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대박’ 꿈 야무진 미국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3.0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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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백10억 달러·고용 7만개 창출 등 기대…특히 보험·금융·직배 등 서비스 수출 증가 노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D-데이 H-아우어가 3월15일 0시로 결정되자 미국도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보다는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도 한국의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열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부심해왔기 때문에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한·미 FTA를 시행하면 한국에 대한 수출을 1백10억 달러 늘려 GDP(국내 총생산)를 1백19억 달러 증가시킴으로써 일자리 7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표시해왔다.

5천8백억 달러 규모 한국 서비스 시장 개방

미국 정부는 2월21일, 한·미 FTA가 3월15일 발효 시행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과 미국이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 협정을 3월15일 발효·시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는 한·미 FTA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과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크 대표는 “이번 협정 발효로 1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한국 경제가 미국의 근로자, 기업, 농업 및 축산업 종사자들에게 개방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몇 주 후면 한·미 FTA를 통해 수만 개의 일자리와 더 나은 임금이 미국의 기업과 근로자 가정을 찾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3월15일 한·미 FTA가 발효·시행되면 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 제품, 곡물 등 농산물과 육류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FTA 발효에 따라 제조업에서는 항공 장비, 농업 장비, 자동차 부품, 건축재, 화학 제품, 전기 장비, 운송 장비, 제지류 등 무려 80%에 가까운 상품이 당장 3월15일부터 무관세로 한국에 수출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옥수수 등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5천8백억 달러 규모의 한국 서비스 시장도 개방된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미국이 보험·금융·정보통신·직배 등 미국의 서비스 수출 증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21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 이행법에 서명하고 있다. ⓒ EPA 연합

미국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상품의 한국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상품 수출의 증가로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반감시키고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강조한다. 재선이 걸린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큰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로 미국의 수출이 1백10억 달러 늘어나고 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라고 강조해왔다. 백악관은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 상품 수출이 한 해에 1백10억 달러 늘어나 한국과의 무역 적자는 현재 1백10억 달러에서 33억~4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또 각종 장비들을 포함하는 기계류와 비행기까지 포함하는 수송 장비들의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 한 해 한국에 기계류, 전자제품, 비행기에 이르는 제조업 제품들을 2백73억 달러어치 수출했는데 FTA가 발효·시행되면 단숨에 그 규모가 3백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들은 한국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해왔다. 이번에 FTA 막판 추가 협상을 통해 한국차의 미국 수입을 규제하는 동시에 한국 시장을 여는 조치를 얻어냄으로써 불균형을 소폭이나마 해소해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승용차의 경우 미국산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발효 즉시 8%에서 4%로 내리는 반면, 한국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2.5%를 5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특히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경우 25%나 되는 관세를 7년이나 유지토록 함으로써 한국 자동차의 무더기 수입을 제지하고 미국차들은 한국 시장을 쉽게 공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판매가 현재 1만대 이하에서 많게는 연간 7만5천대까지 팔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농산물과 육류의 한국 수출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고대하고 있다. 한 사례로 쇠고기의 한국 수출은 2010년 5억 달러어치에 그쳤으나, 40%에 달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최대 14억 달러어치를 수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의 한국 수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섬유업계는 한국산 의류가 봇물을 이뤄 미국업계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보이는 상품 교역에서 미국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익을 얻더라도 자본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상당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교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지금도 한국과의 서비스 교역에서는 최소 50억 달러에서 71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다. 백악관은 FTA에 따라 금융 재정·정보통신·에너지·환경 등 서비스 분야의 한국 시장이 5천8백억 달러 규모라며 미국에게는 ‘황금밭’이 되리라고 잔뜩 고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또 1천억 달러대의 한국 정부 조달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실행되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백악관과 업계에서는 7만명의 고용 창출은 주로 육류 가공, 제조업, 서비스 회사들의 수출 관련 직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육류와 육가공에서는 21억 달러 어치를 한국에 수출하게 되면 2만7천4백25명의 일자리를 늘리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했다.

“15만9천명의 일자리 감소 우려” 주장도

그러나 일부 미국 노조들은 FTA로 7만명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15만9천명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2006년부터 한국의 미국 내 투자액이 미국의 한국 내 투자액을 추월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세운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17억 달러와 10억 달러를 각각 투자해 미국 내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한 해에 40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내에서 7만9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4만5천명이고, 기아차에서 3만4천명이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내 고용 인원은 FTA 이행 이후에는 10만9천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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