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폭탄주를 치우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라!”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3.12 17: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속에서 만난 사람│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

ⓒ 21세기북스
“차범근, 안성기, 조영남, 문재인의 물건을 본 적이 있는가?”

말 하나는 장바닥 약장수 저리 가란다.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을 쓰고 너스레를 떠는 김정운 교수. 요즘 물 만난 고기마냥 김교수가 신나게 강연을 펼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는 특히 ‘남자’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주목받았을 때부터인가. 어쨌든 자신과 같은 세상 남자들과 속시원히 털어놓고 할 말 하고 고칠 것은 고쳐 행복해지자고 말한다. 이번 책에서도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이다.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다. 한국 남자들의 존재 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정치인 욕하기가 전부이다”라고 말했다.

‘물건’을 ‘거시기’로 생각해도 상관없다. 여자가 가지지 못한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여자와 다르게 남자에게 부족한 무엇이며, 가져야 할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행복과 재미에 관한 사회문화적 담론이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그런 사회문화적 담론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는 감각적이고 말초적 재미만 남아 있다. 딸 같은 걸그룹 허벅지나, 아들 같은 아이돌 초콜릿 복근이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모여 앉으면 막장 드라마 이야기를 반복하고, 허구한 날 정치인 욕하는 방식으로는 삶이 절대 흥미진진해지지 않는다. 폭탄주 마시며 룸살롱에서 아가씨와 아랫도리나 비비는 방식으로는 절대 즐거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설렘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더는 설렘을 가지지 못하는 남자들의 시간은 무지하게 빨리 흘러간다. 김교수는 “시간이 미쳤다. 갈수록 정신없이 빨리 간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가는 걸까?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아주 단순 명료하다. 기억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으면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지고, 전혀 기억할 것이 없으면 그 시기가 짧게 느껴진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학창 시절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부터 시간은 아주 미친 듯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만한 일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불쌍한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 평소에 반복적으로 하던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하라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이라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