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범야권 4대 잠룡 최후에 웃을 ‘흑룡’은?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07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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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 범야권 대권 주자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그들 간에 얽히고설킨 용트림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급상승이 눈에 띈다. 문고문은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 1위로 꼽혔다. 일부 조사에서는 범여권 주자 간 대결에서 그동안 고공 비행을 계속해왔던 안철수 원장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요동치는 범야권 잠룡들의 대권 경쟁 구도를 들여다보았다.

(왼쪽부터) 문재인 ⓒ 시사저널 유장훈 / 안철수 ⓒ 시사저널 임준선 / 손학규 ⓒ 시사저널 유장훈 / 김두관 ⓒ 시사저널 이종현

2012년이 시작되자마자 각 언론사들은 여야 ‘잠룡’들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앞다투어 발표했다. 여전히 여야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이런 가운데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기자들은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25%)을 첫손에 꼽았다. 그 뒤를 박근혜 비대위원장(18%),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6%), 안철수 원장(10%) 등이 이었다. 일반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기자들의 새해 대선 정국 전망은 적중했다. 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1월5일 이후부터 문고문은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지금도 그 상승 곡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정치부 기자들의 여론이  반향을 일으킨 예는 지난 2002년 대선 때도 있었다. 2002년 11월 초 ‘이회창 대세론’이 요지부동이던 당시 일요신문의 정치부 기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감 1위로 뽑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노후보는 당시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에도 뒤진 3위였다. 결국 한 달여 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정치부 기자들, 문재인과 김두관 주목 

이번 조사에서 정치부 기자들은 또 한 명의 인물을 주목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들은 여야 ‘잠룡’들 가운데 김지사를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5위(4%)로 꼽았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5위였고, 범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도 문고문, 안원장, 손 전 대표 등 이른바 범야권 후보 ‘빅3’에 이어 4위로 올렸다. 기존의 여론조사가 김지사를 아예 대선 후보군에 포함시키지도 않거나, ‘차차기’ 후보군에 포함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정동영·정세균 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은 김지사보다 뒤로 처졌다.

문재인 고문의 급상승에 이어 김두관 지사 또한 차차기가 아닌 차기 대선에 바로 나설 가능성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안철수 원장 독주 체제의 범야권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반 여론조사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 또한 ‘총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선언하고 나섰다. 네 명의 범야권 ‘잠룡’들이 용의 해 벽두부터 치열하게 뒤엉키고 있다. 

<시사저널>은 범야권 대선 후보 ‘빅4’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최근 정례적으로 대선 주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리얼미터’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리서치뷰’ 등 세 여론조사 전문 기관의 최근 한 달간 조사 결과 및 각 항목별 테이블 자료를 협조받았다.

이 자료들을 분석해보면, 역시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이 새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30일과 올해 1월6일만 해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문고문이 1월13일 조사에서 갑자기 두 자리 숫자로 치고 올라갔다. 이후 마의 15% 선을 돌파한 뒤 급기야 지난 2월1일 조사에서는 안철수 원장을 제치고 처음으로 범야권 대선 후보군에서 선두에 나섰다. 반면 안원장은 꾸준히 20% 중·후반대를 유지해오다, 1월20일 조사 때 28.1%를 기록한 것을 정점으로 이후 23.2%(1월27일)에 이어 19.5%(2월1일)로 10%대까지 하락했다.

 “손학규-문재인, 손학규-김두관 대결”

