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일을 혼자서 해내니…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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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스마트폰이 일으킨 산업 혁명 10가지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공중전화가 설 자리를 잃었듯이, 2008년 첫선을 보인 3G망을 이용한 휴대전화는 또 다른 사회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게임기가 되고, 피아노가 되고, 신문이 된다. 한마디로 만물상 역할을 하는 이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수많은 산업을 흔들었다. 스마트폰은 생활 속 산업 혁명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만하다.

MP3 재생기

미국의 정보통신 매체인 <PC월드>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질 품목으로 MP3 재생기(플레이어)를 꼽았다.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일반 휴대전화에 MP3 재생 기능이 있으므로 MP3 플레이어를 따로 휴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아직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미취학 아동에게

는 MP3 플레이어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청소년 이상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 국내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아이리버는 벌써 11분기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원시스템 역시 지난해 3분기 31억원가량의 적자로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스마트폰에 된서리를 맞은 MP3 플레이어 업체는 최근 스마트폰 앱 사업을 펴거나 아예 스마트폰을 출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형 디지털카메라

흔히 ‘똑딱이 사진기’라고 부르는 소형 디지털카메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해상도는 1기가 픽셀 이상으로 소형 디지털카메라에 뒤지지 않는다. 따로 똑딱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장소를 기록하고, 그 사진을 SNS에 바로 올리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캐논은 2015년까지 4조5천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
마트폰의 출현으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뉴욕타임스는 “똑딱이 카메라가 스마트폰 시대에 새로운 낙오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라고 보도하면서 소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서서히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캐논, 니콘 코닥, 삼성, 파나소닉 등이 생산한 똑딱이 카메라는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 대수가 16% 감소했으며 매출액도 24% 줄어들었다.

내비게이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굳이 20만~40만원짜리 내비게이션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다. 통신사들이 무료 내비게이션 앱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SK 내비게이션 앱 T맵과 KT의 올레내
비 가입자는 각각 1천만명, 3백5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내비게이션 보급 대수는 2010년 1백60만대에서 2011년 1백40만대로 감소했다. 시장을 90% 장악하고 있는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은 지난해 100억~2백억원대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기존 내비게이션 맵을 만드는 업체들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내비게이션 앱을 만드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장치)

PMP나 PDA와 같은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 장치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세계 PMP 시장이 향후 1~2년 사이에 30~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PDA는 이동하면서 작업할 수 있고, 개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비슷한 크기의 휴대용 사무 기기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PMP도 많이 사라졌다. PMP 업체인 코원은 최근 카메라 등이 없는 PMP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처럼 여러 기능을 복합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종이 지도

40년 된 국내 지도 제작업체인 중앙지도문화사가 최근 비싼 임대료 때문에 사무실을 축소해 이전했다. 종이 지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자동차와 함께 사던 교통 지도 책이나 등산로가 잘 그려진 등산 지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인터넷 지도와 스마트폰 지도가 차지했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찾아주고, 대중교통 요금까지 계산해주는 편리성이 돋보인다. 실사 사진이 연동된 디지털 지도를 이용하면 처음 가는 곳이라도 미리 그 지역의 지리를 살펴볼 수 있다.

녹음기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출자 총액 제한 제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때 기자들은 녹음기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스마트폰에 녹음 기능이 있어서 별도로 녹음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이프에 녹음하던 것에서 메모리칩에 녹음하는 디지털 녹음기로 진화했지만 스마트폰에는 무력해 보인다. 녹음기는 2만~3만원을 주어야 살 수 있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는 녹음기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에 녹음 기능이 있는 데다 녹음 내용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앱까지 나왔다. 사람 말을 따라 하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앱은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잘 이용한 사례이다.

전자계산기

모든 가정에 있는 전자계산기를 쓸 일이 줄어든 것도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이다. 단순 계산에서부터 복잡한 공식을 대입하는 계산까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계산 기능만 있는 전자계산기를 따로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샤프, 카시오 등 전자계산기로 유명한 업체들은 휴대전화, 청소기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손목시계

시계 제조회사들이 블루투스 기능을 담은 손목시계를 내놓는가 하면, 손목시계에 스마트폰을 접목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그만큼 손목시계에도 변화가 필요하

다는 신호이다. 오래전부터 휴대전화에 밀려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는 데다 컴퓨터에서도 시간을 알 수 있어서 손목시계를 볼 일이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저가의 중국산이 넘쳐나면서 시계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도 잃었다.



종이 매체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신문 사진 속 사람들이 움직인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현실이 되었다. 스마트폰 속 신문·잡지·서적의 사진은 움직일 뿐만 아니라 동영상 광고도 볼 수 있다. 종이 매체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스마트폰이 해냈다. 들

지도 못할 정도로 무거운 책 수백 권을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에 넣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쇄용지 산업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태블릿PC, e-book 등의 전자 매체가 인쇄용지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공공 기관, 기업에서는 종이 사용을 줄이고 전자 결제를 하며, 2015년에는 교과서가 태블릿PC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종이 제조업체들은 인쇄용지보다 박스·포장에 쓰는 산업용지로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게임기

스마트폰으로 수천 가지 게임을 할 수 있다. 유료도 있지만 무료도 많아서 스마트폰용 게임 앱은 꾸준히 증가한다. 이 탓에 기존 게임기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기업이 닌텐도이다. 1980년대 게임보이, 1990년대 수퍼NES, 2000년대

닌텐도DS와 Wii로 게임기 시장을 주물렀던 닌텐도는 2008년 1조 엔을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은 그 후 매년 줄어들어 2011년에는 1조 엔 고지에도 못 미치는 7천9백억 엔으로 집계되었고, 30년 만에 순손실이 6백50억 엔쯤 된다. 이와타 사토시 닌텐도 사장의 말대로 소프트웨어를 적시에 내놓지 못했고, 하드웨어도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 사이에 앵그리버드와 같은 스마트폰 게임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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