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사는 우리금융 민영화 해법은?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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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KDB산은, 인수에 ‘걸림돌’ 있어 고민…우리은행 노조는 KB금융과의 합병 바라지 않아

왼쪽부터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 연합뉴스), 김석동 금융위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우리금융지주(약칭 우리금융) 주가는 5월 셋째 주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 5월10일 1만2천5백만원(종가 기준)이던 주가가 7거래일 만인 5월18일 1만원 선이 무너져 9천9백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다 5월22일 예기치 않게 6.47% 치솟았다. 유럽 재정 위기 탓에 종합주가지수(KOSPI)가 떨어지는 와중에 우리금융 주가는 5월 말 1만1천원까지 회복되었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합병한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돌면서 주가가 요동친 것이다. 지금까지 민영화에 두 차례 실패한 탓에 우리금융 매각은 지난 2년 동안 지지부진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민영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종전처럼 2단계 입찰(예비와 최종) 방식을 채택했다. 7월27일 예비 입찰이 실시된다.

KB금융, 우리금융과 사업 구조 비슷해 문제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는 KB금융지주이다. KB금융지주 내부에 우리금융 인수 태스크포스팀(TFT)이 설치되어 주식 교환 내지 자금 마련 계획 같은 인수 방법을 엄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제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탓인지 금융 당국의 민영화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는 단지 금융권 이슈에 그치지 않고 정치 논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이대통령과 가까운 터라 인수를 주도하기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SD(이상득 전 의원)가 우리금융을 KB금융지주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어윤대 회장도 지난 5월25일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내놓으면 KB금융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우리금융 인수를) 고려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금융 인수·합병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KB금융은 현금 인수 방식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가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합병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B금융이 신주를 발행해 우리금융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정부 지분이 남아 민영화 원칙에 위배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식의 합병이 유력하게 검토되었다. 지난 2002년 하나은행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서울은행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자사 신주 30.9%를 넘겼다. 예보는 하나은행 지분을 시장에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사무국장도 지난 4월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합병 방식을 검토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법이 바뀌면서 이제 예보가 교환한 주식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또, KB금융 주주가 반대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가 회사를 팔거나 영업을 인수하겠다고 결정하면 소수 주주는 이에 반대해 자기 지분을 사라고 요청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반대 매수 청구와 자사주 매입에 3조원가량을 투입했다. KB금융이 갖는 고민은 이 부분이다. 외국인 지분이 많은 탓에 주주 설득에 실패하면 자사 주식 매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KB금융과의 합병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한다. KB국민은행 1천1백70개 지점과 우리은행 9백70개 지점을 합치면 2천2백개를 웃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하면 사업 구조가 유사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직원을 합치면 4만명이나 된다. 40% 정도의 인원 감축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산하 계열사 노조 연합체인 우리금융노조협의회는 민영화에 반대한다.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MB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임직원은 국민주 방식이나 블록딜(경쟁 입찰)을 활용한 독자 생존 방식을 주장한다.

우리금융 본부 직원은 “임직원이 돈을 모아 자사주를 매입하고 나머지는 국민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임직원의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독자 생존 방식을 원한다. 금융위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국민주 방식은 추진하기 불가능하다’라며 독자 생존 방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 임원은 “론스타 같은 외국 자본에게 우리금융을 넘기면 외환은행 사례처럼 국부 유출을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해외 사모펀드(PEF)는 법적으로 입찰이 불가능하므로 외국 자본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없다’라고 일축한다.

KDB산은, 상장 추진 중이라 바쁜데…

지난 5월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금융노동자대회. ⓒ 뉴시스
금융 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자 금융노조는 지난 5월1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전국금융노동자대회를 열고 ‘우리금융 민영화 저지’에 나섰다. 박지원·김기준 등 민주통합당 의원까지 참석해 금융노조원 2만여 명과 함께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을 KB금융에게 합병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금융에 국민 혈세를 투입한 지 11년이나 되었다. (공적자금을 회수해)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자위는 지금까지 우리금융에게 12조8천억원을 지원하고 지분 100%를 취득했다. 지난 3월 말 공모와 4차례 블록세일(일괄 매각)을 통해 5조6천억원을 회수했다. 예보는 지금 지분 56.97%를 소유하고 있다. 시가는 6조원 안팎이다.

공자위가 설정한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 따르면, 8~9월 우선협상자가 결정되고 본 계약은 내년 중에 마친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어쩔 수 없이 매각된다면 KB금융보다 KDB산은지주에 합병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은행 소속의 한 지점장은 “산은지주는 투자은행(IB) 업무에 특화되어 있고 지점도 많지 않아 우리금융과 합병하면 구조조정 폭이 좁고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KDB산은지주에게도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있다. KDB산은지주가 오는 10월까지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실무 작업이 만만치 않은 탓에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여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은 일찍이 ‘메가뱅크’에 대한 관심이 컸다. 강위원장은 또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금융권 재편을 주도할 힘도 가지고 있다. 강위원장의 측근 인사는 강위원장의 산은지주 회장 취임을 앞두고 “강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 별 탈 없이 회장 임기를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권을 재편할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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