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위기론 불거지고 수익 줄었다
  •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12.05.12 23: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퇴사 행렬 이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해진 의장, “NHN이 동네 조기 축구회인가” 분노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 본사.

국내 포털의 절대 강자 네이버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의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월 사내 강연에서 내부 직원들을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의장은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 NHN을 동네 조기 축구 동호회쯤으로 여기는 직원이 적지 않다”라고 작심한 듯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NHN은 이의장의 주도로 복지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에도 나서고 있다. 일례로 직원들이 셔틀버스 시간을 핑계로 업무를 마치기도 전에 퇴근하는 일이 잦아지자 회사가 아예 셔틀버스를 없애거나 회사 내 소파를 치우고 회의실로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증명하듯, 최근 NHN의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NHN 포털 서비스를 총괄하던 최성호 서비스1본부장이 사표를 낸 데 이어, 위의석 한게임 S사업본부장도 사의를 밝혔다. 최본부장은 블로그와 카페 등 포털 서비스를 총괄해왔으며, 위본부장은 지난 2월부터 신설한 NHN 한게임 내 S게임본부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정욱 전 한게임 대표대행이 회사를 떠났고, 상생활동을 위한 에코시스템 태스크포스(TF)팀을 담당하던 홍은택 부사장도 지난 3월 퇴사했다. 그 밖에도 NHN 창업 멤버인 자회사 대표와 일부 임원급도 사의를 비쳤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NHN측은 “잇따르는 임원진들의 퇴사는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것이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퇴사 행렬로 인해 당분간 내부 조직의 체질 개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줄면서 체질 개선에 안간힘

ⓒ 시사저널 박은숙
NHN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지난해 연매출 2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다. 1999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지난해 2조1천4백74억원의 매출에 6천2백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42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상위 20위 안에 들 정도이다. 이처럼 견고해 보이던 NHN에 위기가 온 이유는 성장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10년부터 NHN 위기론이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 검색 쿼리 수는 약 16%의 감소세를 보였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확산에 따라 유선 트래픽은 줄어들고 모바일을 통한 트래픽은 증가했으나 아직까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 네이버 ‘지식iN’이나 검색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NHN은 급성장을 지속해오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경쟁사나 벤처기업이 이미 선보인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변화하는 데 머뭇거렸다가 트위터·페이스북 등 해외 SNS에 자리를 내주었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도 카카오톡에 뒤져 있다가 뒤늦게 ‘라인’을 앞세워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2010년 3분기 당시 NHN은 8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검색 광고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매출은 꾸준히 늘려왔지만 이익 감소는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40%가 넘던 NHN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0%대로 반 토막이 났다.

이번 1분기 역시 매출은 약 5천7백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4% 수준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NHN이 그동안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기존에 구축해놓은 검색 파워를 바탕으로 시장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NHN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독점하며 진출한 부동산, 오픈마켓 시장 등이 중소 벤처업계를 고사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역시 NHN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는 매출이나 방문자 수 등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중소업체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시작한 오픈마켓은 NHN의 점유율이나 자본, 인터넷 영향력에도 지마켓이나 옥션 등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정책을 둘러싸고 언론사와도 마찰을 빚기도 했다. 네이버는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이틀에 걸쳐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 8개 언론사의 뉴스캐스트 기사 노출을 차단했다. ‘악성 코드 발견’이 네이버가 내세운 이유였다. ‘포털의 영향력을 앞세운 횡포’라는 해당 언론사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이틀 만에 규제를 풀기도 했지만, 갈등의 앙금은 남아 있다.

중앙 일간지의 한 부장급 기자는 “언론사들이 뉴스캐스트에 들어가면서부터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포털 종속성은 해가 갈수록 심해졌다.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가지고 있는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라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