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등장한 새 포털에 ‘줌 인’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2.03.1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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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6개월 만에 주간 순방문자 1백80만 넘어…‘낚시성 기사’와 ‘광고’ 배제한 전략 주효한 듯

포털 사이트 줌닷컴의 메인 화면. ⓒ 포털 줌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두 거대 공룡이 지배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시장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줌닷컴(www.zum.com)’이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리서치 전문 기관인 닐슨코리안클릭이 3월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줌닷컴의 주간 순방문자 수(UV)는 1백8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전체 사이트 가운데 70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서비스 시작 당시 10만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이다. 지난해 말에는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포털 사이트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중·하위 포털 사이트 경쟁 구도에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줌닷컴은 압축 프로그램 알집, 무료 백신 프로그램 알약 등과 온라인 게임 ‘카발 온라인’ 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 소프트웨어업체 이스트소프트가 자회사인 이스트인터넷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검색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파란닷컴’이 선을 보인 이후 7년 만에 등장한 신규 포털 사이트이다.

사용자 편의에 따라 맞춤형 검색 가능해

줌닷컴은 개방형 포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포털 사이트와 차별성을 갖는다. 기존 포털이 자사 위주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반면 줌닷컴은 사용자 편의에 따른 맞춤형 검색을 이용할 수 있고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의 검색 결과를 줌닷컴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웹 애플리케이션 방식을 도입해 스마트폰에서처럼 사용자 취향에 따라 초기 화면을 검색, 뉴스, SNS, 블로그, 웹툰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신 이메일,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는 덜어냈다.

줌닷컴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뉴스 서비스이다. 줌닷컴 뉴스 서비스에서는 이른바 ‘낚시성’ 제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용자의 눈을 어지럽히는 광고 역시 사라졌다.

이처럼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 사용자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두 가지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하다 보니 줌닷컴 뉴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1차 베타 서비스 후 자체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82%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답해 전체 서비스 중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뉴스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것이 줌닷컴이 돌풍을 일으키게 된 핵심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낚시성 기사와 제목은 포털 사이트가 뉴스 소비 행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비정상적인 보도 관행이다. 여러 매체가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낚시성 제목을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다.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문 내용과 동떨어진 제목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이 없음에도 제목을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경우도 많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언론사로서의 신뢰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일부 소비자는 낚시성 제목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만과 조롱이 섞인 댓글을 남기기 위해 클릭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오픈하면 어떤 위상 변화 있을지 주목

줌닷컴 뉴스 서비스에 등장하는 제목은 대부분 기사 원문 제목과 동일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목과 동떨어진 기사로 배신을 당하는 경우가 없다. 기존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덜어낼 수 있었던 요인이다. 김진욱 줌닷컴 마케팅담당자는 “기본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낚시성 기사를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간혹 기사 내용은 좋은데도 제목이 낚시성으로 달려 있을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제목에 손을 보기도 한다. 이를 위해 뉴스 모니터링팀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에 광고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유이다.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성인을 위한 광고가 범람하는 인터넷 언론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관 기사인 줄 알고 클릭했다가 성인 사이트가 열려 낭패를 겪는 일도 드물지 않다. 광고창을 여는 데 트래픽이 소비되다 보니 해당 기사를 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기사 중간에 팝업되는 배너 광고가 기사 내용을 가리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뉴스 내용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광고가 사라진 줌닷컴 뉴스는 페이지가 신속하게 열리고 시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김진욱 마케팅담당자는 “줌닷컴의 수익은 검색 광고를 기본으로 한다. 뉴스는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 개념으로 매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를 제공받는 형식을 취한다. 일부 매체에서는 노출 창구를 넓히기 위해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 뉴스 말미에 텍스트 광고가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 서비스는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 중앙에 위치한다. 그만큼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서비스이다. 포털 사이트는 이제 뉴스 전달자 역할을 넘어 뉴스 생산자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 지배로 인한 폐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존 거대 포털 사이트의 순방문자 수가 3천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줌닷컴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을 뿐이다. 아직 모든 서비스가 정식으로 오픈한 것도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기본 역할인 검색 서비스의 성패에 따라 줌닷컴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다윗’인 줌닷컴이 선택한 낚시성 기사와 광고 배제라는 신선한 무기가 포털 시장에서 향후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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