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 내 보좌진의 도전과 응전 그려…‘선거의 해’ 맞아 정치판 엿볼 수 있는 기회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2.03.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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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킹메이커>

<킹메이커>는 대선 캠프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그린 영화로, 브로드웨이 연극 <패러것 노스>가 원작이다. 조지 클루니가 각색·연출했으며, 라이언 고슬링, 조지 클루니,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연기의 합을 맞추었다. 전세계적인 ‘선거의 해’를 맞아 매우 시의적절한 개봉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모리스 후보(조지 클루니)는 당당하게 자신이 무신론자이며, 석유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을 반대하며, 재생에너지 개발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연설한다. 그는 대기업 퍼주기를 반대하고 청년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형제 반대와 낙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피력한다. 민주당 내에서 그는 상대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앞선다. 그러나 공화당과 무소속 지지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경선 제도는 그의 발목을 잡는다. 본선 경쟁력이 높은 모리스를 견제하기 위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상대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다. 불리함을 인식한 모리스 진영은 대의원 표를 움직일 수 있는 톰슨 의원과의 거래를 놓고 부심한다.

<킹메이커>는 정치 누아르에 가깝다. 영화 속 정치판은 표면에서는 가치와 원칙과 명분이 말해지지만, 이면에서는 경쟁과 야합과 섹스 스캔들이 난무하는 세계이다. 그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가 아니냐고? 영화의 진면목은 ‘진심으로 그 후보의 가치를 믿고, 그가 열어갈 세계의 비전을 믿는’ 젊은 선거 참모가 순식간에 협잡과 배신과 뒷거래에 적응해, 승리를 거두는 후반부에 있다. <킹메이커>는 조폭영화와 닮았다. 점잖게 의리를 말하지만, 아랫사람에 의해 등에 칼이 꽂히고야 마는 노장의 모습이나, 이 모든 시스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모든 큰일은 보좌관과 비서가 저질렀다는 우리나라에서 보기에, 딱 맞는 영화이다. 모든 대사가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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