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 소유 공익 재단 ‘논란’…무늬만 기부, 실상은 경영권 방어용?
  • 이석 기자·최은진 인턴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5.28 23: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상당수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에 눈을 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기업은 총수들이 운영하는 공익 재단에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 계열 재단의 경우 폐쇄적인 운영으로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벌 계열 공익 법인은 모두 45개에 달한다. 대부분이 오너의 이름을 따거나 오너가 사재를 출연해서 만든 재단이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5천억원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도 2천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공익 재단에 넘겼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역시 그동안 3백억원대의 주식을 남촌재단에 넘겼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에 5백13억원어치의 개인 보유 주식을 증여했다.

하지만 보유 재산의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인 데다, 배당에만 의존하는 처지여서 진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의연구소 팀장은 “보유 재산의 평균 배당률이 1.59%에 불과하기 때문에 배당 수익으로 고유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단법인 웅진(웅진)과 남촌재단(GS), 정석학원(한진), 송도학원(OCI) 등 12곳은 배당금마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 재단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 구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주요 그룹 총수들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을 때마다 거액의 기부 의사를 밝혀왔던 터여서 재벌 계열 공익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주요 그룹이 운영하는 재단을 보면 총수의 호주머니에서 재단으로 주식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 재단 운영에만 상당액이 들어감을 감안할 때 고유 목적에 사용되는 돈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바른사회공헌포럼 공동대표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운영하는 공익 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그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지난 2011년 공익 목적 사업비는 자산의 1% 수준인 70억원에 불과하다. 출연 주식을 일부 매각해 공익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