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곧추 세운 한국 우주 기술, 올해 네 개의 위성 띄워 큰 날개 편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2.0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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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중대사…나로호 등 발사 모두 성공하면 우주 강국 도약 전망

1992년 8월 발사되기 전의 우리별 1호.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1992년)가 발사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내보낸다. 무려 4기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아리랑 3호와 아리랑 5호, 과학기술위성 3호, 나로호 3차 발사에 탑재될 나로 과학위성이 그것이다.

이는 한국 위성 개발 사상 한 해에 가장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최고 기록이다. 현재까지는 2010년 2기 발사가 최고였다. 만일 올해 4기 발사가 모두 성공하면 2012년은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 올린 우리의 인공위성은 모두 12기이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돌고 있는 위성은 아리랑 2호(2006년)와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2010년)’ 등 2기뿐이다. 남은 2기와 함께 활동을 펼칠 올해의 위성 4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쏘아 올려질까?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위해 변신

올해 쏘아 올릴 4기의 인공위성 가운데 우리의 최고 관심사는 나로호이다. 오는 10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로켓 나로호가 마지막 기회인 3차 발사에 도전한다.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한 아픔을 딛고 ‘기필코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현재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설계가 일부 수정된다. 특히 지난 발사 때의 실패 원인인 페어링 시스템에서 페어링 분리에 사용되는 고전압 장치가 저전압 장치로 교체되고, 기폭 장치도 고전압에서 저전압으로 바뀐다. 비행 종단 시스템에 사용했던 화약도 없앤다.

나로호에 실릴 위성 이름도 1, 2차 발사 때 사용한 ‘과학기술위성 2호’에서 ‘나로 과학위성’으로 바뀐다. 물론 새롭게 제작된 위성이다. 임무도 변경되었다.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를 활용해 대기나 해양의 수증기 분포와 바람의 속도 등을 알아내는 것이 주 임무였던 과학기술위성 2호와 달리, 나로 과학위성은 정상 궤도에 진입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첫째 임무이다.

이 확인 신호 여부에 따라 나로호 발사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로써 위성에 장착한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적외선 센서, 반작용 휠 등의 우주 기술이 검증되는 셈이다. 또한 우주 방사선량 측정 센서로 우주 방사선 환경을 관측하는 임무도 병행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나로호는 1단에는 액체 엔진을, 2단에는 고체 엔진을 사용하는 혼합 발사체이다. 길이 33m, 지름 2.9m, 무게 1백40t의 이 발사체가 나로 과학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려면 발사 후 얼마의 시간을 날아야 할까. 답은 5백40초이다. 1, 2차 발사 때 나로호가 실패한 이유는 2백16초와 1백37초(2차)밖에 날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로호의 성공 요건으로 발사 시간도 상당히 중요하다. 오는 10월의 3차 발사는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Launch Window)’이라는 오후 3시30분?4시쯤에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가장 경제적인 비행을 위해서다. 나로 과학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때 쏘아 올려야 위성이 태양을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른 시간대에 쏘면 태양의 정면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위성의 자체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긴 시간을 활동해야 하는데 위성의 막대한 에너지만을 쓸 수 없지 않은가.

아리랑 5호, 영상레이더 탑재돼 24시간 지구 관측 가능

전파를 능동적으로 직접 방사해 지표ㆍ해수면 및 물체의 반사파를 획득해 영상으로 만드는 영상 레이더를 탑재한 아리랑 5호 상상도. ⓒ 연합뉴스
나로호에 앞서 올해 가장 먼저 우주로 날아오르는 위성은 아리랑 5호이다. 아리랑 5호는 3~4월경 러시아의 야스니 발사장에서 발사된다. 이 위성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러시아 정부와 위성 발사 용역을 맡은 러시아 코스모트러스 사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발사가 몇 차례 미루어졌다. 따라서 일정만 잡히면 언제든 쏠 수 있다.

대륙간탄도탄을 개조해 만든 드네프르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아리랑 5호에는 처음으로 영상 레이더가 탑재된다. 아리랑 1, 2호와 천리안 등 우리의 위성에는 보통 광학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카메라가 아닌 레이더를 사용한다는 것은 구름이 낀 날이나 밤에도 24시간 지구 관측이 가능한 전천후 위성이라는 의미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상의 영상 정보를 획득하는 수단은 크게 세 가지이다. 디지털카메라처럼 가시광선의 영상을 촬영하는 광학 카메라와 야간 식별이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 그리고 레이더 전파를 이용하는 영상 레이더가 있다. 광학 카메라의 최대 단점은 야간 촬영이 불가능하고 구름이 잔뜩 낀 날에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적외선 카메라는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지만 온도와 습도 등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영상 레이더는 일반 레이더처럼 전파를 쏜 뒤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전파 신호를 다시 영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더러 온종일 촬영이 가능하다. 특히 금속이 포함된 인공물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건물이나 울창한 숲 속에 가려 있어도 확인할 수 있다. ‘눈’ 기능의 영상 레이더는 지구 표면을 1m급 해상도로 촬영한다.

