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가깝고 분배의 길은 멀다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2.06.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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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산층 급증하면서 빈부 격차 심화…도시 거주 상위 10%가 하위 10%의 23배 벌어

중국인들이 명품숍 앞을 지나가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중국 빈민층 거주 지역에 사는 한 어린이. ⓒ UPIㆍAP 연합

마침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유럽에서 명품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 1위로 올라섰다. 그에 따라 재정 위기로 신음하는 유럽을 중국인들이 먹여살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11년 유엔 인구국과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2030년 14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었다. 한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인당 연 수입 총액 1만~6만 달러 수준의 개인을 중산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중산층은 과연 누구인가? 원래부터 중산층이라는 용어는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 중국 내에서도 중산층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게 내려져 있지 않다. 대략 연 소득이 1만~6만 달러에 달하는 사람들을 중국 중산층이라고 정의할 수 있고, 소득의 3분의 1을 지출에 사용하는 가계를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은 대체로 개인 기업가, 외자 기업의 관리자층, 국유 기업 경영자, IT업계 CEO, 교수 및 변호사, 연예인이나 체육계 유명인, 귀국 화교 등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안정된 수입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주택과 자가용 승용차를 보유하고, 여행과 교육 등의 소비를 향유할 수 있다. 특히 주택과 자가용 차를 보유했는가의 여부는 중산층 범주를 결정하는 ‘비공식적 기준’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중국 중산층의 중요한 특징은 세계 어떤 국가들보다 젊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30~40대의 연령층이다.

중산층, 3억명 추산…소비력은 세계적 규모

중국 사회에는 지난 15~20년 동안 새로운 중산층이 출현했다. 15년 전만 해도 대다수 중국인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가지게 되었다. 한 대 이상의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 중산층은 3억명 이상으로 추산되어 이미 미국 전체 인구를 앞질렀다. 전체 인구의 약 25%가 중산층이며, 이들 중 약 50%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중산층은 향후에도 계속 늘어나 수년 내에 중국 전체 인구의 50~6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이 발휘하는 소비력은 가히 세계적인 규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의 소비 규모는 2009년 8천5백90억 달러로 미국(4조3천7백70억 달러)의 2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4조4천6백80억 달러로 미국(4조2백70억 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중국의 중산층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중산층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로이터통신은 세이지 재단과 브라운 대학교가 총 1백17개 미국 대도시를 대상으로 지난 40년간 가구 소득 추이를 조사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중산층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산층 거주 지역의 미국 인구 수는 지난 1970년 65%에서 2007년 44%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빈곤층 거주 지역의 인구 수는 8%에서 17%까지 급증했다.

지니 계수, 무려 0.47에 이르러 위험 수위

일반적으로 소득 분배 상황을 나타내주는 지니 계수가 0.4를 넘게 되면 그 사회는 위험 수위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중국의 지니 계수는 무려 0.47에 이르러(지니 계수가 5.00이라는 일부 주장도 존재한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007년 중국 도시 지역 거주자들과 농촌 지역 거주자들의 소득 격차는 3.3배였으며, 도시에 거주하는 상위 10%의 중국인들은 하위 10%에 비해 무려 23배를 벌고 있다.

중국의 국가 재정 수입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초과하고 있으나 사회보장 및 공공 서비스 혜택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 또, GDP에서 임금 소득이 차지하는 노동 소득 분배율은 고속 성장에도 2001년의 51.5%에서 2009년에는 오히려 46.6%로 낮아졌다.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인 왕샤오루(王小魯)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중국 내 소득 분포에서 소득 상위 10%의 가정은 소득 하위 10% 가정에 비해 1인당 소득이 무려 65배나 많았다.

세계 시장에 화려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중국 중산층의 이면에는 이처럼 어두운 중국 사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중국 중산층들은 중국이 지금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매우 분주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중국이 이전과 같이 고속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며, 얼마 가지 않아 기회가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 제도가 불철저한 조건에서 정부가 자신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세금 등 지출 증가로 인해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개인 소득세, 각종 보험비, 식비 등 기본 생활 지출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저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미래 준비가 막막한 실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 농민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래도 도시 지역에서 태어난 중국인들은 공립학교에 가고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향유할 수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도시에서 직장을 구해 일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장벽이 높다랗게 쳐져 있다. 농촌을 떠나 도시 주변부에서 거주하면서 주로 건설 노동에 종사하는 이농 인구는 중국에서 농민공(農民工)이라고 불리는데, 현재 그 수가 2억5천명에 이른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항상 농민으로부터 변혁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광둥성 우칸(烏坎) 촌 주민 2만여 명이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 수용과 공무원들의 보상금 착복 등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사실상 ‘해방구’를 건설했던 사건은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을 던져준 경고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그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잘나가던 중국도 이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의 한계 기여도 역시 점차 떨어지는 상황을 감안해 당분간 내수 확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수 확대가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차지해왔던 경제 성장의 과실을 가계로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정책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안정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연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주창하고 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의 12차 5개년 경제계획(12·5)에서도 경제 정책의 주요 방향을 ‘부강한 국가’의 ‘국강(國强)’에서 ‘국민에게 부가 돌아가는’ ‘부민(富民)’으로 전환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에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끌어온 ‘소득 분배 개혁 방안’을 올 하반기에 마침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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