텃밭이라고 알려진 영·호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같은 ‘정치권 물갈이’ 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기회 삼아 상대 당의 텃밭에 뛰어드는 여야 주자가 많은 것은 이번 총선의 한 특징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에, 또는 민주당 후보가 영남에 뛰어들었던 과거에는 출마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존의 정치권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먼저 여권의 텃밭인 영남 지역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야권 인사들이 눈에 띈다. 특히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부산 지역에서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에 따라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높아진 상황을 이용해 무더기로 적진 공략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26일 나란히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 출마를 선언한 이른바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3인방 가운데,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부산 지역과 아무런 연고도 없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했다 낙선했던 부산 북·강서 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16년 동안 기반을 닦아왔던 서울 광진 갑 지역구를 뒤로 하고 부산 출마를 선언하며, 부산진 갑에 둥지를 틀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 분위기 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3선 중진인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김영춘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경기 군포 출마를 포기하고, 야당 불모지인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주목된다. 김의원은 1월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준비로 인해 현재까지는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민주통합당 원로 그룹에 해당하는 장영달 전 의원 역시 지역구를 적지로 옮겼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4선을 한 장 전 의원은 기존 지역구인 전북 전주 완산 갑을 떠나 경남 함안·합천·의령 지역에 출마했다. 

전남 담양·곡성·구례가 지역구인 3선 김효석 의원은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강서 을 지역구에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정세균 전 최고위원 역시 전북의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차영 전 대변인은 서울 양천 갑 도전을 선언했다. 이 지역은 강남 지역과 더불어 대표적인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역대 선거에서는 성적 저조했지만, 올해는 이변 많을 수도

한나라당도 역대 선거 때마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호남 지역 챙기기에 나서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먼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광주 서구 을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장세환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 완산 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용화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경우 원래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 서구 갑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15%에 가까운 지지를 얻는 등 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알리기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지난 1월9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로 마음을 돌렸다. 

여야 모두 ‘적진 출마’라는 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이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역대 선거에서 적진에 돌진한 여야 주자들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1992년과 2000년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한 것이 한 사례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때에도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 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도 전주를 떠나 서울 동작 을에서 출마했지만, 역시 울산을 떠나 온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에게 패했다.

하지만 현재 영·호남을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지역 내 불신감이 최고조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오는 4월 총선에서는 곳곳에서 ‘이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사진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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