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도시-농촌 ‘SNS 온도 차’컸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04.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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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과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크레아랩’ 공동, 19대 총선 후보자 버즈량 전수 조사 3월24일부터 4월10일까지 4백83만여 건 올라…지역은 서울, 서비스 매체는 트위터가 ‘최다’


당초 예상은 이랬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비롯한 이전 선거에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보여주었던 영향력은 이번 총선에서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았다. 합법화된 SNS 투표 독려는 투표율 상승을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 민주당이 제1당, 혹은 야권 연대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상했다. SNS 공간의 활성화는 분명 진보 진영에 유리한 까닭에서다.

하지만 그 예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종 투표율은 54.3%였다. 진보 진영의 압승을 가져왔던 지난 17대 총선의 60.6%에서도 턱없이 모자랐지만, 55%는 웃돌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도 빗나갔다. SNS를 통한 투표 독려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표 결과는 소셜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야권의 압승 분위기와는 반대로 여당의 승리였다. 새누리당은 1백52석을 얻으며 과반 의석까지 차지했다.

판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던 SNS가 오히려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아야 할까.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영향력이 약해졌다기보다는 범위가 정확히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정교수는 “수도권에서는 SNS의 영향력이 작동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선거 지원 유세가 지방 중심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의 분석도 비슷하다. 그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라고 보았다. 지역의 경우 도시와 도시화가 덜 된 곳의 표심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통용되었지만 도시화 이후 희미해져 가던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이 SNS에서 여전히 확인된 셈이다.

<시사저널>과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인 ‘크레아랩’은 총선 등록 후보 9백27명의 버즈량(소셜 네트워크에서 발생되는 콘텐츠의 총량)을 전수 조사했다. 여기서 버즈량을 추출한 대상은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등으로 대표적인 SNS이다. 조사 기간은 후보 등록 마감 다음 날인 3월24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월10일까지로 잡았다. 우선 개별 후보의 버즈량을 조사한 뒤 이들을 지역구로 취합해 지역구별 버즈량을 정리했다. 물론 유권자가 반드시 자신의 지역구 후보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선거에서 개별 후보의 버즈량을 조사한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지역별 버즈의 차이를 유추해볼 수 있게 된다.

조사 기간 중 추출해낸 버즈량은 모두 4백83만7천5백38건이었다. 이번 조사가 의미 있는 점은 최초로 ‘페이스북 버즈량’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공개 계정인 트위터를 대상으로 한 버즈량 조사는 종종 이루어져왔지만, 친구들끼리만 공개하는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선거와 관련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 김용민, 56만여 건으로 여타 후보들 압도

총선 후보에 관한 평균 버즈량이 지역구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역시 서울(3만7천7백91건)이었다. 서울 지역 후보들의 총 버즈량 역시 1백81만여 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트위터가 1백35여 만건으로 74.6%를 차지해 블로그나 페이스북 버즈량을 여전히 압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은 부산이다. 부산의 한 지역구당 버즈량은 3만3천3백59건이었다. 서울과 더불어 유일한 평균 3만건 이상 지역이다. 부산은 ‘문재인 대 손수조’의 대결 구도, 문대성 당선인의 ‘논문 표절 논란’ 등 선거 기간 동안 소셜 세상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슈가 많았던 곳이다.

세 번째 자리는 경기도(1만7백88건)가 차지했다. 서울·부산과 경기도의 차이는 서울·부산에 대한 엄청난 집중도를 보여준다. 지역구당 평균 버즈량이 1만건을 넘는 곳은 서울, 부산, 경기도 단 세 곳에 불과했다.

거꾸로 버즈량이 가장 적은 곳은 울산(2천40건)이었다. 서울의 5.5%에 불과했다. 제주(2천6백51건), 전북(4천3백59건)은 꼴찌 순위에서 2, 3위였다. 충남(4천3백77건), 충북(4천4백72건)의 지역구당 버즈량도 적은 편이었다.

