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였던 야권 연대가 오히려 악수 되려나
  • 김윤태│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위원·고려대 교수 ()
  • 승인 2012.03.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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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조작 등 불거지며 ‘적신호’…민주·통합진보당, 목표 달성에 차질 빚을 수도

3월19일 ‘야권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발표되었다. 3월20일 리얼미터-중앙일보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7.0%로 전일(38.7%)에 비해 1.7%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민주통합당은 33.1%로 전일(31.5%)에 비해 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연대 단일 후보는 서울·경기 등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단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 성사로 인해 총선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4·11 총선을 위한 야권 연대 경선의 최대 수혜자는 통합진보당인 것처럼 보였다. 3월21일 현재 경선 지역 총 69개(9곳은 단일화 진행 중)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해 민주당 무공천 지역 15곳을 포함한 약 30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울 예정이다. 통합진보당이 수도권에서 성과를 얻은 것은 이정희 공동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경선을 치르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민주당 무공천 지역과 경선 지역을 늘린 덕분이다.

통합진보당이 그토록 염원하던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3월21일 GH코리아-국민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공동대표와 심상정 공동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 을에서도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과 0.7% 격차로 좁혀졌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도 5% 수준에서 10%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심지어 강남 지역에서도 9.2%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경선 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 야권 연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경선 결과에 반발하는 등 야권 연대가 삐걱거리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이슈 관리 능력과 공천 과정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공천 파동으로 점수를 잃으면서 수십 개 의석이 날아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원장 유종일 교수의 탈락으로 박영선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등 내부 반발도 심각한 수위이다.

결국 후보 단일화를 이룩해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아졌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로 수도권에서만 10곳 이상 자체 후보를 내지 못했고, 통합진보당에 양보한 지역구가 늘어나면서 승리 가능한 의석이 줄어 제1당 지위를 차지할지도 불확실해졌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민주당은 수도권(전체 1백12석)에서 60석 정도를 승리하고, 10석 수준을 기대한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5석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권 연대가 오히려 양당의 과반 의석 실패, 민주당의 제1당 실패,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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