이같은 현상은 KSOI의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고문은 1월4일 조사에서는 6.2%에 그쳤으나, 1월11일 조사에서는 약 두 배 가까운 11.6%로 급상승했다. 반면 안철수 원장은 소폭 하락(28.0%→27.0%)했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안철수 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던 문재인 고문이 1월9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지지율이 급반전하고 있다. 향후 총선 전까지는 안원장이 계속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반면 총선에 나서는 문고문의 대외 행보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사람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리서치뷰의 지난 2월1일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고문과 안철수 원장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고문이 27.6%인데, 안원장은 17.9%이다. 1월29일 조사 결과에서는 문고문이 25.3%, 안원장이 22.7%로 나타난 바 있다. 불과 사흘 만에 격차가 2.6%포인트 차에서 무려 9.7%포인트 차로 벌어진 셈이다. 리서치뷰는 2월1일 조사에서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도 내놓았는데, 여기서도 문재인 고문이 32.6%로, 안철수 원장(26.2%)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11.1%에 그치고 있다. 두 경쟁자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이다. 현재 범야권 대권 구도는 ‘문재인-안철수’ 양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손 전 대표는 한 발짝 뒤처진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27 분당 을 재선거 승리 직후 한때 마의 15% 선을 돌파하며 ‘대세론’까지 기대했던 손 전 대표는 이후 ‘安風(안풍)’에 꺾이고 ‘文風(문풍)’에 휘청이면서 지지율이 다시 재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현재 3~4%대의 저조한 지지율이 몇 달째 계속 답보 상태에 있다. 특히 KSOI의 지난 1월11일 조사에서는 1.6%까지 추락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아직은 누구도 섣불리 대세론을 말할 때가 아니다.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결국은 손학규 대 문재인, 또는 손학규 대 김두관의 경선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을 때 분명히 우리에게도 바람을 탈 기회는 올 것이다. 지금은 그때를 기다리며 착실히 준비할 때이다”라고 밝혔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분명히 손 전 대표는 살아 있는 카드임에 틀림없다. 현재 앞서 있는 문고문과 안원장의 정치 경험 부재와 미약한 권력 의지에 따른 불안정한 리더십이 향후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경륜이 풍부한 손 전 대표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리얼미터나 리서치뷰 등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범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하면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아직 대권 후보로서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나마 김지사를 포함시킨 KSOI의 지난 1월4일 조사 결과는 0.8%, 1월11일은 0.2%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두관 지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윤희웅 실장은 “현 상태로는 문고문이 버티는 한 김지사가 들어설 입지가 좁지만, 이는 반대로 문고문의 공백이 생기는 변수가 발생하면 그 공간을 김지사가 온전히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밝혔다. 이택수 대표 또한 “이해찬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한 ‘친노’측에서는 문고문을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에 문고문이 4월 총선에 낙선한다든가 하는 혹시나 모를 변수에 대비해서 그 ‘대안’으로 김지사를 동시에 후원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실제 리얼미터에서 차기 대권 주자군과 별도로 정례 조사를 벌이고 있는 차차기 대권 주자군 조사를 보면 김지사의 경쟁력이 결코 만만찮음을 알 수 있다. 범야권에서 차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김지사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과 이정희·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이다. 이들 중에서는 김지사와 안지사 그리고 이대표가 ‘3강’을 이루는데, 지난해 12월30일 조사에서 세 사람은 모두 4%대의 고른 지지율로 도토리 키 재기를 했으나, 올해 들어서면서 김지사의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월1일 조사에서는 김지사가 약 두 배 가까운 8.5%의 지지율로 이대표(6.4%)와 안지사(4.9%)를 따돌린 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결국 변수는 4월 총선이 될 것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원장이 당분간 계속 정치권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만약 문고문이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한다면 판세가 문고문 쪽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김지사도 입지가 현저히 좁아들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신교수는 “결국 향후 범야권 대권 구도 향배의 키는 문고문이 쥐고 있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인의 인기는 언론 노출 빈도에 비례한다. 아마 안원장은 지금쯤 ‘신비주의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문고문의 지지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안원장은 정계 진출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본격적으로 나서든가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몰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리서치뷰의 2월1일 조사에서는 문고문이 39.5%로, PK 지역에서 안원장(20.2%)을 약 두 배 가까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안원장이 23.0%로 문고문(16.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리얼미터 조사는 여야 모든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한 것인 데 반해, 리서치뷰 조사는 야권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리서치뷰가 같은 날 여야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지역별 조사에서도 문고문이 PK 지역에서 25.3%로 안원장(12.4%)보다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남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2월1일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야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안철수 원장이 37.0%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문고문(27.9%), 손 전 대표(10.4%) 순으로 이었다. 여야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순위는 동일했다. 반면 같은 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고문이 광주·전남에서 26.5%, 전북에서 35.9%로 모두 안원장을 약 10%포인트 차로 앞섰다. 문고문이나 안원장 모두 아직은 자신의 고향인 PK에서 뚜렷한 ‘맹주’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고, 또한 호남의 지지도 아직 확실히 얻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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