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4.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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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여야가 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가고 있습니다. 총선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한 결과입니다. 새누리당도 이겼다고 하고 민주통합당도 이겼다고 주장하면서 이어지는 흐름이 볼만합니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에게 봉사’ 운운하며 허리를 낮추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민생은 날로 어려워가고 양극화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희망을 잃은 이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역에 쓰러져 있는 노숙인들을 보는 것은 실로 고통입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자리’ ‘권력’ 다툼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총선 이후 여야의 첫 모습이 이렇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대패할 위기에서 과반을 넘겼으니 이제 자기네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 인사들은 벌써 잿밥에 눈이 먼 것 같습니다. “눈을 가리는 인사가 있다” “전횡을 하고 있다” 하며 내부 드잡이가 한창입니다. 이미 어느 자리는 누가 맡기로 되어 있다는 내용의 문건까지 나돌고 있다니 할 말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책임도 있습니다. 측근들끼리도 “과연 박위원장의 진짜 뜻이 무엇이냐” 하며 해석하기에 급급한 상황이 종종 연출됩니다.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니 어떤 때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충성파’ 인사들을 너무 선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폐쇄적인 의사 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또 어떻습니까. 친노-비노로 갈라져 대권 쟁투에 들어갔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처럼 독보적인 대주주가 없다 보니 선점하기 위한 몸싸움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눠 먹기를 하듯이 영향력 있는 이들이 제멋대로 판을 짜고 있습니다. 은근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보란 듯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당권-대권 밀약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 또한 국민이 보기에 기쁘지 않습니다.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이 명실상부하게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도 부족할 판에 위에서 판을 짜 그대로 따르라는 식이니 이 또한 구시대적인 리더십 행태입니다. 당원과 국민들이 이러한 행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은 많이 진화했습니다. 논문 표절이나 성추행, 위장 전입 등이 핫이슈가 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의 반영입니다. 여야의 리더십 행태와 정당을 운영하는 형태 또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열린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서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네 삶 자체, 민생입니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힘든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무너지는 자영업자와 가계 부채와 사교육비에 시달리는 중산층의 현재는 내일에의 도전과 의지를 꺾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이러한 삶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제 6월이면 19대 국회의원들이 새 임기를 시작합니다. 지금 여야에서 일어나는 내부 진통이 19대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허물을 벗는 과정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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