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는 ‘시한부 감독’이 되려고 할까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3.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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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확정했는데도 ‘깜짝 발언’…히딩크 같은 명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뜻

지난 2월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맞아 2-0 승리를 이끈 대표팀 선수들.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 축구가 한숨 돌렸다. 런던올림픽 본선행과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최종 예선행이 걸린 일주일간의 사투에서 형님과 아우 모두 웃었다. 특히 신임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단두대 매치’로 불린 쿠웨이트와의 승부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말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한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의 결정이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거듭된 깜짝 발언은 협회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본선 진출 확정되면 전북 감독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도 저는 브라질로 가지 않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3월5일 언론 앞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은 협회가 올림픽 본선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고, 조중연 회장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그리고 쿠웨이트전 승리를 거둔 최강희 감독이 참석했다. 그런데 행사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최강희 감독이 협회의 여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 것이다.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대표팀 감독 취임 인터뷰에서도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최종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르는 그 시점에 자신은 물러나겠다는 얘기였다.

최강희 감독의 마음은 지난해까지 그가 7년간 이끈 K리그 전북 현대에 있다. 국내외를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한국 축구의 위기’를 강조하며 읍소한 협회와 구단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권유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자신의 위치를 본선행을 위한 한시적 감독으로 못 박았다. 대표팀의 8회 연속 본선 진출이 확정되면 다시 전북 감독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협회에서는 최강희 감독과의 계약 기간에 대한 공식적인 확답을 회피하고 있다. 일단 양자 간에는 감독이 원하는 대로 최종 예선이 끝날 때까지인 1년6개월을 명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선행을 이끈 감독이 다음 수순도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겠느냐며 여론과 정서에 따른 계약 연장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이에 맞서 최강희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강조한다. 그는 “본선에서 성공하려면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 한국 축구계 최고의 지도자이다. 팬들의 인기도 높다. 본선행을 확정하면 최소한 대회까지는 무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런 그가 시한부 감독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본선 진출 확정 후 놓게 될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은 다른 한국인 감독이 아닌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칫 한국인 감독의 자신감 부족, 혹은 사대주의로 해석될 수도 있다. 취임 당시 그가 그런 조건을 내걸자 일각에서는 “본선행을 거부하는 감독이 어디 있느냐? 애초에 다른 감독을 찾자”라는 의견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말하는 ‘월드컵 본선을 외국인 명장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시사저널 박은숙
최강희 감독의 속내는 다르다. 그는 한국 축구가 본선 참가에 의의를 두지 않고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외국인 감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냉철한 관점에서 볼 때 그동안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한국인 감독은 대부분 실패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허정무 감독을 제외하면 본선에서 16강 진출은커녕 승리를 거둔 감독도 없다. 남아공월드컵도 박지성, 이영표를 중심으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차세대 주역이 섞인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16강에 진출하는 데 고전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크게 성공을 거둔 인물은 단연 2002년 한·일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단기전에 대한 노하우,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많은 히딩크급의 명장이 본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최강희 감독의 주장이다. 주변에서는 월드컵까지 1년여의 준비 기간은 짧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시간은 1년5개월여였다. 히딩크 감독 역시 한국을 떠나면서 앞으로 월드컵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길(the way)’을 아는 지도자를 데려와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의 주장은 본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최종 예선을 통과하는 사이 협회가 적합한 외국인 후임자를 찾으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젊은 지도자를 보호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다. 최근 한국 축구계에는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신태용(성남), 황선홍(포항), 최용수(서울) 등 40대 초반의 신진 감독이 급부상하고 있다. 선배 지도자들과 달리 해외 무대에서의 활약과 여러 차례의 월드컵을 통해 국제적 시야와 오픈 마인드를 지닌 그들은 부임 직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5년 후, 10년 후 월드컵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후배 감독이 성장하고 있다. 당분간은 그들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될 성 싶다고 일찍 큰 무대에 내놓으면 오히려 상처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를 국내파 감독에게 맡기기 위해서는 그 과도기인 월드컵 본선은 실패할 확률이 적은 세계적 감독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부동한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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