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0순위’ 이종범, ‘해설’에서도 안타 칠까
  • 이지강│스포츠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4.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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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의 야구 중계 해설자 경쟁 치열…지난해부터 SBS ESPN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양준혁의 ‘대항마’로 꼽혀

(왼쪽부터) 이숭용, 이종범, 민훈기, 이효봉, 마해영.ⓒXTM 제공

‘종범신’이 떠났다. KIA 타이거즈의 레전드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이종범이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2012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종범의 은퇴에 야구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KIA 타이거즈 팬들은 타이거즈 전성시대를 보냈던 마지막 영웅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반면 ‘종범신’의 은퇴를 반기는 이도 있다. 방송국이다. ‘해설위원 이종범’의 가능성이 열린 탓이다. 이종범은 프로야구 해설계에서 블루칩으로 꼽힌다. 선수로서 KIA 타이거즈와 WBC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일본 프로야구 경험도 있다. 방송 해설가로서 필수 조건인 말솜씨도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KBS 2TV <1박2일>, MBC <세바퀴>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한 바 있다. 실제로 이종범이 은퇴를 선언하자 방송사들의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한 스포츠 채널 관계자는 “두 곳 이상의 방송사에서 해설위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이종범의 올 시즌 연봉에 버금가는 금액을 제시한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사의 바람대로 이종범이 해설위원으로 나설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이종범은 4월5일 은퇴와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거취에 관해 함구하고 있다. 방송사의 영입 경쟁도 답보 상태에 있다. 하지만 “야구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이종범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본격적으로 지도자 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해설을 통해 야구팬과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양신’이라는 또 한 명의 레전드는 해설위원 이종범의 등장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종범신’과 함께 신으로 불리는 또 한 명의 사나이 양준혁은 2010년 은퇴한 이후 2011년부터 SBS ESPN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준혁은 방송인으로서는 약점인 사투리 억양과 다듬어지지 않은 해설 솜씨에도 SBS를 대표하는 해설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양신’이 야구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자체가 야구팬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퍼포먼스이다. 이종범이 해설위원으로 나서게 된다면 ‘양신’과 ‘종범신’의 2차 라이벌 대결이 성사되는 셈이다.

이종범과 양준혁은 선동렬·최동원 이후 프로야구 최고 라이벌이다. 1993년 함께 데뷔한 두 선수는 첫해 신인왕(양준혁)과 한국시리즈 MVP(이종범)를 나눠 가졌다. 이후 두 선수 모두 부침은 있었지만 한국 야구계를 대표했다. 야구 해설에서 이종범과 양준혁의 맞대결이 벌어진다면 팬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차후 이들이 지도자로 펼칠 3차 라이벌 대결까지 야구팬을 즐겁게 할 과도기 경쟁인 셈이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양준혁 해설위원의 경우처럼 자리 잡기까지는 방송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종범이 해설위원으로 나서더라도 처음부터 시청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이 야구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야구 인기의 상승이 중계방송 경쟁 부추겨

지난해 4월3일 해설자로 변신한 양준혁이 잠실야구장에서 고영민의 타격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이종범의 은퇴와 동시에 영입 경쟁에 나선 것은 프로야구 중계방송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경기가 진행되며 매 경기 3~4시간 진행되는 프로야구는 스포츠 채널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비연속적인 경기 진행으로 매 이닝 공수 교대 시간 동안 광고를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프로야구는 7백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며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박찬호·김병현·이승엽·김태균 등 해외파가 대거 복귀하며 야구팬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야구 인기의 상승은 중계방송 경쟁을 부추긴다.

대다수 야구팬은 응원하는 팀이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위주로 경기를 시청한다. 그런데 중계방송 경쟁이 왜 일어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일정과 관계없이 방송사 선호도는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속성상 두 경기 이상을 번갈아가면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전국구 스타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나 인기 해설가가 진행하는 경기가 두 번째 선택지가 된다. 최근 7년 동안 MBC 스포츠플러스가 선호도와 시청률에서 1위를 유지해왔다는 것은 경기 편성과 관계없이 방송사 간 중계방송 경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MBC 스포츠플러스는 앞선 기술을 먼저 도입해 눈을 즐겁게 하고, PD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해설진의 설명과 화면이 서로 호흡하는 중계로 야구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 시즌에는 XTM이 새로운 중계방송사로 등장하면서 방송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XTM은 지난해까지 경기를 중계하던 MBC LIFE의 자리를 이어받아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중계에 나서고 있다. XTM은 후발 주자로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야구 중계는 30명 이상의 중계진과 카메라에 중계차까지 동원되는 대규모 방송 프로젝트이다. 여러 해 동안 경력을 쌓아온 기존 방송사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XTM은 케이블TV 강자 CJ E&M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해설진을 꾸려 이를 극복해나갈 계획이다.

이효봉, 민훈기, 마해영, 이숭용으로 구성된 XTM 해설진은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방송사로부터 영입한 경험 있는 인기 해설가와 스타 출신 신진 해설가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지난해까지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중계를 담당했다. 다년간 해설을 한 경력으로 매끄러운 말솜씨를 자랑한다. 편안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력을 가지고 있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로 2009년부터는 한국 프로야구 해설자로 나서고 있다. 야구 전문기자 출신으로 풍부한 야구 관련 지식을 자랑한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는 마해영 해설위원과 이숭용 해설위원이 나선다. 저서 <야구본색>을 통해 야구판을 한 번 흔들어놓았던 마해영은 톡톡 튀면서도 거침없는 해설이 매력이다. 넥센의 레전드 이숭용은 지난해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 진입한 방송사로서 비교적 경쟁력 있는 해설진을 갖추었지만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 방송사를 대표할 만한 간판 해설자가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XTM의 거센 도전에 MBC 스포츠플러스와 KBS N스포츠는 다년간 함께 입을 맞추어온 해설진의 관록으로 맞서고 있다. 야구 중계에서 해설과 함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캐스터와의 호흡이 강점으로 꼽힌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터줏대감 허구연 해설위원을 중심으로 양상문 해설위원과 한만정 해설위원이 포진하고 있다. 올 시즌부터는 투수 인스트럭터 출신 손혁 해설위원이 가세했다. KBS N스포츠는 하일성 해설위원·이용철 해설위원·이병훈 해설위원 3인 체제가 공고하다. 이들은 3인3색의 해설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해설가이다. 반면 SBS ESPN은 비교적 변화 폭이 크다. 후발 주자인 XTM보다 오히려 패기 넘치는 해설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나란히 해설자로 데뷔한 양준혁 해설위원과 안경현 해설위원이 올해부터는 간판 해설자로 나선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전략 분석가로 손꼽히는 김정준 전 SK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다. 오랜 경력의 이광권 해설위원과 지도자에서 물러나 해설계로 컴백한 윤석환 전 두산 코치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무게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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