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현대가의 악연
  • 홍재혜 인턴기자 ()
  • 승인 2012.03.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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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주가 조작사건으로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회사가 내야하는 벌금까지 내가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합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그는 현대증권에 부과된 벌금 70억원과 현대증권의 소액 주주들에게 줄 배상금 8천7백여만 원을 내야 하는 처지이다.

2003년 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1998년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에 의해 현대증권도 벌금 7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3년 후 현대증권의 소액 주주들(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이익치 전 대표이사가 주가를 조작해 회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대증권이 낸 벌금 70억원을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이익치 전 회장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현대증권에게 돈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익치 전 회장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며 소액 주주들, 소액주주들의 법무대리인, 현대증권, 현대증권의 법무대리인 그리고 자신을 변호했던 법무법인 화우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현대증권이 내야 하는 벌금 70억원은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양벌 규정에 의한 것이다. 현대증권의 벌금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양벌 규정은 법을 어긴 회사 대표뿐 아니라 그 회사에도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규정이다.

그는 현대증권이 소액 주주를 앞세워 ‘꼼수’를 부린다고 말했다. 2003년 벌금 70억원이 선고되었을 때 현대증권은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소액 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 이익치 전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현대증권이 주가 조작으로 1백48억원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07년, 소액 주주들은 이 전 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액 주주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는 현대증권이 협조하지 않으면 절대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전 회장은 현대증권이 소액 주주를 앞세워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현대그룹 내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2012년 1월8일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몽준 전 대표. @시사저널 유장훈
그는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이 터지고 가장 곤란해진 사람은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현대전자 주식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거둔 정몽준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몽준이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자산운용본부장이었던 박철재 상무가 주가 조작을 내가 시켰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는 차명 계좌를 개설해 1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약점이 있었다. 나는 거짓 진술이 사실이라고 맞춰주기만 하면 되었다. 1원의 이익도 취하지 않은 나는 소송에 휘말렸고 박철재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임원이 되어 떵떵거리며 산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의 소송 대상은 당시 변호인이었던 법무법인 화우까지 포함한다. 법무법인 화우가 70억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라고 이 전 회장은 말한다. 소액 주주들(현대증권 노조)이 손해배상 70억원을 청구한 사실을 법무법인 화우가 몰랐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화우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한다. 2007년 현대증권 노조가 청구한 70억원 손해배상은 진행 중이던 다른 손해배상 청구에 추가로 청구된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2004년부터 국민투자신탁 인수 관련 각서 사건과 관련된 손해배상과 배임 혐의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었다. 그 소송에 집중하느라 2007년 추가로 청구된 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르고 지나쳤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화우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의뢰인의 주장만 믿고 그대로 변호했다. 법적으로 오해를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소액 주주와 현대증권, 각각의 법무대리인과 법무법인 화우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2011년 11월 법원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전 회장은 올해 2월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정씨들을 위해 이만큼 했으면 되었다. 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를 그만 괴롭히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밝힌 정주영·현대가 비화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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