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정권 향해 “공격 준비 완료”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6.1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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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두 달 후 군사 작전 벌일 일련의 플랜 만들어 / 시리아 정부군의 능력은 리비아보다 강해 쉽지 않을 듯

지난 6월6일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한 행사장에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PA연합

미국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군사 개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한두 달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방아쇠를 당길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후통첩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 마틴 뎀푸시 합참의장 등 미국 최고 지휘부가 공개적으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시기가 바짝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향해 아직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보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 개입 시기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덴마크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 개입 등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공언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가로막고 있는 데 대해, 미국과 서방 동맹군의 독자적인 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비아 방식으로 군사 공격 나설 전망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미군들은 총사령관이 명령하면 언제든지 행동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특히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일련의 플랜들을 마련해놓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최근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격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음을 강조했다고, 상글리라 대화에서 만난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이 전했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군 총사령관에게 옵션들을 제공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시리아에 대한 군사 옵션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타이틀을 따낸 미트 롬니 후보는 수만 명이 학살되고 있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을 주저하고 있다고 압박한다. 롬니 후보는 당장 다음 주에라도 군사 공격에 나서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데 비해 실제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적어도 한두 달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결정하더라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고 리버만 상원의원은 전했다. 첫째, 미군 지상군을 시리아에 진입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홀로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던 리비아 방식으로 군사 공격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결정할 경우 리비아 때와 같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고 아랍 리그가 동참하며, 미국은 초반 폭격 후 곧바로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19일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돌입하면서 초반 며칠간 비교 우위에 있는 첨단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곧 나토에게 전쟁 지휘권을 넘기고 지난해 4월부터는 후방으로 물러나 병참 등 지원 역할만 맡는 전략을 취한 바 있다.

‘오디세이 새벽 작전’으로 명명되었던 리비아 군사 공격에서 미군은 작전 초반 독보적이고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폭격을 주도했다. 미군은 공격 첫날 지중해상에서 작전 중인 구축함 스튜어트·배리 호, 잠수함 프로비던스·플로리다 호 등 11척의 전함들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공격 둘째 날에는 B-2 스텔스 폭격기 세 대와 F-15, F-16 전폭기를 동원해 80발 이상의 폭탄을 리비아 정부군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군 시설에 집중 투하했다. 미군은 작전 초기 영국·프랑스 등과 합동으로 20여 척의 군함과 100여 대의 전폭기들을 출동시켜 이틀간 크루즈 미사일 1백24발을 발사했고 수백 개의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또 EA-18G 전자전 비행기를 띄워 리비아 레이더와 통신망을 교란시키며 수륙 양용 공격함 키어사즈 호에서 수직 이착륙으로 유명한 해리어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카다피 정권 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속했다.

시리아 반정부군인 자유시리아군(FSA) 전사들이 북부 이들립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정부군에 대항할 것임을 코란을 두고 맹세하고 있다. ⓒ AP연합

리비아 때보다 대규모 군사 작전 필요할 듯

그러나 개전한 지 열흘 만에 뒷좌석으로 물러나 나토 군용기에 대한 공중 급유와 첩보·정보 제공, 간헐적 공격기 동원 등 지원 역할에 주력했다. 미국은 이를 ‘오바마 독트린’으로 불렀는데 8개월간 단 한 명의 미군 인명 피해도 내지 않았고, 전비는 다른 전쟁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20억 달러만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카다피를 제거하는 데 성공해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체 평가해왔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의 능력이 리비아보다는 훨씬 강하기 때문에 리비아 때보다는 대규모 군사 작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리아 아사드 정부 보안군은 현역만 해도 33만명에 달한다. 이들 정부군은 탱크 4천5백대, 헬기를 포함한 군용기 5백대를 보유하고 있다. 아사드군은 또 수백 문의 대공포와 수천 기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특히 아사드 정부 보안군은 이스라엘 침공을 목표로 맹훈련을 받아온 정예 병력이다. 이와 함께 시리아 정부군은 아사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반정부 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때문에 리비아 때와는 달리 시리아에 대해서는 비행 금지 구역도 설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시리아 반군의 중심인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은 정부군에 비해 오합지졸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들 반군은 소총과 라이플 장총, 홈메이드 폭발물 등으로 무장하고 있을 뿐이어서 정부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게다가 시리아 반군 세력들은 통합사령부나 지휘부도 없으며 각 지역별로 성격도 제각각이어서 미국 등이 선뜻 무장에 나설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응집력과 군사력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군사 공격과 정권 전복, 재건에 이르는 시리아 군사 개입 전략을 확정한 뒤에도 공격 태세를 완료하는 데 부심하고 있으며,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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