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비리는 조직적으로 벌어진 사건”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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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김석우 부장검사 인터뷰 / “커미션 받는 것을 관행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해”

ⓒ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은 지난 5월16일 수원축협의 ‘사료값 비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축협이 사료값을 올려 배를 불려왔다는 사실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수원축협의 해외사업단장 박 아무개씨는 상임이사 정 아무개씨, 경영기획실장 이 아무개씨와 공모해 사료 유통 과정에 특정 업체를 끼워넣어 1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윤을 취하게 했다. 이들 업체는 자신들의 친구와 아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지난 5월31일 해당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김석우 부장검사를 만나 사건의 내막을 들어보았다.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것은 관행이었지만, 유통 과정에 지인이 운영하는 중간 업체를 넣어 이득을 취하게 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하나는 ‘1원 마진’ 거래이다. 수법은 이렇다. 축협이 특정 업체로부터 사료 원료를 현금으로 매입한다. 그리고 다음 날 1원의 마진만 남기고 해당 업체에 외상으로 되판다. 이 업체는 외상 기간 동안 해당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무담보 불법 대출을 해준 셈이다. 이 업체 역시 임직원의 지인이었다. 농민들에게 대출할 때는 까다로우면서 지인들에게는 불법 무담보 대출을 해주고 있었다는 점이 충격이다.

축협은 이런 거래를 눈감아주고 있었던 것인가?

업체로부터 커미션 받는 것을 일종의 관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업체 끼워 넣기는 ‘들러리 견적서’를 통해 가능했다. 업체들이 고의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들러리 견적서’를 제시해, 자연스럽게 낮은 가격을 제시한 특정 업체가 선택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들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한 업체씩 돌아가면서 이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며 절차상 문제없이 이득을 취해왔다.

축협은 한 개인의 비리로 보고 있다.

조직 윗선인 상임이사와 실장급도 기소되었다. 간부들 사이의 암묵적인 의사소통 없이는 일어날 수 없던 사건이다. 개인 비리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사료값이 폭등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축협의 비리가 이런 식으로 쌓이고 쌓여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기소된 관련자들조차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태도는 어떠했나?

‘친분 관계가 있어 받은 돈이다’ ‘기술 자문비로 받았다’ 등의 변명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책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또 ‘다들 이렇게 하고 있다’라는 식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료 원료 거래는 한 건이 수십억 원에 달할 정도로 단가가 높은데, 농민이 아닌 일반인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나조차도 수사 과정에서 그 액수에 놀랐다. 또, 사료 거래에서 들러리 견적서를 척결하고 폐쇄적인 축협의 구조도 개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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