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인기만큼 ‘매니저 게임’도 후끈
  • 박병록│경향게임스 기자 ()
  • 승인 2012.02.2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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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층 확대와 특유의 멀티 플랫폼 전략이 흥행 성공 이끌어 실제 구단·선수·스태프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돼 호평

ⓒ 시사저널 이종현
영화와 같은 화려한 그래픽도 유명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웅장한 사운드도 없다. 경기 화면은 경기장 전경과 선수들의 사진이 전부이고 화려한 액션 대신 복잡한 수치 데이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특징을 지닌 매니지먼트(매니저) 게임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아이온’ ‘테라’ ‘블레이드&소울’ 등의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PC 패키지로 출시된 ‘풋볼매니저(Football Manager·이하 FM)’ 시리즈로 대변되는 매니저 게임들이 온라인으로 이식된 후 괄목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매니저’, NHN 한게임의 ‘야구 9단’, 한빛소프트의 ‘FC 매니저’ 등은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유저가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2012년 시즌이 시작되면 KTH의 ‘FM 온라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타일 매니저’ 등의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어 매니저 게임의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대호, 추신수, 박찬호가 한솥밥을 먹고 선동열이 투수 코치로 팀에서 활약한다면, 리오넬 메시와 호나우두가 최강 공격 라인을 구성하고 지단과 피구가 미드필드에서 이들을 지원한다면, 이런 꿈같은 상상 속의 설정이 매니저 게임에서는 현실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 해 팀의 운영 자금을 설정하고 선수의 개인사까지 챙기면서 최고의 경기 환경을 구성하는 디테일한 설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2010년 이후 축구와 야구 등의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매니저 게임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매니저 게임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승패 결과에 직접 참여하는 ‘피파’ 시리즈와 ‘프리스타일’ 시리즈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수들의 라인업을 정하고 확률 계산에 의해서 승패가 갈리는 매니저 게임으로 유저들이 몰리고 있다.

“현실감과 대리 만족, 두 토끼 잡아내”

이들 매니저 게임이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도 온라인 매니저 게임들이 출시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흥행 기록을 거두지는 못했다.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며 직접 선수를 컨트롤하는 ‘피파온라인2’, ‘프리스타일’ 등의 스포츠 게임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웹 게임 열풍에 힘입어 게임 유저층이 직장인을 포함한 성인 유저로 확대되면서 매니저 게임들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매니저 게임에 유저들이 몰리면서 ‘마구마구’는 구단주 모드를 추가해 매니저 게임 유저들에 대한 타깃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매니저 게임의 흥행은 현실감과 대리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최근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매니저 게임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바탕을 둔 실제 구단, 선수, 스태프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현실을 반영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로 하여금 게임 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갖는다. 유명 선수들을 영입해 자신만의 강팀을 만들고, 다른 전략으로 팀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감 넘치는 데이터는 사용자들의 대리 만족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구단 운영, 선수 영입, 구장 관리 등의 경영에 참여해 팬으로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채우고, 현실에서 부진한 팀의 성적을 우승으로 바꿀 수 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특유의 멀티 플랫폼 전략에 있다. 멀티 플랫폼 전략이란, 동일한 콘텐츠를 PC·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액션성이 강조된 기존의 스포츠 게임들은 PC나 콘솔에 최적화된 만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는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들은 수치와 전략성에 기본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멀티 플랫폼 전략을 펴기가 쉬웠다.

NHN 한게임의 ‘야구 9단’은 이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해 실제 경기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같은 멀티 플랫폼 전략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효과를 나타냈다. 잦은 외근과 다소 사양이 떨어지는 회사 PC로도 가끔 접속해 승패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인 유저들을 대거 게임으로 이끌어냈다.

물론 아직까지 부족한 점도 많다. 최근 매니저 게임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황금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소재가 프로야구, 프로축구에 한정되어 있어 새로움이 부족하고, 게임의 진행 방식과 변수가 동일해 게임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야구와 축구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그중에서도 야구는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올림픽’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붐이 조성되어 적합한 소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매니저 게임의 특성상 게임 방식이 유사할 수밖에 없어 똑같은 소재의 게임은 곧 식상함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인 야구 매니저 게임인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매니저’, NHN 한게임의 ‘야구 9단’은 이용자가 직접 감독이 되어 구단을 운영하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두 게임은 사용자는 자신의 구단에 작전 지시를 내리거나 선수를 교체하는 등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① 배구 시뮬레이션 게임. ②복잡한 데이터가 가득한 매니지먼트 게임은 실제 구단주가 된 듯한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 ③ 최근에는 축구와 야구를 벗어나 레이싱, 농구 등으로 매니지먼트 게임의 소재가 확대되고 있다.

레이싱·배구 등 다양한 소재로 발전

차별화 포인트는 존재한다. ‘프로야구 매니저’의 경우 실사에 가까운 경기 화면이 제공되고,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을 잘 표현해준다. 반면, ‘야구 9단’은 웹 기반의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네이버에 로그인하면 누구나 별도의 다운로드 및 설치 과정 없이 즐길 수 있어 야구 관련 뉴스를 접하러 온 야구팬들이 쉽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성 및 접근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차별화 포인트가 라인업을 구성하고 경기를 관리하는 핵심 콘텐츠 부분이 아닌 부가적인 시스템에 머무르고 있어 오히려 유저 고정화 현상이 MMORPG 장르에 비해서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소재의 편중과 동일한 게임성으로는 매니저 게임의 황금기가 곧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성을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결국 직접 선수를 플레이하는 스포츠 게임에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재의 한계와 게임성의 고정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동양온라인이 선보이는 ‘레이싱 매니저’는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야구와 축구에 한정된 소재에서 탈피해 레이싱 스포츠라는 신선한 소재를 끌어내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새롭게 구성해 유저들에게 목표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 하반기에 소개되는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타일 매니저’, KTH의 ‘FM 온라인’ 등은 매니저 게임 시장에서 퍼플오션 전략을 펼친다. ‘프리스타일 매니저’는 한 명의 캐릭터를 조작해 팀의 일원으로 플레이하는 원작 ‘프리스타일’의 게임 방식에서 벗어나 팀 전체를 조작하게 된다. 매니저라는 이름답게 선수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KBL(프로농구연맹)과의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만큼 국내 프로농구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조작하는 것 역시 정식 서비스와 함께 가능해질 전망이다. 매니저 게임의 전략성과 기존 스포츠 게임의 조작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매니저 게임인 셈이다. 웹 게임과 클라이언트 게임의 장점을 더한 매니저 게임의 흥행은 현실감과 대리 만족, 새로운 게임성 발굴이라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노력이 새로움을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를 만족시켜 매니저 게임의 메이저 장르 진입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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