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처럼 이어붙인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꿈
  • 홍재혜 인턴기자 ()
  • 승인 2012.03.1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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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벌 개막작 만든 영화감독 홍효은씨

ⓒ 시사저널 이종현

3월22일부터 열리는 국내 유일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개막작 <아무도 꾸지 않은 꿈>의 홍효은 감독을 만났다. 영화 <아무도 꾸지 않은 꿈>은 구미 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들어간 구미 공장에서 홍감독은 1년 동안 많은 여성 노동자를 만났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들어왔지만 일이 힘들어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버틴다 해도 일거리가 없으면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바로 해고되었다. 빚만 안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돈을 벌 곳은 여기뿐이라며 다시 돌아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여성 노동자 15명에 대한 인터뷰와 구미의 풍경으로 이루어졌다.

홍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부에서 활동하며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웠고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연극보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은 영화의 매력에 끌리면서 2003년 첫 영화를 내놓았다.

그는 휴학 후 영화 제작비를 벌기 위해 휴대전화 키패드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노동자들의 삶과 마주쳤다. 학교를 마치고 울산으로 내려간 그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영상간사로 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홍감독은 “이전의 나는 그 누구보다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볼 때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법과 질서가 있고, 문제가 있으면 그런 것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홍감독은 노동 문제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은 홍대 앞에서 쫓겨나는 예술인들을 그리는 영화를 구상 중이다. 홍대 거리를 만든 사람들이 더는 홍대 앞에 남을 수 없게 된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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