영상 레이더의 무게는 상당하다. 그런 탓에 아리랑 5호의 무게가 1천4백㎏이나 되어 국내 개발 저궤도 인공위성 중 가장 무겁다. 아리랑 2호의 두 배에 달한다. 아리랑 5호는 5년간 하루 15바퀴씩 지구 상공 5백50㎞ 궤도를 돌면서 세계 모든 지역을 관측한 영상을 보내올 예정이다.

‘독수리의 눈’ 달린 아리랑 3호, 70㎝급 고해상도 촬영

모든 시험을 마치고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으로 떠나기 위해 대기 중인 아리랑 5호 위성. ⓒ 연합뉴스
아리랑 5호의 뒤를 이어 우주로 올라가는 인공위성은 아리랑 3호이다. 5?6월께 일본 최남단인 가고시마 현 단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아리랑 3호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70㎝급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가 장착된다. 지구 상공 6백85㎞에서 원하는 지역을 골라 지구 표면의 물체를 가로 세로 70㎝ 단위로 구분해 고해상도로 촬영한다. 이를테면 부산에서 6백80㎞쯤 떨어진 평양을 망원경으로 보면서 도로에 다니는 차량이 트럭인지 승용차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아리랑 3호를 ‘독수리의 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지구 관측용 위성에는 광학 카메라나 영상 레이더가, 과학용 위성의 경우 적외선 또는 자외선 카메라나 분광기, 이온 측정기, 자기장 측정기 등이 탑재체로 실린다. 이 중 광학 카메라는 전세계적으로 미국·프랑스·이스라엘 등 5개 국가만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핵심 기술 이전이 엄격하게 제한된다는 말이다. 그런 고해상도 광학 탑재체 기술을 20년이라는 짧은 우주 개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보유했다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아리랑 3호의 광학 영상과 아리랑 5호의 전천후 레이더 영상을 연계할 경우 다양한 정보를 담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정부와 민간 수요 충족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위성 3호, 대기와 해수 등 환경 감시 역할

나로호보다 한 달 앞서 발사되는 인공위성은 과학기술위성 3호이다. 오는 9월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발사되는 이 위성은, 순수 연구용으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개발했다. 비록 연구 위성이지만 대기 관측이나 환경 감시 등 다양한 지상 관측 자료도 제공할 수 있어 실용 위성만큼이나 쓸모가 크다.

과학기술위성 3호의 임무는 은하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근적외선 우주 관측 카메라’가 장착되었다. 이것으로 우주에서 방출되는 근적외선을 촬영해 우리 은하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또 ‘근적외선 지구 관측 카메라’도 달려 있어 산불 탐지나 도시 열섬 현상 관측 등 적외선 관측이 유리한 지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64가지 색깔로 분류하는 소형 영상 분광기로 대기와 해수 등을 촬영해 환경 감시의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우주 기술에 열중할까? 우주 기술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한 방어나 GPS 유도형 폭탄인 JDAM을 통해 우주 기술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일본은 독자적으로 네 기로 이루어진 정찰위성을 쏘아 올려 북한의 핵미사일을 추적하면서 한반도를 24시간 감시하고 있고, 중국 또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위성을 격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주 기술이 국가 생존 전략의 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또 이것이 우리가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I)가 2010년 6월10일 오후 5시1분에 발사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주 기술이 미래 산업을 이끌고 갈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는 사실이다. 동시에 최고 수준의 ‘고부가가치’ 산업이어서 국가 성장 동력 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실례로 미국은 세계 주요 여섯 개국의 항공우주 산업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항공우주 산업의 독보적 존재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품의 t당 가격을 비교해볼 때, 인공위성의 가격은 자동차에 비해 3백 배에 달할 만큼 고가인 동시에 고부가가치 상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개발한 1천여 개 신소재 중 80%도 우주 기술의 성과이다. 결국 미래에 한국을 먹여살릴 동력 또한 우주 기술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

우주 기술이 일반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직접적으로는 방송통신, 위성 항법 시스템, 기상 예측 분야, 수자원 감시와 재난 감시, 원격 진료와 원격 교육 등의 산업을 창출시키고, 간접적으로는 MRI·CT 같은 의료 장비,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우주 기술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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