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불 지펴도 ‘온기’는 없다
  • 박원갑│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부동산학 박사) ()
  • 승인 2012.05.12 23: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0 주택 거래 정상화 대책’에도 향후 부동산 경기 불투명…신규 오피스텔 분양은 활기 띨 듯


정부가 5월10일 주택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서울 강남권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되살리기이다. 주택 투기 지역이 9년 만에 풀리고 주택 거래 신고제 지역도 해제되었다. 이런 규제 완화로 추락하는 수도권 집값이 다시 살아날까.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체력이 바닥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강남에 주택 투기 지역이 해제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증비율(LTV)이 기존 40%에서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과 동일하게 50%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1가구 3주택자가 첫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세 가산세율 10%포인트가 적용되지 않고 생애 최초 구입 자금도 대출받을 수 있다. 주택 거래 신고 지역도 해제되면서 계약 후 신고 의무 기간도 15일 이내에서 일반 지역과 동일하게 60일 이내로 완화되었다. 이제는 자금 조달 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강남권에서는 신규 오피스텔 분양 시장이 온기를 띨 전망이다. 주택 거래 신고제 지역에서 해제되어 임대사업자가 오피스텔이나 주택을 신규로 분양받는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 대 1 재건축 때 면적을 늘리는 범위가 현재는 10%인데, 이를 확대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혜택도 준다.

중·대형 중심으로 ‘거래 실종’ 심각해…

지난 5월10일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주택 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같은 대책들은 강남이라는 폭발성을 통해 시장을 살리겠다는 고육지책이다. 부동산판 ‘낙수 효과’이다. 큰 강이 잘 흐르면 작은 천도 잘 흐른다는 논리이다. 이제는 강남을 정치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정책의 방향 선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남 지역의 온기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에다 소득 양극화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층이 과거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구매를 꺼리는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았다.

새집을 장만해놓고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사람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살던 주택을 새집을 장만한 뒤 2년 안에 팔아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년 안에 팔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중·대형을 중심으로 거래가 동맥경화증에 걸리면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해 애를 태우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는 사람들조차 있을 정도로 거래 실종은 심각하다. 이 탓에 엉뚱하게 양도세 중과라는 유탄을 맞을 뻔한 사람들로서는 다행스러운 조치라 할 수 있다.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보유 기간 요건이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게 되었는데, 혜택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받게 될 전망이다. 수도권은 최근 2년간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금 팔아도 양도세 부담이 없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기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방 주택은 대체로 9억원 이하가 많아 2년만 보유하면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이번 규제 완화로 수도권 공공택지가 혜택을 받게 되었다. 현재 전용 면적 85㎡ 초과 전매 제한 규정은 계약 후 1년인데 앞으로는 중·소형도 1년으로 바뀌게 된다. 보금자리주택 지구 전매 제한 기간이 최장 10년인데 2~8년으로 단축된다. 앞으로 분양권 시장에 메리트가 커졌다. 이번에 단기 양도 때의 세율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하면 40% 세율을 적용받았는데 앞으로는 일반 세율(6~38%)로 낮아지게 된다. 분양가가 싼 지역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 수요가 유입되어서 분양권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다만, 이미 분양을 마치고 준공되어가는 택지 지구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기 때문에 그동안 팔지 못했던 사람이 등기 이전에 매물로 내놓는다면 오히려 시장이 위축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호재이지만 단기적으로 매물이 많이 나온다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관심 이슈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취득세 완화는 제외되어 제한적 효과에 그칠 전망이다. 가계 부채 1천조원 시대에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고 선뜻 DTI 규제를 완화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복병인 가계 부채 문제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질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DTI를 푼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대출을 더 내서 집을 사겠느냐는 지적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주택 취득세는 지자체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데 이를 인하할 경우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시장도 매물 소화 과정 더 거쳐야

시장의 요구를 전부가 아닌 일부분 받아들인 5·10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더욱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자체의 체력이 바닥나서 곧바로 상승을 보이기에는 힘이 벅차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주택 활성화 대책보다는 아파트 활성화 대책에 가깝다. 다만 아파트를 시세 차익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갑자기 돌려놓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이 과거처럼 아파트 수요가 넘치는 지역이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이 세종시나 혁신도시로 떠나면서 아파트 수요층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시장 침체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차원의 효과라면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가격이 더 하락하는 것을 막는다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고 연착륙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데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효과는 있을 것이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좀 더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최근 침체에는 DTI 규제,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구매력 저하, 미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쳐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파워엘리트(권력 집단)가 지방 혁신도시나 세종시로 떠나면서 수요층이 많이 얇아졌다. 수도권 주택 시장은 이번 대책에도 기간 조정이나 매물 소화 과정을 좀 더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집값이 급락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나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아직 건강하다. 병든 병아리처럼 금세 쓰러질 정도로 허약한 존재는 아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좀 더 비축해야 한다. 앞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익률이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자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집값이 과거 고점에 비해 30~40% 하락한 곳만 선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는 떨어질 때까지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투자 기회도 많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