버즈량이 가장 많았던 선거구는 선거 기간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서울 노원 갑이었다. 네 명의 후보가 출마한 노원 갑의 버즈량은 64만2천여 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의 버즈는 김용민 민주당 후보가 만들어냈다. <나꼼수> 관련 트윗으로 소셜 세상에서 단골로 거론되던 김후보였지만 ‘막말 논란’ 이후 가치 판단과는 무관하게 이전보다 세간의 입에 더욱 많이 오르내렸다. 버즈량이 가장 적은 지역구는 충남 부여·청양이다. 이곳은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8.9%(청양군), 25.5%(부여군)에 달한다. 여섯 명의 지역구 후보가 출마했지만 이들의 버즈량은 겨우 44건에 불과했다.

김용민 민주당 후보는 전체 버즈량(56만6천3백21건)에서도 여타 9백26명의 후보를 압도했다. 다음 순위에 위치한 정동영 민주당 후보(16만5천9백66건)의 세 배에 달했다. 블로그(2천9백41건), 페이스북(7만9천7백30건), 트위터(48만3천6백50건) 등 개별 버즈량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며 전관왕을 차지했다.

■ 버즈량 과소도 문제이지만, 과잉도 문제

이른바 SNS 버즈량이 선거운동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버즈량과 선거 결과가 일치한다’는 이론이 주목받기도 했다. 2010년 독일 뮌헨 공과대학 연구진은 2009년 독일 연방 총선 결과가 선거 전에 오간 트위터 메시지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당과 정치인이 언급된 횟수가 실제 득표율과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버즈량으로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서정석 크레아랩 전략기획팀장은 “단순 버즈량으로 선거 결과를 유추해내는 것은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국 격전지의 버즈량을 비교해보면 양적 분석은 분명히 한계를 드러낸다. 대표적인 경우가 버즈량 1위 서울 노원 갑이다. 트위터 버즈량 조사 결과 이노근 새누리당 당선인의 버즈량은 고작 0.9%이다. 같은 기간 99.1%의 이야기들은 김용민 후보를 향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김용민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4.2%, 승리는 새누리당의 이노근 후보가 가져갔다.

서울 강남 을의 정동영 민주당 후보는 트위터(62.2%)와 페이스북(72.9%)에서 압도적인 버즈량을 기록했고 리트윗 수에서도 김종훈 새누리당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눌렀지만 실제 득표율은 39.3%였다.

이런 실질적인 격차는 ‘소셜 네트워크’와 ‘현실’ 사이에 어그러짐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장묵 동국대 교수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만명이 넘었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가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커버할 만큼 완전히 스며들지는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 대선에서는 거대한 채널로 변할 수 있다

‘도농 간의 격차’와 ‘세대 간 장벽’.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SNS의 정치적 한계’라는 결론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이번 <시사저널>과 크레아랩의 공동 조사는 이런 점을 고스란히 잡아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은 성격이 다른 선거이다. 총선은 각 지역에 흩어져서 치러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흩어진다. SNS의 정치적 역동성을 증명했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도 차이가 있다. 100만명 단위의 이슈 파이팅이 가능한 선거와 1만명 단위의 관심을 받으면 되는 선거가 같을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자기 지역구도 아닌 곳에 이슈 파이팅을 하며 정당 지지로 이어지는 현상이 많았고, 그것이 왜곡을 만들어냈다.

강장묵 교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SNS가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과 이슈가 분산되고 특정한 지역과 연령대가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SNS가 선거를 밀어올리지 못한다. 오히려 이럴 때는 지역 커뮤니티나 전통적 미디어가 강점을 가진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SNS 버즈량 전수조사는 SNS의 약점만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럼 이것으로 끝일까? 강교수는 “대선에서는 SNS 사용자의 눈이 한두 사람에게 모인다. 의견을 수렴하고 이슈를 다루면서 거대한 계를 만드는 채널로 변모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계 모임’은 일부분 증명되었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20대 투표율은 64.1%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야권 지지 성향은 고스란히 야권의 서울 승리로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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