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다양성 더 인정해야 해”
  • 미국 샴페인·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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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문가 낸시 에이벨만 미국 일리노이 대학 인류학 교수 / “나이-행동 일치시키는 관념도 문제”

ⓒ 노진섭

낸시 에이벨만(Nancy Abelmann) 미국 일리노이 대학 인류학 교수(53)만큼 속속들이 한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도 드물다. 그는 1980년대 한국의 농민운동에 대한 논문으로 미국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이벨만 교수가 한국에 관심을 둔 시기는 하버드 대학 학부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에서 돌부처상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에 불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한국인 학자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한·일 교과서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 식민주의 등에 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구별하고, ‘아줌마’라는 어감을 이해한다고 하니 에이벨만 교수가 한국에서 오래 살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가 처음 한국에 온 1983년부터 현재까지 29년 동안 국내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기간은 1년7개월에 불과하다. 그 후에는 몇 개월, 몇 주일 정도 잠깐씩 다녀가기만 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가 출연 연구기관이 그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이유는 한국을 내국인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국인들의 눈에는 당연하게 보이는 것도 외국인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 5월25일 에이벨만 교수를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실에서 만나 한국말로 인터뷰했다.

한국말이 능숙한 것 같은데 미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 대학교에는 한국인 학부생만 1천2백명이 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영어로 한다. 유학생들은 영어로 공부하는데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한국말을 쓸 기회는 거의 없다. 한글은 읽을 수 있고 쓸 수도 있지만, 논문을 쓸 정도로 잘 쓰지는 못한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운 적은 있지만 그 밖에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아 한국말을 할 때 실수를 많이 한다. 그러나 한국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어서 한국과 관련한 연구를 하는 데에 많은 보탬이 된다.

외국인에게 한국말은 어떤 느낌일까?(그는 영어 외에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한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한국어에도 표준말이 있고 사투리도 있다. 나는 주로 전라도에서 생활했기 때문인지 전라도 사투리에 애정이 간다. ‘그라지우’처럼 전라도 말은 부드럽고, 경상도 말은 억양이 딱딱하다. 젊은 시절에 일본어를 배운 것이 한국말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 문장 구조와 한자에 기본을 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때는 언제인가?

1983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1987년부터 1988년까지 2년 가까이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전북 고창에 있었다. 그 후에 왔다 갔다 했고, 2009년에는 6개월 동안 머물렀다. 지난해 10월에는 10일 정도 있었고, 오는 6월에 잠시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

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한국인은 남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다. 외모, 행동, 말투까지 쳐다보고 신경 쓴다. 내가 남편과 함께 지하철을 타면, 일본인은 대놓고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둔다. 관심을 받는 대상은 불안하고 당황스럽지만, 반대로 보면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한국이 개선할 점은 무엇일까?

내 말로 정책이 바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개선점에 대해 말할 위치는 아니다. 그런데 ‘때’ 문화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다. 이 나이에는 이렇게 말하고, 저 나이에는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다. 나이에 맞춰 생활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른바 피해자가 생긴다.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조금 더 다양성을 인정하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다. 한 사례로 영어 붐이 일면 전국적으로 확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대중 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성이 공존해야 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습성이 학계에도 있다. 단기 연구로 빨리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니 연구 결과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기도 한다. 너무 결과 지향적이다. 나도 한국 내 정부 연구기관의 돈을 고맙게 받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에 너무 집착한다. 또 그 결과물에 대해 점수를 매겨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한국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 것으로 아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한국에 가기 전에 지인들로부터 한국을 이해하려면 드라마를 보라는 말을 들어서 <전원일기>를 보았다. 농업 중심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다. 사회 이동에 대해 연구할 때는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또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아줌마와 대화하는 데 드라마가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중년 부인, 즉 아줌마들과의 인터뷰가 필요했는데, 그들은 자신의 삶을 드라마의 내용에 빗대어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니 드라마를 보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웃음)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해 관심이 컸나?

미국도 그랬지만 과거 한국은 남녀 차이가 있어서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삶 자체가 성으로 구분되어 있다. 부녀자끼리, 남성끼리 생활하는 문화가 이어져왔다. 1983년 처음 한국에 갔을 당시에 남성과 여성 사회가 구분되어 있었다. 지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한국은 성의 차이가 가장 적은 나라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에는 어떤 연구를 하나?

비교 연구를 한다. 예컨대, 유학 문제만 해도 일본 유학생은 줄어드는데, 한국 유학생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은 살 만하고, 교육 수준도 높은데 왜 한국을 떠나 공부하려고 하는지가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연구 중이다. 또, 한국계 미국인 학생(교포)과 한국 유학생이 서로 섞이지 않는 점도 발견했다. 같은 한국인 핏줄이지만 서로 동화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그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는가?

계층적 갈등이 원인인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오해이다. 교포 학생은 큰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지만, 그들의 부모가 고생스럽게 이민 생활을 꾸려온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 유학생들은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부자 행세를 한다. 교포 학생들은 이 사회에 어렵게 뿌리를 내렸는데, 마치 한국 유학생이 중심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은 소수 민족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불어난 유학생 수에 눌려 또 다른 ‘소수 민족’의 서러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교포 학생이 이 대학교에 많았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 한국 유학생이 1천2백명까지 늘어났고, 교포 학생은 4백~5백명 수준이다. 여기에다 한국 유학생은 한국말을 모르는 교포 학생을 나무란다. 한창 자아가 형성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는 계층적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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